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들의 죽음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돌의 죽음이 유독 자극적인 이유는 단순히 팬심 때문일까?
글 입력 2023.05.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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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새벽, 보이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로 활동하던 가수 문빈이 전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발표되었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였고, 그의 소식에 많은 팬들이 슬퍼하였다. '아스트로'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사옥에 故문빈의 추모공간을 만들었고, 그와 친한 동료들이 그곳에서 남긴 편지들이 꾸준히 목격되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돌 가수의 극단적 선택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아이돌 가수의 극단적 선택이 뉴스 속보로써 대중들에게 종종 보여지고 있다. 그들이 '왜'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는다. 그들의 사생활일 뿐더러 그들의 유가족들이 유서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들은 죽음의 이유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대중은 대부분 '우울증'으로 그 원인을 유추한다. 보통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계기로 특정되는 원인이 없을 경우, 정신건강의 질병이 강하게 의심받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대중의 관심으로 직업의 존속이 유지되고 경제적 위치 또한 결정된다. 소위 인기가 많은 아이돌은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애정을 받고 높은 액수의 돈을 정산받을 수 있지만, 인기가 없는 아이돌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중에게 잊혀질 수도 있기에 생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돌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을 꾸며낸다. 인형처럼, 대중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자신을 끼워 맞춘다. 그것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다.

 

가수 아이유는 한 인터뷰에서 故문빈을 추모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유는 "이 일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하는 동료 분들이나 친구들을 많이 봐 온 입장에서 그냥 안타깝다, 예전에 내가 어떤 큰 상을 받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힘들고 아프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서로에게 조금 더 관대하게 대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뉴스1 기사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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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우리 주변에도 정신 건강의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혹은 분명한 이유로 인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에는 전세 사기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사례가 뉴스 기사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대중은 자신의 생활, 혹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닌 아이돌 가수의 죽음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이를 그저, 팬심이라고만 표현할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학교' 시리즈, '청춘' 시리즈, 'LOVE MYSELF' 시리즈 등으로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어낸 점이 분명 존재한다. 아이브의 'KITSCH'는 '달콤한 말 뒤에 숨긴 너의 의도대로 따라가진 않을 거야, 난 똑똑하니까' 등의 가사로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선공개 되자마자 큰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대중들은 K팝, 그리고 그것을 생산하는 아이돌에게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공감하고 대입한다. K팝은 따라서 단순한 소비문화가 아닌, 개인의 자아를 확인하고 깨달을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었다.

 

대중, 특히 K팝을 소비하는 주 연령층인 10~20대는 아이돌의 죽음이 팬으로서 마주하는 비보가 아닌,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의 부재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돌의 극단적 선택은 그들에게 단순한 슬픔 그 이상의 것이 되는 것이다.

 

K팝의 발전은 대중들의 정신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까지도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대처 방안이 부족하다. K팝 가수이기 전에 한 명의 개인이자 정신 건강으로 고통받는 사람인 그들을 위한, 그리고 그들의 파급력으로 영향을 받는 대중들을 위한 전반적인 사회의 관심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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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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