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머나먼 저곳의 세계, Part of Your World [음악]

영화 <인어공주> OST Part of Your World
글 입력 2023.06.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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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동화책 속 인어공주가 사는 바다 세계는 어떤 곳일지 매우 궁금했고 화면으로 본 해저는 아름다운 바다 생물과 푸른 바닷속의 포근함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는 막연하게 인어공주가 존재하는지 궁금했고 육지가 아닌 바다 깊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도 가득했다. 


그런데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을 부러워한다고 했던가. 인어공주 역시 인간이 사는 세상을 동경하며 그곳으로 가기를 꿈꾸고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 깊은 곳에서 사는 여러 명의 인어공주 중 막내 에리얼은 인간세계를 상상하며 바닷속 너머의 세상을 꿈꾼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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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na be where the people are

(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I wanna see, wanna see them dancing

(보고 싶어, 그들이 춤추는 광경을)

Walking around on those... what do you call’em?

(그걸로 걸어 다닌다던데...그게 뭐더라?)

oh- feet!

(맞아, 다리!)


 

인간으로서 대부분이 가지고 태어나는 다리는 그들에게 있어서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지만, 지느러미로 헤엄치는 에리얼은 인간의 다리를 신기하게 여긴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다리로 걷고 춤추기를 원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갈망한다. 인간 세상으로 가서 그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들과 걷고 뛰는 것을, 푸르고 차가운 바다가 아닌 뜨거운 태양이 비추는 곳에서 자유로운 나날을 보내는 것을.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꿈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에리얼의 아버지는 그녀가 바다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인간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고 그때부터 그는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줄곧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에리얼은 바다 위로 올라가는 것부터 여러 장애물에 부딪힌다. 아버지의 감시를 피할 수 없기에. 

 

 

When’s it my turn?

(내게 그런 날이 올까?)

Wouldn’t I love, love to explore that shore up above?

(저 너머의 것들을 사랑해선 안 되는 걸까, 탐험해선 안 되는 걸까?)

Out of the sea

(바다를 벗어나)

Wish I could be

(꿈을 이루고 싶어)

Part of that world

(세상의 한 사람으로 말이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에리얼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갈망했던 육지를 향해 나아간다. 마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준 대가로 얻은 다리를 가지고. 막연하게만 상상했던 모습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영화 속 에리얼은 왕자와 함께 인간 세상을 마음껏 경험한다. 예쁜 꽃을 보고 상인들이 파는 물건을 구경하며 거리를 돌아다닌다. 많은 사람이 모인 왁자지껄함을 경험하고 더 넓은 세상을 갈망한다. 모험심과 호기심을 가졌다는 데서 공통점을 발견한 왕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보며 에리얼은 줄곧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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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꿈을 꾸며 호기심을 가진 에리얼의 반짝이는 자세는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나오는 노래로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 ‘인어공주’ 하면 빠질 수 없는 OST인 ‘Part of Your World’는 호기심 많은 순수한 소녀 에리얼의 꿈과 동경,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관객 역시 인간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그녀를 응원하게끔 만드는 노래이다. 

 

이때 관객의 응원에 힘을 실어준 건 에리얼의 목소리다. 그녀의 청량감 가득한 맑은 목소리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존재했던 인어공주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이는 왕자가 에리얼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에 빠진 것, 마녀가 에리얼의 목소리를 탐낸 것에 신빙성을 불어넣어 준다. 다시 말해 에리얼의 주된 매력은 외모보다는 ‘목소리’라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것에서부터 많은 논란과 난관에 부딪혔다. 가장 큰 이유는 에리얼 역할의 배우를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로 캐스팅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디즈니 속 공주들의 모습과 비교해보았을 때, 에리얼의 모습은 사람들의 실망감을 더했고 SNS에서는 ‘낫마이에리얼’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등의 캐스팅 반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흑인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것을 넘어서 배우에 대한 외모 지적과 평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봐 온 공주의 모습은 하얀 피부와 고운 머릿결, 그리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자로 비춰졌기에, 새로운 인어공주인 할리 베일리의 모습이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비난이 표출된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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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문제다. 매체에서 묘사된 공주의 모습은 어느새 우리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박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공주의 형상화는 자연스레 외모에 치중을 둘 수밖에 없어졌다. 

 

이제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편견을 타파할 때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익숙함과 학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우리의 편견을 깨주고자 용기 있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화 속 에리얼은 여러 위험과 난관에 적극적으로 맞서며 진취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존의 수동적인 공주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자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많은 위험을 이겨내고 다시 새로운 여정에 선 에리얼에게 아버지는 '너의 뜻을 전하기 위해 네 목소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좀 더 넓은 의미로 보자면 다수가 표출하는 혐오의 목소리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도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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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 따르면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한 이유는 그녀의 목소리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관 속에서 흘러나오는 에리얼의 목소리는 인간세계를 꿈꾸는 소녀의 호기심을 표현하기에 충분히 깨끗하고 아름답다. 


그러니 이제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편안한 자세로 할리 베일리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떤가. 에리얼이 늘 꿈꿔왔던 머나먼 저곳 인간세계처럼, 우리도 마음 한편에서 막연하게 그려왔던 저마다의 찬란한 이상향의 세계가 넓게 펼쳐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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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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