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식스 더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여섯 왕비, 배우 박가람의 '시모어'

글 입력 2023.05.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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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람배우_1.jpg

출처 : 아이엠컬처 (이하 동일)

 

 

“모두가 알지, 우리가 바로 식스 와이프, 이제는 엑스 와이프.”

 

역사상 가장 할 말 많고 사연 많은 500년 전 튜더 왕가의 여섯 왕비가 <식스 더 뮤지컬>로 찾아왔다. <식스 더 뮤지컬>은 영국 국왕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들의 일생을 21세기에 재해석한 팝 콘서트 형식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94년생 젊은 창작진 토비 말로우(Toby Marlow)와 루시 모스(Lucy Moss)가 탄생시킨 이 작품은 토니어워즈 최우수 음악상과 최우수 뮤지컬 의상 디자인상을 포함하여 각종 시상식에서 11관왕을 달성한 이력이 있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 이어 2023년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올리고, 3월 31일부터 6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최초 한국어 공연'이 펼쳐진다.

 

<식스 더 뮤지컬>에서는 현존하는 팝스타를 연상케 하는 여왕들의 콘서트를 강렬하게 만나볼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여섯 여왕 각자마다의 절절한 사연과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헨리 8세와 가장 긴 결혼 생활을 유지한 ‘아라곤’, 국교를 바꾸면서 재혼을 이뤄낸 ‘불린’, 사망 후 유일하게 장례식이 치러진 ‘시모어’, 합리적인 이혼 절차를 통해 자신의 성에서 생을 마감한 ‘클레페’, 가장 어린 다섯 번째 왕비 ‘하워드’, 헨리 8세의 죽음을 지켜본 마지막 왕비 ‘파’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지난 4월 <식스 더 뮤지컬>에서 ‘시모어’ 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가람 배우와 만났다. 그녀는 “매회 공연마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있다”라며 공연과 팬들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보였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공연을 거듭하며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배우 박가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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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 이어 <식스 더 뮤지컬>의 최초 한국어 공연에 오르신 소감을 여쭙습니다. 


매 공연에 오를 때마다 항상 감동을 느끼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감사드리는 마음이 가장 크고요. ‘시모어’ 역을 함께 하자고 연락을 받았을 때도 너무나 기뻤는데, 같이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니까 더 재밌어요. (웃음) 그리고 특히 관객분들이 호응을 정말 잘해주셔서 참 재미있게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어디서 트레이닝을 받고 오신 것처럼 너무 열정적으로 소리 지르면서 환호해 주셔요. 날이 갈수록 더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어요.

 

 

처음 ‘시모어’ 역에 캐스팅되었을 때 이 배역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원래도 오디션 보기 전부터 <식스 더 뮤지컬>을 알고 있었어요.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야외에서 특별 무대를 진행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그때 이 작품의 힘을 알게 된 거죠. <식스 더 뮤지컬> 배우들의 시너지가 굉장히 파워풀했고, 공연을 사랑해주는 팬들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만이 주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요. 

 

여왕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하고 감정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왔어요. 그때부터 작품 속 여섯 왕비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제인 시모어라는 캐릭터가 직감적으로 끌리더라고요. 왠지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어요. 연습을 하면서 점점 더 시모어와 제가 잘 맞는다고 확신하게 됐죠.

 

 

튜더 왕가의 사연 많은 여섯 왕비 중 배우님이 연기하는 ‘시모어’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배역 소개에서는 ‘성실’, ‘코미디소질없음’, ‘마르고닳도록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인상 깊었어요. 


시모어는 헨리 8세의 아들을 낳았지만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모성애가 아주 강한 왕비예요. 아주 강인하고 굳건한 동시에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고요. 시모어는 극 중에서 유일하게 발라드를 부르는데, 이러한 모습이 한편으로는 특유의 도전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시모어가 진심의 마음을 담아 ‘Heart of Stone’을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웃음) 시모어라는 캐릭터를 보면 평범함 속에 있는 특별함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시모어 역을 맡으면서 특히 공감되는 바가 있었나요. 감정이입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인 시모어라는 인물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사람이었기에 경험과 감정에 대해서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또 외국 크리에이티브 팀이 직접 왔을 때도 다각도로 시모어에 대해서 연구할 수 있었고요. 결론적으로 시모어는 헨리를 아주 사랑했던 거 같아요. 또 아이를 굉장히 원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분명 아이를 낳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시모어에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웃음) 시모어한테는 아무래도 특유의 아줌마같은 면모도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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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더 뮤지컬>은 여왕들의 콘서트 같은 무대가 펼쳐지죠. 공연 내내 아낌없이 가창력을 드러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맞아요. 특히 오프닝에서 ‘Ex-Wives’을 들으시면 관객분들도 흥분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여왕들이 등장해서 “우리가 엑스와이프다(전 부인)”라고 외치는 파트거든요. 짤막하게 자신들의 역사와 이야기에 대해 선보이고 앞으로 어떤 전개로 공연을 이끌어갈 것인지 알 수 있는 넘버이기도 해요. 초상화에만 갇혀있던 인물들이 현실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여왕들이 춤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헨리 8세에 의해 가려졌던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도 참 뜻깊은 거 같아요. 

 

 

여섯 왕비 간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함께 화합을 이룰 텐데, 연습 과정부터 공연에 오르는 지금까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그야말로 매일이 에피소드라고 말할 수 있어요. 여섯 왕비를 맡은 12명의 배우들과 함께 하잖아요. 저희 공연이 80분 내내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연습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함께하는 언니들을 보면 절대 "힘들다"라는 소리를 할 수 없어요. (웃음) ‘어떻게 아무도 힘든 티를 안 내시지’ 싶을 정도거든요. 심지어 무릎에 무리가 가는데도 전혀 티를 안 내요. 진심으로 한 동작 한 동작마다 열심히 땀을 흘리시면서 춤추시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제 자신을 반성하게 돼요. 한편으로는 저렇게 훌륭한 선배가 될 수 있을까 싶고요. <식스 더 뮤지컬> 하면서 함께하는 배우들을 많이 존경하게 됐어요. 

 

 

라이브 밴드인 ‘왕실밴드’까지 모두 10명의 여성 멤버가 있어요. 오직 여성만으로 이뤄지는 공연은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이 작품만의 매력인 거 같아요. '여섯 왕비'가 전하는 공연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잖아요. 왕실 밴드분들에게 실제로도 이름이 각각 주어져있어요. 실존하는 이름이기도 했고요. 밴드분들 중에는 여왕들의 시녀로 활약한 역사가 있기에 그만큼 여왕들이 더 애정하고 있는 왕실밴드 멤버도 있어요. 실제로 아라곤는 마리아만 그렇게 찾아요. (웃음) 각자 여왕들이 아끼던 시녀였기에 애정을 좀 더 쏟는 부분이 있죠. 밴드마저도 모두 여성 멤버로 구성되어 더 좋은 에너지가 나오는 걸 느껴요.

 

 

한국어 공연에 오르기 전 <식스 더 뮤지컬> 오리지널 내한 공연도 보셨다고 들었어요. 


정말 센세이셔널하다는 표현이 어울렸어요. 이 작품이 전형적인 뮤지컬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관객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주실지 살짝 걱정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영어권 관객들은 어릴 때부터 튜더 왕가나 헨리 8세에 대한 역사를 일찍 배운 적이 있지만 한국 관객들은 완전히 생소한 역사니까요. 그런데도 생각보다 관객분들이 직접 역사 공부까지 해서 공연에 와주시고, 현장 분위기에 쉽게 적응을 잘해주셨어요. ‘오, 괜찮은데?’ 싶었죠. (웃음) 이런 공연도 한국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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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를 계속 이어가는 공연이잖아요. 예전부터 춤에 대한 경험이 있으셨나요?


앙상블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춤은 계속 췄어요. 다른 공연의 앙상블을 하면서 ‘이것보다 더 힘든 춤은 없을 거야’ 하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요. 놀랍게도 <식스 더 뮤지컬>의 춤이 훨씬 더 어려워요. (웃음) 연습 때부터 구두를 신고 춤을 췄거든요. 굉장히 쉽지 않았죠. 연습 때부터 요령 없이 춤을 춰서 다친 거 같아요. 지금은 계속 공연에 오르면서 부상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어요. 무대는 관객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꾸준히 건강하게 춤을 추고 싶어요. 

 

 

여섯 왕비들이 아주 힘 있는 모습으로 자기주장을 펼치는데, 무대에서 원래부터 끼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걸 즐겨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사실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에요. 끼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음악은 늘 좋아했어요. 그래서 매일 노래를 불렀고요. 원래 실력보다 더 잘하려고 열심히 노력을 해서 지금까지 계속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래도 이 작품은 워낙 신나고 흥이 나서 계속 텐션을 유지하게 되네요. 

 

 

박가람 배우에게 <식스 더 뮤지컬>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모든 작품과 공연을 할 때마다 다 소중한 경험이자 기회였어요. 제가 배우로서 활동함에 있어서 <식스 더 뮤지컬>을 만난 것도 역시나 소중하죠. 지금의 제 나이로 시모어를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 참 소중해요. 처음에 부담감을 안고 작품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는 걸 느껴요. 앞으로도 꾸준함을 잃지 않고 뮤지컬 배우로서 계속 정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섯 왕비들의 사연에 집중해 주시고 또 공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웃고 싶을 때 웃고 마음껏 박수치고 소리치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아직 <식스 더 뮤지컬>을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어서 오시길 바래요. 짧지만 강렬한 80분을 통해 스트레스를 한껏 날리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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