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대 위 심청, 우아하고 화려하게

글 입력 2023.05.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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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포스터 수정.jpg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명한 레퍼토리 <심청>을 드디어 봤다. 도대체 어떻게 심청을 발레로 표현했을까 무척 궁금했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인데 과연 재미있을까 걱정했지만 아니었다.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좋았다. 1막 3장과 2막의 구성으로 스피드있게 전개해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심청의 탄생, 엄마의 죽음, 심봉사가 심청을 키우는 과정 모두가 잘 전달되었다.

 

다 아는 스토리 라인을 극적인 포인트로 쉽게 잡아주어 아마도 심청의 내용을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이해했을 것 같다. 관객 속에 외국인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심봉사의 표현이 궁금했는데 지팡이와 동네 사람들의 도움, 마임으로 맹인임을 설명하는 방식이 그럴듯했다.

 

특히 2막의 하이라이트에서 조명으로 눈뜨는 장면을 표현한 게 강렬했다. 사실 심봉사는 딸을 힘들게 하는 어리석은 아버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발레에서는 가엾은 이미지가 더 부각되었다.

 

스님의 캐릭터를 나쁘게 표현하지 않은 것(결국 눈을 뜨지 못했으니 사기꾼이랄 수도 있지만)도 기존의 심청과 달랐다. 2막에서 심청과 심봉사가 스님에게 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좀 뜨아하긴 했지만 출연자가 다 함께 해피 앤딩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3.jpg


 

한상이의 연기는 정말 우아하고 사랑스러웠다. 아버지를 어루만지는 표현이나 마임으로 아버지의 사정을 설명할 때 다정함과 슬픔이 느껴졌다. 외모가 이국적이고(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꽤 키가 커보였는데도 심청의 역할이 아주 잘 어울려보였다.

 

용왕(이고르 콘타레프)과 왕(이현준)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용왕이 더 역동적이고 왕은 더 다정했다고나 할까. 용왕이 더 매력있었다. 2인무의 비중 탓인 것 같기도 하다. 심봉사의 신은석은 마치 한국 무용 전공자 같기도 했는데 팜플렛을 보니 객원 솔리스트였다.

 

2막에 나오는 맹인들 모두 춤사위가 한국 무용 비슷해서 색달랐다.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145.jpg


 

뱃사람들의 남성군무, 용궁에서 벌어지는 물고기들과 진주들의 군무, 탈춤패 춤, 왕궁에서 밤에 악공이 악기를 불며 추는 춤 등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러나 2막 시작에서 왕비를 뽑기 위한 규수들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 심청에 이런 장면이 있었는지도 의아했다. 춘향전도 아닌데 갑자기 여자들이 왕비가 되려고 교태를 부리는 춤을 넣은 건 아무래도 부적절해 보였다. 대신들이 앉아서 손동작으로 표현한 대목은 신선했지만 말이다.

 

또한 심봉사의 춤은 끝까지 동양적인 표현이다. 조금 바꿔보자면 눈을 뜨고 난 후의 감격을 발레로 표현했으면 색달랐을것 같기도 하다. 지팡이를 짚고서는 춤을 추기 어렵겠지만 눈을 떴으니 더 큰 동작과 표현을 했어도 좋았겠다.

 

이는 눈을 뜬 맹인들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맹인들의 춤이 너무 짧고 단조로와 아쉬웠다. 거의 피날레에 해당되는데 춤으로 흥겨움을 최대한 끌어올려주었으면 같이 더 흥이 났을 것같다.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33.jpg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바닷 속을 유영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처리했다. 영상이 조금 큰 감이 있었다. 한편 2막에서는 심청을 실은 연꽃을 가마꾼들이 지고 나오는데 바다 영상을 활용해 떠내려오는 것처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봤다. 정말이지 공연을 보고 나오며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린다면 나라면 이렇게 해볼걸 저렇게 해볼걸 궁리하는 재미도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코리아 쿱오케스트라에도 한 마디 해야겠다. 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정말 감동이었다. 이번에도 관악기 파트와 하프는 정말 멋졌다. 타악기도 좋았고. 악공이 연주하는 피리 소리는 뭐였는지도 궁금했다. 커튼콜 때 개별 연주자도 소개하면 어땠을까.


모든 연주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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