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6.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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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학교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책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서로 도서 추천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여러 여학생들에게서 이 책 이름이 나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이 책을 말할 때, 나도 그 책 좋아해! 정도로 공감만 해 주었던 것 같다. 예전에 단숨에 금방 읽었던 책이기도 해서 가볍게 공감하고 넘어갔다. 그때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간다니. 제목이 따뜻한 데서 호기심이 일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문득 도대체 어떤 요소가 아이들의 마음을 끌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책장을 다시 한번넘겨 나갔다.

 

두 인물의 이름이 같은 데서부터 갈수록 결말이 뻔히 예상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제발 내가 예상하고 있는 결말이 소설 속에서 실현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만큼 은유와 은유 엄마에게 완전히 동화되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이 소설이 이렇게 무서운 흡입력을 가진 데는 청소년소설 특유의 간결하고 쉬운 문체와 편지 형식의 재미있는 구성이 큰 몫을 했을 것 같다. 특히 지금까지 접했던 청소년 판타지 소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렇게 편지로 두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 자체는 청소년들에 매우 특이하게 다가왔을 듯하다. 이 특이한 제재가 이야기를 더욱 감동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어떠한 요소 때문일까?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읽는 소설과 이렇게 직접 찾아 읽는 대중소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기존의 교과서 소설 정전은 아비 찾기 모티프로 구성된 소설이 많은 듯하다. 또 흔히 접하는 대부분의 서사가 그랬던 것 같다. 최근에 읽었던 청소년소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방법>>에서도 여여도가 아빠를 찾아 가며 성장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은 아비 찾기 모티브로 되어 있다.

 

한편 이 소설은 아빠가 아닌 엄마를 찾는다는 점에서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기존의 아비 찾기 모티프 유형의 소설보다 조금 더 감성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었다는 느낌도 들었다. 딸과 엄마의 관계라는 점에서 여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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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내용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녀 관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엄마가 나에게 병원에서 의사가 내가 유산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해 주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막연히 들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그 당시에는 내가 죽었다고? 하면서 웃기기만 했지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는데, 책을 읽은 뒤에는 그 순간을 다시 곱씹게 되었다. 

 

만약 청소년 시절 엄마와 함께 이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더불어 들기도 하였다. 그런 마음에 있어 청소년들과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들과 성인 독자 모두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지금 관계 맺고 있는 여러 소중한 인연들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여지를 주는 책인 것 같다.

 

무엇보다 은유의 새엄마가 은유에게 해 주었던 충고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 단순한 모녀 이야기, 가족 이야기, 인연의 이야기를 넘어 작가가 청소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또 다른 메시지는 여기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은유의 새엄마는 '세상에는 너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니 이기적이게 생각하지 말고 함께 살아 가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을 해 주었다.

 

청소년 시기가 유독 자아 중심성이 강한 시기이기도 한 만큼, 바로 이 부분에서 청소년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단순한 말이지만 은유의 상황이 덧대어지니 보다 확실하게 이 말이 와닿았다. 아마 그 충고 후에야 비로소 은유도 아빠가 왜 굳이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겼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고 이해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을 테다. 그것이 바로 은유의 성장이다. 자기만 알고 자기만 중요했던 은유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아빠, 엄마, 새엄마 등 다른 인물들의 입장을 이해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 독자가 저렇게 타인을 이해하는 데까지 시선을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은유의 입장이 되어 보며 조금의 노력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이 자신에게만 향했던 시선을 확장시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 보는 능력을 기르는 행위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소설이 조금이나마 그러한 시도를 권유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한편으로는 두 번째로 책을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최 방치 수준으로 은유를 풀어 놓았던 은유 아빠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은유는 아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텐데, 아빠는 그런 노력을 했을까? 어린 은유는 진정으로 아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은유와 아빠가 화해하는 장면이 후반부에 조금 더 풍부하게 나왔다면 어땠을까? 은유가 모든 것을 다 알게 된 이후의 편지 내용은 더 이상 공개되지 않았는데, 아마 그 이후의 판단은 독자들에게 넘기기 위한 장치인 듯했다. 그 사건 이후 은유는 많은 것을 깨달았을 테고, 많이 성숙해졌을 것이다. 작가는 그 일련의 과정을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도 함께 겪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각자의 결말을 응원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들과 함께 더불어 다시 읽어 보고 싶다.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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