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찬란한 빛 한 줄기를 좇아 도달한 곳 - 인어공주 (2023) [영화]

물속에도 중력은 존재하니까
글 입력 2023.05.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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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꼬리로 자유롭게 바다를 가르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인어공주. 아름다운 바다에 사는 인어공주는 찬란한 빛이 비치는 수면 위를 동경했고, 결국엔 육지를 거니는 인간을 사랑하고야 말았다.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동화에서는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역경을 딛고 왕자와 결혼한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모두 인어공주의 모험과 사랑 이야기를 안다. 


디즈니는 2023년,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다시 스크린에 올렸다.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화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에리얼 역은 할리 베일리, 에릭 왕자 역은 조나 하워킹이 맡았으며, 바다 마녀 울슐라로는 멜리사 맥카시, 바다의 왕 트라이튼 왕으로는 하비에르 바르뎀이 캐스팅되었다. 에리얼의 든든한 조력자인 세바스찬과 플라운더, 그리고 스커틀로는 다비드 디그스, 제이콥 트렘블레이, 아콰피나가 그 목소리를 연기했다. 


<인어공주 (2023)>은 개봉 전부터 여러 화제에 오르며 큰 관심을 받아왔다. 필자 역시 그를 비롯한 여러 갑론을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고, 개봉하자마자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인어공주 (2023)>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이 영화를 재밌게 감상했던 포인트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포스터 3.png

출처-Disney

 

 

가장 첫 번째로 <인어공주 (2023)>는 사운드트랙을 비롯한 음향이 훌륭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인어공주>의 가장 큰 키포인트는 에리얼의 아름다운 목소리였기 때문에 필자는 돌비 시네마에서 <인어공주 (2023)>를 감상했다. 돌비 시네마는 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제공하며 공간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돌비 애트모스를 도입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광고가 아닌 내돈내산임을 밝힌다.)


이는 정말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돌비 사운드로 감상한 ‘저곳으로 (Part of Your World)’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할리 베일리의 목소리는 순수하면서도 묵직하게 마음을 울렸다. ‘신비한 바다 밑 (Under the Sea)’는 경쾌하게 흥미를 돋웠고, ‘입 맞춰 (Kiss the Girl)’은 분위기를 전환하면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인어공주>의 사운드트랙은 워낙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풍부한 음향으로 들을 수 있어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또한, 기존의 가사와는 다르게 일부 수정된 가사로 보다 인상 깊은 사운드트랙을 완성했다.


돌비 사운드는 단순히 사운드트랙에서만 진가를 발휘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음향의 수준을 끌어올려 주어 영화에 한껏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바닷물이 흐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사방에서 들려와 마치 바닷속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한편, 베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더욱 섬세하게 들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꼭 돌비 사운드가 아니어도 훌륭한 음향과 사운드트랙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꼭 영화관의 음향으로 감상하기를 바란다.

 


포스터 2.png

출처-Disney

 

 

영화의 연출이 두 번째 감상 포인트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닷속을 구현한 연출이 훌륭했다. 


<인어공주 (2023)>에서는 바닷속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연출한다. 에리얼을 비롯한 인어가 살아가는 바다와 바다 마녀 울슐라가 사는 심해, 그리고 난파선이 가라앉은 바다의 끝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각 바다의 이미지를 다르게 연출하면서 다양한 시각적 자극을 준다.


인어들이 살아가는 바다는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풍긴다. 빛이 잘 들어오는 맑은 바다는 알록달록한 물고기와 산호 등으로 가득해 발랄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특히 ‘신비한 바다 밑 (Under the Sea)’에서 이 색감이 도드라지게 표현되는데,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해줌과 동시에 에리얼이 살아가는 바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었다. 


반면, 울슐라가 사는 심해는 한껏 어둡고 섬뜩하게 연출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과 무서운 생김새의 바다 생물들이 가득한 심해는 울슐라의 상황과 성격을 그대로 담아낸 듯 섬찟한 느낌을 준다. 그 어두움 속에서 홀로 형형하게 빛나는 울슐라의 빨판은 음산한 분위기와 오싹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이는 영화 속에서 선과 악의 구도를 명확히 대비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난파선이 가라앉은 바다의 끝은 말 그대로 정말 바다 같았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바다는 수경 혹은 카메라 렌즈를 한 번 거친 바다이다. 그 바닥에 도달하게 되면 바다는 해와 한층 더 멀어져 조금은 어둡고 탁한 느낌마저 든다. <인어공주 (2023)>는 바로 그 느낌을 구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명이 어둡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필자에게는 이 점이 한층 현실적인 바다의 모습을 엿보는 느낌을 주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어공주 (2023)>는 바닷속 세상을 정말 잘 구현했다. 때로는 산뜻하고 친절한 바다를, 때로는 사납고 적대적인 바다를 동시에 그려내며 우리가 가지지 못한 세계를 한가득 선사한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플라운더의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었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현실적인 물고기의 모습이어서 조금은 이질감이 들었다. 동물이 말하고 연기하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일 때 가장 이질감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라이온킹>의 실사화 영화를 감상한 후에도 느꼈던 점인데, 말하고 연기하는 동물 캐릭터가 많은 디즈니는 다음 실사화 영화를 제작할 때 이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

 


포스터 4.png

출처-Disney

 

 

세 번째 감상 포인트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였다.


에리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할리 베일리의 목소리는 에리얼을 연기하기에 완벽한 목소리였다. 당차고 호기심 많은 소녀의 목소리로 부르는 ‘저곳으로 (Part of Your World)’는 단 한 소절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외관 역시 기존의 에리얼이 가지고 있던 중요한 요소를 전부 갖추었다. 보라색과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인어의 모습이나, 진저색 머리카락 등이 그렇다. 


목소리나 외관뿐 아니라, 에리얼의 대표적인 요소는 호기심에 빛나는 눈동자이다. 새로운 인간 세상의 물건을 처음 보았을 때, 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리고 에릭 왕자를 처음 보았을 때. 에리얼의 눈은 그 누구보다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빛난다. 할리 베일리의 에리얼은 정말로 순수하고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빛나는 눈동자에서 넘쳐흐르는 호기심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조나 하워킹의 에릭 왕자 역시 그랬다. 에릭 왕자는 어딘가 철딱서니 없지만, 타오르는 열정과 행동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조나 하워킹은 그런 모습을 잘 표현했다. 울슐라를 맡은 멜리사 맥카시의 연기도 인상 깊었는데, 울슐라의 악랄하면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빌런들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기로 유명한 디즈니답게, <인어공주 (2023)>의 울슐라도 그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세바스찬과 플라운더, 스커틀을 연기한 다비드 디그스, 제이콥 트렘블레이, 아콰피나 역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라이튼 왕과 셀리나 여왕, 그림스비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과 노마 두메즈웨니, 아트 말릭의 묵직한 연기도 좋았다. 아직은 미숙한 에리얼과 에릭을 깊이 생각하는 어른의 면모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는 캐스팅이었다. 배우들은 전부 제 역할을 충분하게 해냈다. 연기의 합도 좋았고, 캐릭터 해석도 훌륭했다. 


<인어공주 (2023)>의 캐스팅이 공개되었을 때 논란이 되었다는 것을 필자도 알고 있다. 기존에 미디어에서 소비하던 인어공주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1989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에 기반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를 이유로 추억 속의 에리얼이 변질되었다는 의견도 보았다. 


그러나, 추억의 에리얼이 그 애니메이션 속 모습이라면 그를 그대로 두면 된다. 실사화 에리얼이 등장했다고 해서 애니메이션 속 에리얼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실사화 영화가 애니메이션 위에 덧씌워진 것이 아니므로, 노랗고 파란 플라운더와 바다를 헤엄치는 에리얼은 여전히 존재할 테다. <알라딘>의 실사화가 나왔다고 해서 애니메이션 속 자스민이 지워지지 않았듯이 말이다. 그저, 각자 머무르고 싶은 추억 속에 머무르면 된다. 


그러므로 실사화 인어공주는 그 누구의 추억도 해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겐 오랜 추억이 될 실사화 인어공주 역시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란다.



포스터 1.png

출처-Disney

 

 

사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가져온 영화이기에 <인어공주 (2023)>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던 흐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안데르센의 이야기도, 디즈니의 이야기도 필자에겐 익숙하기에, 이번에도 똑같은 내용의 인어공주를 만났다. 달라진 건 조금 더 자란 필자 자신뿐이었다. 


어린 날의 필자는 에리얼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 에리얼 뿐인가? 에릭 왕자도 이해가 안 됐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닿지 못할 육지와 바다를 동경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어도, 그 짧은 시간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는 것에는 의문을 가졌더랬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심지어 두 사람은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보다 조금 자란 필자는 이제 약간은 에리얼과 에릭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갈망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원히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한 갈망은 끝이 없다. 마치 바닷물로 갈증을 달래는 것처럼 끝도 없이 몸집을 불려 와 끝내는 온 마음을 잠식하고야 만다. 그걸 어떻게든 손에 쥐고 싶어 발버둥 치는 기분을 이제는 안다.


에리얼은 수면 위로 나아가고 싶어 했다. 지상의 공기를, 자유를 흠모했다. 그리고 에릭은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 싶어 했다. 바다의 파도를, 자유를 흠모했다. 결국 에리얼과 에릭은 자유를 손에 쥐고 싶어 했고, 이들은 서로가 갈망했던 추상적인 개념의 가시적인 대상이 되어주었다. 지상에서도, 물속에서도 중력은 존재한다. 에리얼과 에릭은 서로의 중력이 되어준 것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 그걸 감상하는 이의 생각이 변화함에 따라 색다른 감상을 주기도 하는 게 바로 문화콘텐츠의 매력이다. 정말 오랜만에 그런 기분을 느껴보아서 신선했다. 


*


<인어공주 (2023)>는 분명 잘 만든 영화다. 영화의 사운드트랙과 연기, 연출이 한데 어우러져 기분 좋은 시간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그건 모든 콘텐츠의 숙명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필자에게 <인어공주 (2023)>는 분명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깊은 바다 저 너머를 갈망하는 이로서, 바다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인어는 눈물을 흘릴 수 없어 더욱 고통스럽다고 안데르센은 말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에리얼의 얼굴 위로 흐른 한줄기 눈물은 고통의 산물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가 흘린 눈물의 진정한 의미를 꼭 극장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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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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