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 밤 파리로 떠나다,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낮보다 아름다운 밤의 미술관으로
글 입력 2023.06.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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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고 고뇌로 가득한 하루들 사이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그림을 그려낸 화가들의 명작을 만나고 싶다면 조용히 미드나잇 뮤지엄의 문을 두드려보길 바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 “낮보다 아름다운 밤의 미술관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저자 박송이는 12년간 파리에 있으면서 직접 방문한 가장 인상적인 미술관을 소개한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인 그는 루브르나 오르세 같은 유명한 미술관부터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관람할 수 있는 한적하고 작은 미술관들을 골고루 선보인다. 모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마르모탕 미술관과 화가의 집이 곧 미술관인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이 그곳이다.

 

7일간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파리의 명화를 감상하고자 미드나잇 뮤지엄의 방문하게 된 한명의 독자로서 인상깊었던 몇몇 작품과 미술관을 소개해보려 한다.

 

 

 

프랑스 문화의 화려한 꽃, 오르세 미술관 폴 고갱,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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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 <황생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Day1,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를 소개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에드가르 드가의 <발레 수업>,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줍기>는 모두 어디선가 들어보거나 그림을 보면 굉장히 친숙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폴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은 익숙하지만 화가의 이야기는 들은 바 없어 궁금함을 자아냈다.

 

소설 <달과 6펜스>의 표지로 익숙한 폴 고갱의 그림이다. 사실 소설에서 묘사하는 주인공 또한 폴 고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한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흥미로운 존재로 만든 것인가. 알려진 사실 중에서도 증권가에 있다가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점이 그의 특이한 이력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던 삶에서 궁핍하고 무명한 생활까지 극적인 삶을 살아온 그의 불안과 고뇌는 그림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림 전면에 인물은 화가 본인으로, 강렬한 인상과 그 위로 드리운 햇살이 음영을 강조하며 그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배경에는 그가 이전에 그렸던 두 작품이 보인다. 왼쪽에 <황색 그리스도>는 이전에 그린 그림으로 얼굴 좌우 대칭이 이전 작과 다른 것으로 보아 그림을 뒤에 두고 거울로 보며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을 투영하기 위함이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희생한 그리스도와 화려한 생활과 아내와 다섯 자식들을 버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예술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자신을 동일시 한 것이다. 그렇기에 두 인물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그려진 게 아닐까. 또한 그가 사용한 색채들은 기존의 인상주의가 표현주의로 흘러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상의 색채를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것을 초월한, ‘내 마음대로’ 색채를 해방시키는 것. 그의 화풍은 그림에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풍족하고 다채로우며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그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18-19세기 초 작품을 담은 온실,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를 사랑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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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수련

 

 

‘오렌지나무’란 뜻으로 한때 오렌지 나무를 비롯한 열대 식물을 관리하던 온실이었던 오랑주리 미술관을 1921년부터 프랑스 국립 미술관에 편입돼 지금의 미술관이 되었다. 대표작은 클로드 모네의 대형 수련 연작이다. 두 층인 건물의 한 층이 전부 <수련>을 위한 공간인데, 이는 인상주의의 대가인 모네가 자신의 작품을 위해 직접 기획한 것이다.

 

고흐나 고갱과는 달리 살아있을 때 대성한 모네는 그 부를 통해 새로운 땅을 매입하고 강을 끌어와 평생 300여 점의 그림을 그려낸 곳, ‘물의 정원’을 만들었다. 일생 이어온 야외 작업으로 인한 백내장,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아내와 아들의 죽음에도 그는 작업을 계속했다. 벽 전체를 장식한 방을 만들고 싶었던 모네는 염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 그것을 만들어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게 완성된 공간은 무한대 기호 형태로 이어진 두 타원형 방으로, 수련 앞이 아닌 수련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대형 스크린으로 환상적인 자연공간을 만들어내는 뉴미디어 공간과도 같은 이 곳을 모네는 1920년대부터 구상해왔다는 것이 경이롭다. 미술관에 걸린 22점의 <수련>과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 그 안에 오랫동안 앉아 빛에 따라 변하던 풍경을 보는 자신을 상상해본다. 물의 정원에서 눈이 멀어가며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도 이와 같았을까. 전생 이후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던 모네와 역시나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 대해 생각한다.

 

 

 

하루의 끝, 혼자 떠나는 파리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미드나잇 뮤지엄>은 그래서 밤의 미술관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기나긴 하루의 끝, 저 먼 과거의 나와 비슷한 하루를 보냈을지 모르는 화가와 그들의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네 권의 <미드나잇 뮤지엄> 시리즈의 첫 여행인 ‘파리’로의 여행은 충분한 위로를 건넨다. 관람객들이 유독 감동받은 약 40개의 엄선된 작품들을 보며 작품의 탄생 배경과 사조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은 물론, 그들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훗날 문화예술의 집적지인 파리를 방문하여 두 눈으로 작품들을 보고 싶다.

 

다음 시리즈인 ‘이탈리아’, ‘뉴욕’, 그리고 ‘유렵’ 여행을 기대하며 Au revoir.

 



[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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