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희망, 여정, 존재 그리고 삶 - 마이그레이션

마이그레이션_샬롯 맥커너히
글 입력 2023.06.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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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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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부리와 같은 색으로 한 쌍을 이룬 듯한 다리, 

매끄럽고 까만 머리, 

쌍날 모양의 꼬리와 베일 듯 날카로운 한 쌍의 날개까지. 

우아함 그 자체였다.”

  

 

‘샬롯 맥커너히’의 ‘마이그레이션’은 기후 변화로 많은 동물들이 멸종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북극제비갈매기의 흔적을 따라가는 주인공 ‘프래니’의 여정과 존재의 희망을 세세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책을 읽으며 벅찬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다. 깃털의 촉감과 북극의 추위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섬세한 묘사와 날카로운 문체,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따뜻한 희망이 돋보였다. 삶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니는 한 여성의 여정과 인간을 한없이 작아 보이게 하는 자연을 상상하니 영화 ‘노매드랜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주요 소재는 바로 자연을 대표하는 북극제비갈매기, ‘새’이며 이야기 전체를 움직이는 건 단연 ‘새’의 이동이다. 북극제비갈매기는 여름철 북극에서 번식을 하고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남극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번식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자신의 고향인 남극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1년 동안 약 7만 900km를 이동한다. ‘프래니’는 지구 상에 얼마 남지 않은 북극제비갈매기의 흔적을 쫓기 위해 이들의 다리에 추적기를 설치하고 ‘에니스’가 이끄는 ‘사가니호’에 올라탄다. ‘새’의 이동은 인물들의 이동을 이끌고 이들의 모든 움직임은 책을 이끄는 주요 설정이 된다.

 

북극의 추위와 파도의 변덕을 극복하며 새들의 흔적을 찾는 배 안에는 희망이 넘친다. 누군가는 생물의 한 종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품고 누군가는 만선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이들의 희망은 곧 북극제비갈매기의 존재이다. 새는 희망이다. 지구 차원으로 봤을 때 존재는 멸종을 막는 희망의 씨앗이며, ‘프래니’에겐 남편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랑이자 삶의 희망, ‘에니스’에겐 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소속의 희망이다.

 

이 모든 희망은 지구와 연결된다. 한 생물의 존재가 다른 생물의 존재에 큰 영향을 주며 우리 모두는 서로 공생하며 멸종하지 않고 존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간이 겪는 자연재해와 재난이 아닌 희망으로 푼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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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새를 쫓는 여정은 그녀의 인생에서 주요한 두 번째 여정이다. 첫 번째 여정은 바로 그녀의 어머니를 찾는 여정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집에서 사라진 어머니를 찾기 위해 호주와 아이슬란드를 오간다. 그녀는 호주의 억양과 아이슬란드의 억양이 섞인 특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어머니는 그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존재다. 그녀가 어머니를 찾는 과정엔 그녀 몸에 흐르는 피의 역사를 찾는 여정이 포함되어 있다.


즉, 어머니의 존재는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고 이는 그녀의 두 번째 여정인 새를 쫓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띄며 나타난다. 새의 존재는 남편과 나눴던 사랑의 존재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새로 만나 새를 보고 새를 연구하며 새를 위해 살았던, 그리고 새로 인해 남편을 잃었던 그녀의 삶이 한 생물의 멸종으로 부정되기 참을 수 없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머니가 살아있진 않을까 하는 희망과 새가 살아 있진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그녀는 이동했다.

 

그녀는 새처럼 이동했다. 여정의 여정을 반복했던 그녀는 어쩌면 새가 아니었을까. 새를 쫓기 위해 그녀가 올라탔던 ‘사가니호’의 ‘사가니’는 이누이트 언어로 ‘까마귀’를 의미한다. 그녀가 어렸을 때, 동물들이 많이 멸종하기 이전에 그녀는 집 앞마당에 찾아오던 까마귀에게 먹을 것을 던져 주기도 했다. 그리고 까마귀가 물고 온 잡동사니를 박스에 담았다. 그녀가 떠났던 모든 여정엔 과거가 있다. 미래의 희망을 찾기 위해 과거의 추억에 몸을 싣고 현재의 위험에 맞선다.

 

 
“삶에 대한 단서. 곳곳에 숨겨져 있단다.”
 

 

어쩌면 그녀가 새의 방식(자연의 방식)을 따라 삶의 의미를 찾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물고기를 찾아 여정을 떠나는 새의 움직임처럼, 우리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삶에 대한 단서를 찾아 이 무거운 몸뚱어리를 근육을 써가며 움직이는 건 아닐까?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그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다시 단서가 된다. 하나의 존재는 살아가겠다는 또 다른 존재의 흔적이 되어 살아갈 길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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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서를 따라 남극에 도착해 눈앞에서 펄럭이는 수많은 날개를 비로소 봤을 때, 그녀는 눈 위에 버티고 있는 두 다리를 느꼈을 것이고 기도에 들이닥치는 산소를 느꼈을 것이다. 아, 살아있구나. 북극제비갈매기의 존재를 목도하고 자신의 존재를 느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각한 기후 변화 속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을 “살려내야 한다는” 주인공은 어느새 “살아가야겠다는” 삶의 의지를 다진다. 남극의 차가운 물은 그녀를 물 밖으로 밀어내고 그녀의 두 다리는 힘차게 움직이며 다시 한번 숨을 크게 쉰다.

 

존재의 확인은 두 눈으로 직접 봄으로써 이루어진다. 상상으로 완성된 이 소설엔 지독한 현실주의와 경험주의가 내재되어 있다. 한 생물의 종이, 한 인간의 삶이 눈앞에 보이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설령 그게 잔인할지라도 현재 진행되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낙관적인 희망으로 포장만 할 수는 없을 터다.

 

이런 점이 저자의 날카로운 문체에 나타나 있다. 하지만 날카로운 문체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현실을 직시하되 따뜻하게 직시하자. 어쩌면 이 심각한 현실과 인간의 희망 모두를 무시할 수 없는 저자의 시선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삶의 단서는 이 시선으로만 보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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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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