정말로 금쪽같다면

-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비평
글 입력 2023.06.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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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예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이런 예능의 정석과도 같은 프로그램이고, 최근에는 <아내의 맛>, <동상이몽 - 너는 내 운명>과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아이를 돌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육아 솔루션 예능도 존재한다. 대부분이 알 법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이후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방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관찰 예능이 가진 포맷처럼, 패널들이 모여 앉아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에는 이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 중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채널A에서 방영되고 있고, 1% 후반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삼 남매 엄마’인 신애라가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쌍둥이 아빠’인 정형돈, ‘열정 엄마’인 장영란, ‘예비 엄마’인 홍현희가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해주는 패널들로 등장한다. 그리고 전문가 패널에는 ‘육아 전문가’인 오은영이 있다.

 

“각종 육아 서적과 관련 커뮤니티로 정보는 많지만 정작 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를 위해 베테랑 육아 전문가가 ‘맞춤형 솔루션 및 육아 코칭’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이다. 또, 금쪽같은 내 새끼를 위해 가족이 변하는 리얼 메이크오버쇼라 칭하며 대한민국 부모들의 영원한 숙제인 육아를 도와주겠다고 자처한다.

 

 

1.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만천하에


나의 어린 시절 일기장이 공개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누군가는 단순히 민망함을 넘은 수치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 클립에 어린이들의 사생활을 ‘박제’한다. 아이의 실명과 부모님, 가정 형편이 공개되고, 학교, 유치원 등 아이가 다니는 모든 곳에는 관찰 카메라가 달려있다. 이전에 방영했던 유사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경우를 보면,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에 ‘문제아 근황’,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레전드’와 같이 이차적으로 생산된 콘텐츠가 종종 업로드 되곤 한다. 제목만 봐도 이미 누군가의 어린 시절에 부정적 낙인을 찍은 뒤 업로드 되는 것들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유튜브에 검색했을 때, 조회수 순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클립들을 나열해보면 [#육아지침서-41 바닥에 침을 뱉고 생떼 쓰는 금쪽이! 오은영 박사가 찾아낸 문제점은?!], [“난 아들이 아니라는 거잖아” 엄마의 한 마디에 폭발해버린 금쪽이의 화]와 같고, 아이의 다소 자극적인 행동을 묘사한 제목의 영상들이 조회수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클립 제목에 드러난 문제 행동이 얼마나 극단적인지가 궁금해 영상을 클릭한 사람들도 꽤 있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는 곧 위에서 언급했던 2차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콘텐츠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의 변질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방송에 출연했던 아이가 나중에 컸을 때 자신을 바라봤던 수많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접하게 된다면 어떨까? 아이 본인에겐 단지 어렸을 때 뭣도 모르고 했던 행동일 수 있는데, 그것이 평생 따라다니는 ‘문제아’ 꼬리표를 만들어준다면 어떨까? 가까운 가족에게도 어렸을 적 일기장을 보여주는 것은 꺼려지는 일인 만큼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공개하는 이 방송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룸에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 특수적인 상황에 대한 육아지침서?


위에서 언급했듯 <금쪽같은 내 새끼>는 유튜브에 클립들을 올린다. 이 클립들의 제목을 보면 아이의 특정 행동을 강조하며 관심을 끌 만한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사용하고, 앞에 ‘육아지침서’라는 말을 붙인다. 영상의 제목에 아이의 특수적인 행동을 왜 굳이 노골적으로 묘사했는지에 대해서는, “비슷한 문제 행동을 가진 아이의 부모가 쉽게 정보를 찾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옹호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점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일단 출연하는 아동들이 특수한 케이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택적 함구증은 0.03-1%의 비율로 나타나고, 만성 투렛 증후군은 일시적인 틱 증상을 보이는 10-15% 아동 중 1%의 비율로 나타나는데, 이 프로그램은 이런 증상을 가진 아동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부모님에게 폭력을 하거나 강박증이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전에 방영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관련된 연구 하나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진행한 이 연구 에서는 TV 부모코칭 프로그램 중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대한 교사와 부모의 인식을 살펴보았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부모들이 가진 비판적 인식은 ‘과도한 유아 사례의 제시’였다.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겠지만, 애초에 사례 자체가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적용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금쪽같은 내 새끼>는 연구 사례로 제시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비해 더욱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솔루션은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전반적으로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회차 정보를 보면 실제 육아 상황에서 보기 어려운 특수적인 상황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여전하고, 이를 ‘육아지침서’라는 영상 시리즈로 만들고 있다. 마치 모든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만 같은 ‘육아지침서’라는 특별한 의미는 영상 속 특수한 상황에 의해 옅어진다. 이 프로그램이 정말 육아지침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 출연 아동 선정의 기준을 조금 더 넓혀야 할 것 같다.

 

 

3.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니까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잘하고 있는 점도 있다. 일단 모든 패널들이 육아 솔루션에 마음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화면 너머로 느껴진다. 출연한 당사자의 사연에 공감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또, 모든 게 일방적인 부모의 탓 또는 일방적인 아이의 탓임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출연하는 오은영 박사는 아이에게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공감한다. 부모의 사연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는 편집 방식에서 이 부분에서의 노력이 많이 보였다. 이전의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에서 대부분 ‘아이가 문제아가 된 것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 탓’임을 강하게 보여주었던 것과 대비된다.

 

또, 유튜브 클립을 올린 이후 해당 영상의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차단한 것 역시 잘 유지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악성 댓글이 달릴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영상의 2차 가공과 유포를 통해서도 출연진에 대한 타 커뮤니티에서의 무분별한 비난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추가로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최대한 아이의 익명성을 보장해주려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튜디오 내에서는 출연 아동을 ‘금쪽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관찰 카메라에서의 아동은 그대로 실명으로 불리곤 한다. 조금씩 나오는 아동들의 실제 정보가 나중에 해당 아동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방송 이후 아이가 겪을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 ‘방송용’으로만 아이들이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좋은 기획 의도를 갖고 방영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개선하며 TV에서 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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