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석처럼 끌리는 클래식의 세계 -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글 입력 2023.05.1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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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하고 싶고, 사랑하면 더 알고 싶어진다" 클래식에 진심인 당신에게 바치는 최고의 클래식 만찬

 

클래식을 한 번쯤 마음에 품어 본 사람이라면 저마다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게 된 첫 순간이 있을 것이다. 첫사랑처럼 온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밤새 잠 못 들게 했던 그 운명 같던 만남…. 어느 날, 벼락같이 불현듯 내 삶에 들어와 설렘을 선사하기도 하고, 삶의 역경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해일처럼 덮치는 날엔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도 한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클래식을 어렵고 지루한 '엘리트 음악'이라고 생각할까?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자. 동네 피아노 학원 선생님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에 한 번쯤 홀렸던 적은 없는가? 클래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계]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은 없는가? 심지어 피부과나 서점, 백화점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이처럼 우리는 클래식에 알게 모르게 자주 노출되지만, 클래식과 나의 그 스파크 튀는 접점을 찾지 못해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지 못한 것이다.

 

 

 

# 나도 모르게 끌리고 있었다.


 

나는 왜 이 책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가. 이 책은 정말 마법 같다. 기존에 클래식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내 기준에서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스치듯 지나가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이제 그 꿈에서 벗어나 나의 꿈 이야기를 들려줄까 한다. 음악의 선율이 흐르고, 새로운 향기가 가득한 그런 꿈이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향기가 나의 머릿속에 아직도 맴돌고 있다.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이 없었다.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쉽게 범접할 수 없고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가 자리 잡았었다. 클래식에 대한 배경지식은 부족하지만 유명한 작곡가들의 곡은 몇 가지 들어본 나의 입장에선 더욱이 클래식을 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부끄러움을 클래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꾸어준다. 특히 아티스트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히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운명>을 연주한 연주가들과 지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더불어 그들의 음반에 숨겨진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줌으로써 클래식이 일상 속에서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일상적인 오브제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해당 곡들을 바로 감상할 수 있는 QR 코드 링크가 첨부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비발디의 ‘사계’를 이야기하면서 QR 코드의 장점이 돋보였다. 비발디가 어떤 사건과 상황을 접할 때 언어로 표현되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음악적으로는 어디까지 표현 가능한 것인지를 알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기상천외한 소리들과 기존 화성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 혁신적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다채로운 소리가 공존하는 비발디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에우로파 갈란테가 <사계>를 연주하여 앨범을 냈다. 

 

이 앨범에서는 <봄> 1악장 “봄이 왔다.”라는 도입부 연주부터 활력 넘치는 봄 에너지를 보여준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봄> 2악장의 도입부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옆에 둔 채 깊은 잠에 빠졌다.”라는 묘사의 부분에서 강아지의 컹컹 짖는 소리를 바이올린을 통해 그대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QR 코드를 인식해 2악장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바이올린의 두꺼운 소리가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깨우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들렸다. 마치 내가 클래식을 듣는 것이 아닌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비발디의 <사계>를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이런 유용한 장치를 심어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미술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나로서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바로 <전람회의 그림>이다. 건축가 겸 화가 하르츠만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자 그의 친구들은 유작 전시회를 열어 그를 추모한다. 그중 무소륵스키는 전시회에서 감명을 받아 전시된 열 점의 그림을 음악으로 만들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를 추모했다. 한 사람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귀에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무소륵스키 이외에도 그림을 바탕으로 음악을 창작한 사례는 많다. 프란츠 리스트의 <혼례>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그 예시이다.

 

그러나 곡 전체가 그림을 바탕으로 콘셉트가 완성된 작품은 <전람회의 그림>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에는 서사가 담겨있다. 그림마다 스토리를 부여하고 사실감과 역동성 넘치는 움직임을 추가해 단편 소설 모음집 같은 피아노곡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많은 작품을 한 가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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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이다.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해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병아리들이 보이는가.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병아리가 아닌 병아리의 탈을 쓴 사람이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을 놀아주는 인형처럼 조그마한 아이들이 알에서 깨어 나와 세상과 마주하려고 한다. 두 손을 쫙 펴고, 인간처럼 걸어보기도 하고, 알에서는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함으로써 나의 존재가치를 온전히 느낀다.

 

실제로 곡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디려는 초년생들이 들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차지만 어딘가 걱정이 가득한 멜로디와 선율 그리고 적당히 빠르지만 느린 템포가 마치 사회에 나가기 전 갈팡질팡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가기 전 무소륵스키의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를 들으며 조심히 한 걸음씩 나아가 보는 것도 좋을듯싶다. 특별히 이 병아리들이 발레의 기초 동작을 하며 몸을 푸는 것처럼, 그리고 음악에서도 표현된 그들의 푸릇푸릇한 생명력을 생각하며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들이 푸르른 발자취를 남기는 이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그래서 클래식에 이토록 끌리는 것일까.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그들의 손 때가 남아있기에 이젠 어렵다는 생각이 아닌 내가 어떤 클래식에 끌리는 것인가 궁금해진다. 중고책에 더 정이 가는 나인만큼 사람의 흔적, 이야기가 많이 담긴 곡일수록 더 강하게 이끌릴 것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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