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과 미술이 만나면! -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뒤피, 행복의 멜로디

글 입력 2023.06.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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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현대 서울에서 5월 17일 부터 개최한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뒤피, 행복의 멜로디’ 전시에 다녀왔다. ‘라울 뒤피’는 20세기 주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풀어냈다.

 

또한, 전시 내 작품은 전 세계에서 ‘라울 뒤피’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의 오리지널 작품 130여 점과 12개의 섹션으로 구성하여 뒤피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1. 라울 뒤피, 그는 누구인가


 

라울 뒤피(1877~1953)는 프랑스 르아브르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예술과 음악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성장했다.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이른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라울 뒤피는 15세 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우고 인상주의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앙리 마티스 작품에 깊이 매료되어 야수파 대열에 합류하며 밝고 경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나간다. 또한, 그의 예술 세계 주제라 할 수 있는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작품 속에 녹아들게 하며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다.

 

지금까지도 라울 뒤피의 작품은 보고 있으면 절로 밝고 화려하며, 때론 은은하면서도 편안한 색채감으로 마음에 평화와 여유를 가져다준다.

 

 


2. 라울 뒤피의 다채롭고 독창적인 예술 세계


 

먼저, 전시를 들어서면 흘러나오는 클래식이 우리를 맞이한다. 처음 입구에 맞이하는 드뷔시의 달빛. 라울 뒤피가 생전 좋아했던 클래식 음악가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눈높이에 걸려있는 작품들이 그 공간을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고 몰입하게 했다.


필자는 이번 전시를 들어서기 전, 그의 예술세계의 깊은 내면을 알고 싶어서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관람했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며 전시된 작품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 보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떠오른 세 가지의 키워드가 있었는데 바로 밝음, 다양성, 독창성이었다.


먼저, ‘밝음’을 키워드로 삼은 것은 뒤피의 그림들의 색채가 대체로 화려하고 밝은 이유에서였다. 해안 지역을 그린 작품이나 여행을 다니며 보았던 여행지를 그린 작품 등을 보면 그랬다.(참고로 전시 작품에는 여행지나 자연 그리고 신화를 작품에 표현한 것들이 많다.) 작품 속에 표현된 해안가와 주택들 그리고 헤엄치는 여인과 조개껍데기, 화물선 등을 그린 작품이나 내리쬐는 밝은 낮에 그린 듯한 여행지의 풍경들은 색채감과 율동성을 주었다.


그리고, 라울 뒤피의 작품 속 풍경을 상상하며 필자는 맑게 게인 날에 태양이 비추는 곳에서 자연이나 도심을 느끼며 걷는 모습들이 떠올랐다. 알고 보니 실제로 라울 뒤피가 생애에 여행을 많이 다녔고 여행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날 때마다 작품으로 그 모습을 기록했다고도 했다. 알고 나서 다시 보니 왜 그림에서 행복한 기분 좋은 감정이 느껴지는지 알 것 같았다.

 

 

La Place Saint-Gervais à Falaise, 1906.jpg

La Place Saint-Gervais à Falaise,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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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addock à Deauville, 1930

 

 

한편, 역으로 그가 죽기 전에는 그렸던 ‘검은 화물선’ 연작에서는 기존 라울 뒤피가 사용하던 밝고 화려한 색채와는 다르게 검은색을 사용해 그린 작품 또한 있다. 이를테면, 태양의 빛에 반사되는 바다를 볼 때 순간적으로 눈이 부셔서 검게 보이는 현상을 검은색으로 그려 어두운 색채로 그려진 작품 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단순히 하나의 시각적인 현상으로 별다른 기록이나 의미 없이 지나쳤을 수 있는 잔상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며 예술가는 사소한 현상이나 특징 하나도 놓치지 않는 점을 한 번 더 배웠다. 그리고, 그의 설명 중 독창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작품에 구현했다는 것에 공감이 갔다.

 


Cargo noir à Sainte‐Adresse, 1948‐1952.jpg

Cargo noir à Sainte‐Adresse, 1948‐1952

 

 

두 번째, ‘다양성’은 그의 작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했다는 점이었다. 12개의 섹션으로 나눈 뒤피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많은 섹션 만큼이나 그가 시도한 미술적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을 알수 있었다. 전시 시작에 있는 연도가 다른 세 점의 ‘자화상’은 인상주의, 야수파, 입체파 작품을 보며 참 하나의 사조에 국한되지 않고 예술적 탐구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화가일 줄은 몰랐다. 전시 내에는 도자기와 태피스트리, 일러스트, 목판화 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 작품들로 가득했다. 특히, 도자기 분야에 대한 뒤피의 관심을 다른 예술가에 비해 늦은 편이다고 했다. 그렇지만, 연도를 살펴보니 도자기를 접한 이후에는 그래도 꽤 긴 시간 동안 도자기 작품 만들기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 같았다.


또한, ‘동물 우화집’ 소재를 차용해 하프를 연주하는 음유시인 오르페우스 모습을 그려 넣은 도자기 작품도 있었다. 라울 뒤피는 종종 신화적 요소를 작품에 표현했는데 이러한 특징 또한 독창적이고 독특한 라울 뒤피의 특징 그대로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세 번째, ‘독창성’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필자가 본 라울 뒤피의 독특한 자연 표현 기법에서 떠올랐다. 특히, 바다를 위 화살표 기호 모양으로, 나무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표시한 부분이 그랬다. 단순한 기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생동감과 역동성을 느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음악이 빠질 수 없는데 특히 음악을 얘기하고 작품으로 표현할 때 그 만의 독창성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음악가 집안으로 태어나고 음악 애호가라 그런지 악기를 그린 작품이나 자신의 아틀리에를 그린 작품으로 표현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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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lier, vers 1940

 

 

특히, <붉은 바이올린> 작품이 그랬다. 뒤피가 가장 애정하는 위대한 작곡가 바흐에게 바치는 작품이자 바이올린 소나타를 많이 작곡한 바흐를 생각하며 그린 작품 그리고 바이올린 위 그려진 악보에 ‘라울 뒤피 음악과 그림’을 자신이 음악과 미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그의 삶에 내재된 음악성 인식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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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violon rouge, vers 1948

 

 

한편, 전시 마지막에 위치한 ‘전기 요정’이라는 작품은 이 전시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자 작품 중 가장 가로가 긴 작품이다. 가로가 긴 거대한 합판에는 시대의 흐름을 담았는데 즉, 고대에서 시작해 현대까지를 그려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이후부터 당대 전기가 발명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전기의 발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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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Fée Electricité (partie gauche), 1937

 

 

이 작품은 왼쪽부터 감상해야 하는데 하나의 작품 안에 인간의 역사가 담겨있는 걸작이었다.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그 의미가 더욱 세세하게 다가왔다. 특히, 산업화 혁명으로 산업 시설과 기차역, 조선소가 들어오는 모습과 각 시대를 대표했던 위대한 위인들 즉,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와 아르키메데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토마스 에디슨, 마리 퀴리 등 수많은 위인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낸 발명품과 관광지 등을 세세하게 그려놓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3. 라울 뒤피 전시 내 글귀를 보며 느꼈던 생각들


 

필자는 전시를 볼 때 전시장 안의 글귀를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이번 전시에는 ‘전기 요정’ 작품을 제외하고 사진 촬영을 어려워서 사진을 찍는 대신 휴대폰 메모장을 꺼내 그 글귀를 옮겨 적어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과 그것을 보며 느꼈던 생각들을 간단하게 몇 가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하나는,

 

‘내가 말하는 색채란 본연의 “색채”가 아니라 물감의 색 화가의 언어를 이루는 단어와도 같은 팔레트 위의 “색채”를 뜻한다.'

 

같은 색이라도 혹은 색채가 담고 있는 본연의 색이라도 화가가 어떻게 작품에 녹여내는 지에 따라 작품의 의미와 느낌과 스타일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 글귀를 읽으면서 뒤피가 전달하고 싶었던 색채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또 다른 것은,

 

‘자연을 탐구하자. 예술가같이 구상하고 장인처럼 만들어내자.’

 

자연을 탐구하기를 예술가처럼 구상하되 장인처럼 만들어내자 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생각을 자유롭게 하되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그 철학이 좋았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사물의 외양이 아니라 그 실재의 힘을 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귀를 보고 사물을 그릴 때 단지 겉모습만을 그대로 따라 옮겨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이 보고 느낀 경험을 통해서 사물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했다. 단순히 따라 그리기에 그치지 않고 그 안의 내포된 실재의 의미를 담아 그린다는 생각이 의미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제일 고점에서의 태양은 검은색이다. 그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 검은색은 지배적인 색이다. 검은색으로부터 출발해서 색채들의 대비를 통해 빛을 발견하는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태양’하면 붉은 색의 이미지부터 떠오르는데 라울 뒤피는 고점에 있을 때의 태양을 생각하며 검정색을 떠올렸다. 이 점에서 참 신박하다 생각했고, 색채의 대비를 빛이 없는 검은색으로 출발해 색채의 대비를 통해 빛이 있는 색채로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 적었다. 태양을 그리고 색채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음을 배우기도 했다.


다양한 섹션으로 나누어진 전시 구성으로 다채롭고 다양한 라울 뒤피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실제 작품을 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고 유익했던 전시였다. ‘라울구 뒤피 - 행복의 멜로디’라는 전시 제목처럼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가 그야말로 ‘행복의 멜로디’로 다가와 기분 좋은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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