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 – 영화 ‘리턴 투 서울’

공허를 메우기 위해 사랑과 관계를 갈구하는 정체성 탐구의 여정
글 입력 2023.05.04 02: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메인 포스터.jpg

 

 

“천천히 그러나 완전히 녹다운될 것이다.”

세계가 놀란, 우리가 열광할 낯선 영화

 

 

어릴 적 프랑스로 입양된 25살 ‘프레디’는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로 인해 일본 여행을 위한 비행기가 취소되자, 자신이 태어났던 서울로 행선지를 바꾼다. 서울에 도착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테나’의 권유로 한국의 입양 기관을 찾게 된다.


그러니까 그녀가 서울에 다다르게 된 것,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부와 생모에게 연락하게 된 것은 우연 탓이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해외 입양 문제를 날카로이 포착한다. 입양아가 친부모를 만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지난한 여정과 감격의 재회를 담는 대신에, 그가 다소 충동적으로 자신이 태어난 곳에 닿게 된 후 낯선 환경과 인물들로 인해 방황하고 갈등하며 그 혼란 속에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09.jpg


 

‘내가 태어난 그곳은 아름다운 나라.
새들의 노랫소리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울려 퍼지는 나라.’

 


처음 서울에 도착해, 차 안에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를 들으며 슬며시 미소를 짓고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던 프레디. 서울에 당도한 것은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지만, 처음으로 생부와 생모를 만날 수 있다는 은근한 기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생부와 연락이 닿아 군산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기사에게 ‘당장 서울로 돌아가자’고 외칠 정도로 두려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뿌리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가족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는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군산에 도착하자마자 그 기대들은 처참히 무너진다.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낯선 감정이 채 가시기도 전, 가족들은 프레디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다. 형제자매와 결혼 여부, 프랑스에서 자랐던 시절 등에 대해 낱낱이 캐물을 뿐 아니라, 손을 꼭 붙잡고 알 수 없는 말로 기도를 늘어놓기까지. 프레디에게는 기이하다 못해 다분히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자신을 입양 보내야 했던 사연이 있었겠거니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깊이 자리한 원망과 외로움은 쉬이 가시지 않는데,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아버지의 태도는 꽤 거북할 수밖에 없다. 프레디는 ‘한국에 와서 다시 같이 살면 안 되겠냐’는 아버지의 절절한 요구에, 내 가족과 친구와 모든 것이 프랑스에 있다는 말로 완고한 거절을 표하고 그들과 멀어지기로 한다.

 

 

12.jpg

 

 

처음 겪게 된 서울이 프레디에게 썩 유쾌하거나 행복했던 경험으로 남지 않았음에도 그녀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서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는, 자신의 뿌리가 있는 출생지에서 자기의 존재를 계속 확인하고자 하는 정체성에 대한 욕구 때문만이 아니라 사랑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탓일지도 모른다.

 

프레디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항시 저항적이고, 자유롭고, 다소 거친 태도로 일관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언제나 다정한 사랑 혹은 관계를 갈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먼 곳에서 온 자신에게 대가 없는 친절과 다정을 베푸는 테나를 향해 애정을 느끼며 더 가까워지기를 원하거나, 낯선 타인들과 계속해서 어울리고 접촉하며 공허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 그 방증이다.



16.jpg

 

 

군산에서 가족과 마주했던 순간이 낯설고 어쩌면 끔찍했을지라도. 스팸 메일함에 계속해서 쌓여가는 아버지의 연락이 불쾌했을지라도. 생일을 축하한다며 보낸 아버지와 동생들의 사진을 보고 일말의 그리움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끼거나, 시간이 지나서 서울로 돌아와 다시 고모 그리고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던 이유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 때문일 것이다.


2년 동안 꾸준히 연락을 보냈음에도, 자신과 만나기를 끝끝내 거부하는 생모에 대한 만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사랑과 관계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갈증은 친구, 연인, 타인과의 접촉 및 관계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구다. 나를 낳아준 사람, 내가 가장 닮아 있을 사람, 그러니까 내 뿌리이자 정체성의 일부인 어머니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프레디는 용기를 내어 어머니가 건넸던 메일 주소로 원망과 그리움을 담아 연락을 보내지만 마침내 그 시도는 좌절되고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럼에도 프레디는 서울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의 반복을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공허를 메우기 위해 결코 완전히 충족될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고, 관계 속에서 내 정체성을 규정짓고자 하는 것이 외로운 우리의 운명이자 숙명이니까.

 

 

 

박지연_컬쳐리스트 태그.jpg

 

 

[박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