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마음의 평화를 그림에 담다 - 오밀화 작가

글 입력 2023.05.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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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풍경들]포스터.jpg

 

 

보는 순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자극을 주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바라볼수록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 안는 그림도 있다. 오밀화 작가도 그런 그림을 그린다. 오밀조밀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로 ‘오밀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그는 꽃과 자연, 동물이 있는 평화로운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림에 담는다. 다양한 빛의 초록색으로 가득한 그림은 5월인 요즘 볼 수 있는 싱그러운 바깥 풍경과 닮았다.

 

오밀화 작가의 그림은 5월 2일부터 6월 15일까지 ‘카페 바탕’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은 <무해한 풍경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제목이다. 전시가 진행 중인 지난 12일 오밀화 작가를 만났다. 그림을 보며 왠지 자연에 둘러싸여 살아갈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도시 속에서 평범하게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평화로움을 그릴 수 있는 것은 반대로 평화롭지 않은 상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맑은날,나무-오밀화.jpg

<맑은날, 나무> ⓒOMILHWA

 

 

“처음으로 개인전을 하며 제 그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생각해봤는데, 다들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면 좋겠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담아 그렸어요.”

 


카페 바탕 ‘이 달의 작가’로 <무해한 풍경들>이라는 개인전을 여시는데요, 어떻게 카페 바탕과 연이 닿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전시 관계자분이 제 그림을 좋게 봐주신 덕분이에요. 그림을 보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덕분에 ‘카페 바탕’이 있는 원주에도 이번 기회에 처음 가봤습니다. 요즘은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 보니 서로 직접 알지 못해도 이렇게 그림만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무해한 풍경들’이라는 전시 제목도 좋았습니다. 어떻게 정해진 제목인가요? 


‘무해한 풍경들’은 전시 관계자분이 붙여주신 제목이에요. 미팅에서 제가 제목에 행복과 관련된 단어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걸 반영해서 붙여주셨어요. 무척 마음에 들어요. 스스로 제 그림을 보고 무해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그렇게 봐주시니까 감사하죠.

 

 

작가님이 사람을 그리지 않고 자연과 동물 그림을 자주 그려서 ‘무해한 풍경들’이라는 제목이 붙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래도 사람이 있으면 무해한 느낌이 나기가 어려우니까요. (웃음) 자연과 동물을 주로 그리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을 그리던 초반에는 제가 걱정 불안이 많았어요. 그래도 자연이나 동물을 볼 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게 좋아서 자연과 동물을 주로 그리게 되었어요. 계속 그리다 보니 생각이 바뀌어요. 예전에는 자연과 동물이 주는 편안함이 마냥 좋다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고마움도 크게 느낍니다. 

 

 

실제로 자연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시는지도 궁금했어요. 그림만 보면 왠지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사실 것 같았거든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며 자연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지금 그리는 그림은 그때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도시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어서 자연과는 거리가 있죠. (웃음)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을 찾아다녀요. 수목원 같은 곳에 부지런히 다닙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그림 중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그린 그림이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기존 작품인데, 이 전시만을 위해 새롭게 그린 그림이 하나 있어요. ‘매일이 행복한 날’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에요. 이번 전시의 포스터로 사용되고 있는 그림이기도 해요. 처음으로 개인전을 하며 제 그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생각해봤는데, 다들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면 좋겠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담아 그렸어요. 


정말 신기했던 게, 제가 이 전시를 위해 그린 그림이라고 따로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담당자분이 딱 이 그림을 골라서 포스터로 만드셨더라고요. 말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나 봐요.

 

 

시골길_A_Country_Lane-오밀화.jpg

ⓒOMILHWA

 

 

“‘행복한 느낌을 그릴 거야’라는 생각을 일부러 하진 않아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편안하게 그리는 편입니다. 

어딘가에 구속되고 싶지 않거든요.”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작업을 하시며 많이 하는 생각이 있을까요?


어떤 색을 써서 어떤 형태로 그리고 구도는 어떻게 잡을지 고민은 해도, ‘행복한 느낌을 그릴 거야’라는 생각을 일부러 하진 않아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편안하게 그리는 편입니다. 어딘가에 구속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림에서 발견되는 공통점도 있어요. 저는 새를 많이 그리더라고요. 처음 생각했던 풍경에는 새가 없었는데, 그리다 보면 새를 넣게 돼요. 

 

 

평소 어떤 도구로 그림을 그리시는지, 작업 스타일은 어떠한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주로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요. 가끔은 종이에 아크릴 과슈 물감으로 그리기도 합니다. 집보다는 바깥에서 집중이 잘 되어서 야외나 카페에서 그림을 그릴 때가 많아요.


초반에는 일주일에 하나씩 그려야지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딱 정해놓으니까 오히려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이제는 꽂히는 풍경, 장면이 생기면 사진을 찍거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그림으로 그려요. 똑같이 따라 그리기보다 제 나름대로 재해석하거나 상상을 추가해 그립니다. 그리는 기간은 제각각이에요. 하루 만에 다 그리기도 하지만 잘 안 그려지면 잠깐 멈추고 다른 걸 그리다가 돌아오기도 해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때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림을 안 그리고 놀러 나가요. (웃음) 밖에 많이 돌아다니고 새로운 걸 계속 보다 보면 생각이 풀리면서 오히려 다시 집중이 잘 될 때가 많아요. 새로운 소재나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그럼 최근에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몇 달 전부터 요가를 시작했어요. 요가를 하니 새로운 영감도 받고, 생각과 마음도 변하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불안과 걱정이 많은 편이었는데, 요가를 하며 좋아졌어요. 요가를 하다 보니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요. 지금까지 제 그림에는 사람이 안 나왔는데요, 사람을 그려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작가님이 그리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네요. 앞으로 또 새로운 그림을 그리시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그린 그림들 중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 개만 고르기는 너무 어렵고, 세 개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맑은날 나무’, ‘A Country Lane’, ‘초록이 가득한 호수공원’. 이 세 그림은 계속 봐도 좋고, 다시 그려도 똑같이 못 그릴 거 같아요. 그림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제가 그렸는데도 이런 부분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는데 말씀드린 그림들은 다시 봐도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어요. 그릴 때는 잘 모르는데 완성하고 나면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드는 그림이 있고, 그런 그림을 좋아하게 돼요.

 

 

초록이가득한호수공원-오밀화.jpg

<초록이 가득한 호수공원> ⓒOMILHWA

 

 

“제가 마음을 따라가는 사람이라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강했거든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을 결심한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셨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 전공을 했는데 사실 그림 그릴 일은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쭉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죠. 초등학생 때 미술학원에 다녔고, 중학교 때는 그림 그리는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진짜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2020년도에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라는 책을 읽다가 갑자기 찾아왔어요. 작가님이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시는데, 책에서 그게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님에도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고 나니 너무 재밌고 저와 잘 맞아서 계속하게 되었어요.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도전해보는 스타일이라 이것저것 해봤는데, 잘 안 맞는 것도 많았지만 그림은 잘 맞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일러스트레이터가 유일한 본업은 아니에요. 그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병행하며 일종의 투잡 같은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서울일러스트페어에 나갔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참여 부스가 워낙 많으니까 과연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을까 의심했는데 미리 인스타 보고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새로운 작가님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었어요. 저는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막막했거든요. 

 

 

막막하다고 하신 분 치고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셨다는 느낌을 받아요. 작가님의 작품을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었거든요. 


제가 마음을 따라가는 사람이라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강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인터뷰를 하며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는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저도 늘 고민을 많이 하는 주제예요. 요가를 시작하며 든 생각인데, 행복이란 결국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음료 하나 마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작은 일에도 많이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작가님이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요? 그림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좋은 노래랑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어반자카파의 ‘Beautiful Day’라는 곡을 즐겨 듣는데,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려 해요. 그 그림에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저만의 책을 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글도 열심히 써야겠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그림을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걱정과 불안이 많은 성격이라 제 그림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뿌듯해요. 앞으로도 계속 제 그림을 통해서 편안하고 즐거우시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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