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예술가로서의 삶을 한칸씩 쌓아 올린 화가 [전시]

더현대 서울 2주년 기념 특별전,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전 뒤피, 행복의 멜로디>를 향유하며
글 입력 2023.06.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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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은 “MZ 세대의 성지”라는 수식어로 일컬어진다. 기존 백화점의 개념을 넘어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벌 K 콘텐츠의 집결지 더현대 서울과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이 만나,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전 뒤피, 행복의 멜로디>를 더현대 서울 6층 ALT. 1에서 개최한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이다.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퐁피두 센터는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하여 1977년 개관하였으며, 라울 뒤피 작품의 최대 소장처이자, 피카소, 칸딘스키, 마티스, 샤갈 등 120,000여 점의 방대한 근ㆍ현대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877년, 프랑스 르아브르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라울 뒤피는 음악과 예술을 매우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성장했다. 이른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뒤피는 15세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으며, 인상주의에 심취했으나, 이후 마티스 작품에 깊게 매료되어 야수파 대열에 합류한다. 이후 뒤피는 밝고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독창적인 화풍으로 평생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오늘날에도 뒤피의 밝고 화려한 작품들은 그 앞에 선 관람객들로 하여금 근심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세상의 축복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과 더현대서울, 지엔씨미디어가 주최하고, 주한프랑스대사관이 후원하는 금번 전시는, 20세기 주요 예술가 중의 한 명인 라울 뒤피의 작품 세계를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선보인다. 라울 뒤피 작품의 최대 소장처인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의 수준 높은 작품들로 구성되며,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뒤피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전시는 뒤피의 최대 역작이자, 전기와 빛의 시대에 대한 경외와 찬사를 환상적인 색채와 선으로 표현한 “전기 요정”의 연작 오리지널 작품이 전시된다. 총 130여 점의 작품을 12개 주제로 구성하였으며,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공간 연출과 함께, 축복과 기쁨의 화가 라울 뒤피의 예술적 여정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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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portrait, 1898

 

 

라울 뒤피전에서 자화상 3점이 전시의 서막을 연다. 그 시기가 저마다 다른 작품들로, 서로 매우 다른 스타일로 완성된 작품이다.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로 나타난 자화상 3점은 본인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뒤피의 여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가적 면모를 '행복의 멜로디'라는 대주제 안에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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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de Grasse, vers 1930

 

 

라울 뒤피는 생애에 걸쳐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고,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풍경을 만날 때마다 작품으로 그 모습을 기록했다. 프랑스 북부 해안 지역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뒤피는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위의 작품인 '그라스의 전경'은 가로 길이가 이례적으로 긴 작품이다. 작품 중앙에 묘사된 나무에 의해 둘로 나뉜 화면 양쪽에는 분수대 와 야외 음악당이 그려져 있는데 이 두가지의 소재는 뒤피의 작품 에서 종종 도심을 표현하는 요소로 사용되고는 한다.

 

같은 하늘 아래 두가지의 장면이 분리된듯 통합된듯 표현된 모습이 이상하게 안정감을 준다.

 


Cargo noir à Sainte‐Adresse, 1948‐1952.jpg

Cargo noir à Sainte‐Adresse, 1948‐1952

 

 

라울 뒤피는 뛰어난 색채의 화가로 일컬어지지만, 밝은 색채를 역으로 강조해주는 어두운 검정색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착을 가졌다. 그는, 태양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볼 때 순간적으로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를 어둡고 넓은 색면으로 표현하고자 하며 검정색을 사용하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검은 화물선 연작을 보면, 검은 빛이 공간 전체를 뒤덮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많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이,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별안간 어두워지곤 했던 모습을 작품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그는 간혹 물감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프 끝으로 긁어서 배의 형태를 표현 하기도 했다. 검은 화물선 연작은 화가의 생전에 단 한번도 전 시되지 않은 작품들로, 화가가 남기는 유언과도 같은 의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뒤피는 자신의 삶과 그림을 연결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뒤피가 살아온 삶이 행복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평생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며, 공황과 전쟁을 겪었다. 뒤피만이 그의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겠지만, 뒤피의 어두운 검은빛까지 마음에 남기를 바란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예술가로써의 삶을 한칸씩 쌓아올린 화가 뒤피의 태도가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이번 전시는 미술사적인 가치 뿐만 아니라, 라울 뒤피 스스로에게도 남다른 가치와 의미를 가졌던 컬렉션을 총망라하여 보여주는 전시임이 느껴졌다. 그렇게 많은 작품이 있는데 작품에 대한 큐레이션 텍스트가 작품마다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무료 도슨트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사람이 몰려서 뒤에 서있는 사람들은 도슨트를 들으면서 바로 작품을 향유하기 어려웠다. 도슨트를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뒤피의 예술성을 이해할 수 있는 큐레이션 부분이 좀 더 있었다면, 일반 관람객들이 훨씬 쉽고 풍요롭게 전시를 향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전시장에서는 클래식 느낌의 BGM이 흘러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노래인지 궁금하였다. 전시 초반이나 끝부분에 전시와 관련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라면 설명을 담아 스토리텔링한 부분이 있었다면 더 감명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사물의 외양이 아니라 그 실재의 힘을 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To paint is to draw an image which is not the appearance of things, but the force of their reality"

 

 

이렇게 뒤피는 그림을 통해서 실재의 힘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장르적으로 디자이너, 삽화가, 민중 예술가로 살아오며 다양하게 화풍을 바꿔온 그의 모습에서 정답은 없음을 새삼 느꼈다.

 

하고 싶은 게 많고 무얼 해야 잘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은 요즘, 한 가지를 끈기 있게 오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싫증이 나있었다. 다양한 도전이라는 말은 사실 빨리 싫증 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내 변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이 옳기만은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뒤피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변화에 대해 두려움 없이 다양한 작품을 그려온 뒤피는 누구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뀐 화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건네는 뒤피의 작품에서 따뜻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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