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란스러운 나에게 [사람]

부정적인 감정도 결국에는 다 희미해진다
글 입력 2023.05.20 02: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towfiqu-barbhuiya-6FpGIdn45_A-unsplash.jpg

 

 

 

#1


 

야.

 

안녕.

 

너에게 편지를 쓰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오랜만이야.


이런 건 초등학교에서 ‘N년 후의 나’에게 적어보라고 시켰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자발적으로 내가 나에게 편지를 적는 건 이번이 처음인 데다, 보는 눈이 예전보다 많아져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색하기도 하고, 한 글자 적을 때마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되네. 


아무튼,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아,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뉘앙스 정도는 기억나. 어릴 때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꽤 기대했었던 것 같아. 일일이 예시를 들진 않을게. 너도 대충은 알고 있을 테니. 그리고 뭐, 그때 다른 친구들도 다 너랑 별반 다르지 않게 나중의 자신에 대한 크디큰 희망을 품고 있었을 테니 말이지. 


근데 갑자기 궁금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한테 꽤 자주 편지를 보내긴 하다만, 별안간 나 자신한테, 그것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내가 또 다른 지금 시점의 나에게 글을 쓴다니.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지? 싶을 거야. 


그리고 그 답도 알고 있을 거고. 당연히 너는 나니까. 그러니 최근 내 상태가 어떤지, 어떤 일상을 사는지, 그리고 무슨 고민이 있는지 등등… 남들에겐 쉽게 말하지 못할 사정이나 고민도 넌 다 알고 있어. 


그래, 물론 넌 느끼겠지만, 요즘 나는 혼란스러워. 근데 이런 마음은 나 아니면 대신 해결해 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난 나에게 편지를 쓰게 된 거야. 일종의 심신 안정의 목적이라고 해야 하나? 뭐, 사실 편지 한 통 써봤자 드라마틱하게 마음이 안정된다거나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지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2


 

서론이 길었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


깊은 바다로 뛰어들어서 그대로 잠겨있고 싶은 요즘이다. 그렇지?

 

 

[크기변환]zoran-borojevic-j-bqUA3NAJ4-unsplash.jpg

 

 

바쁘게 산다고 느끼는 것에 비해 너무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인간관계에 신경 쓰일 게 많아지면서 거스러미가 생기고, 내 뜻대로 되는 일조차 없어. 그래서 새벽에는 항상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라는 의문으로 시작해서 머릿속엔 시커먼 낙서로 가득 차고, 결국엔 “아, 너무 피곤해, 다 내려놓고 사라지고 싶다.”라는 회피형 소원으로 하루를 끝마치곤 해. 


그러니까, 지금 난 스무 살이 된 이후로 최고로 방황하는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여태까지 살아왔던 것 중 제일 헤매는 중인 것 같아. 아마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아서 그런 거겠지? 빠르면 내후년, 뭐 아무리 늦어도 5년 안에는 직업을 가지고 독립해야 할 거 아니니.


그런 마음에 자꾸만 조바심이 들어.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까먹은 시간만큼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부지런히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너무 버겁게 느껴져. 어쩌면 게으름과 무기력 속에 떠나보낸 수많은 나날의 결과일 텐데도, 난 꽤 이기적이고 나약한 사람인지라, 물밀듯이 밀려오는 업보와 과제에 벌써 포기하고 싶어져. 


이젠 인생에 큰 야망과 욕심조차 없는데 말이야. 어렸을 때는 무조건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그냥 특별히 대단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평범하게만 사는 게 목표인데도, 이조차 이루기가 너무 버거워. 평범하게 산다는 게 쉽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정말 비범한 사람이 되는 게 오히려 더 쉬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생각도 해.

 

 

 

#3


 

그래서 네게 하고 싶은 말은, 그래도 어쩌겠니. 해야지. 


아무리 후회하고 우울해해봤자 야속하게도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아. 어차피 지나갈 부정적인 감정이고, 누구나 한 번쯤 겪어야 하는 번뇌라고 봐. 뭐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너도 알고 있지 않아? 돌이켜보면 별거 아닌 일이 될 거라는 걸. 지금의 내가 좀 더 치기 어렸을 때의 나를 보며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큰일이라고 유난 떨었을까?’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저 넌 네게 주어진 과업에 대해 성실히 풀어나가기만 하면 돼. 다만 피하지는 말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 좀 하면 어떠니. 당시 기분이야 좀 많이 상하겠지만, 그게 너의 양분이 될 거라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결국 너는 그 경험까지도 소중히 하게 될 거야. 


그런데도 실수하는 게 너무 무섭다면, 네가 가장 좋아하는 말 있잖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언발란스 룩으로 힙하게 다니면 된다”는 말. 그 문장을 생각했으면 좋겠어. 


아, 확실히 지금의 나는 네가 정말 불안하고, 걱정되고, 불신으로 가득해. 그리고 왠지 모르게 기대돼. 엄청나게 헤매고 있는 지금의 나는 결국 어떤 삶을 영위하게 될까? 그러니까 너는 지금의 너에게 충실한 삶을 살았으면 해. 최대한 후회가 남지 않도록. 


글이 좀 길어졌네. 이만 줄일게. 


부디 건강해라. 몸도 마음도. 


 

 

tag.jpg

 

 

[권승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