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환상의 나라로 어서오세요

놀이공원을 좋아하던 너에게
글 입력 2023.04.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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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7살의 나에게

 

안녕, 너는 아마도 나의 모습이 궁금하겠지. 너는 어렸을 때부터 빠르게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사람이니까. 이 편지를 통해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빠르게 성장하고 싶고,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너의 모습, 그 모습 그대로 그 시간에 머물러 있어달라고 말이야.

 

너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니? 너는 요즘 자주 이런 말을 들었을 거야.

 

 
“너는 꼭 동화 속에서 살아 나온 캐릭터 같아.”
 

 

맞아 너는 그런 사람이지. 물론 지금 나도 그런 성격의 조각도 가지고 있긴 해. 하지만 그 조각이 많이 희미해져서일까. 너의 모습이 보고 싶을 때가 많더라.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에 둘러싸여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향해 달려 나가고 싶은지 제대로 기억조차나 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어. 그럴 때마다 내가 원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회의감도 들 때도 많더라.

 

그래서 나는 너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이 편지를 쓰면서도 그때가 많이 그립다. 네가 많이 보고 싶다. 근데 생각해 보면 너의 그런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일들을 마주하며 나도 세상도 많이 바뀌었지만 어렸을 적 그 희망과 환상 속에 살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 세상에 희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싶네.

 

너는 어렸을 때부터 놀이공원에 가는 걸 진짜 좋아했었지. 롯데월드, 에버랜드, 서울랜드, 디즈니랜드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했어. 내가 아마 기억하기로는 놀이공원에 있을 때,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했었던 것 같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잠시 현실과 멀어진 공간에서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어서 행복했었던 것 같아. 북적이는 사람들 소리, 흘러나오는 희망찬 노래, 같이 온 사람들과 사진 찍는 소리 등.. 모든 소리들이 행복 그 자체였지.

 

그래서인지 난 놀이공원 폐장 시간이 가장 좋더라. 왜냐고? 다른 사람들에겐 그냥 집 가는 시간일지 몰라도 나한텐 그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대이기 때문이야. 많은 사람들이 빠진 놀이공원에 나 홀로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잊어버릴 수 있거든. 그래서 행복했어.

 

지금은 어떻냐고? 맞아 지금도 행복해! 행복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해. 왜냐하면 지금은 놀이공원으로 누릴 수 있는 작은 설렘만으로는 내 현실을 온전히 바꿀 수 없거든.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서 더 불안하고 그럴 때일수록 도망가기 싫어서 “동심”을 잠시 내려두고 산 것 같아. 어머, 그렇게 불쌍하게 쳐다보지 마! 난 지금도 놀이공원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란다? 놀이공원에 가면 아직도 신나고 아직도 들떠 있어! 노는 중간중간 메일이 날라오는 것만 빼고는 다를 게 없어.

 

그러면 왜 이야기를 너한테 하냐고? 그건 네가 없으면 지금의 내가 없기 때문이야. 네가 그때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그 당시 해맑지 않았더라면 힘든 현실을 마주할 때 쉽게 포기하는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한때는 그렇게도 생각했어. 지금 너무 힘들고 지쳐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이야. 지금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 중 과거가 없다는 게 날 너무 힘들게 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달라. 후회하지 않아!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 내가 좋아하는 거 이제 그리워하지만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향해 달려나가 보려고. 이제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잖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미드나잇 파리> 중 이런 장면이 있어. 남자 주인공이 1920년대 파리를 그리워하다가 과거 파리로 돌아가게 되는 그런 장면 말이야. 그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은 현실을 따분해하고 돌아가기 싫어하지. 하지만 난 그 영화와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시간 여행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그런 훌륭한 시간을 보내볼게.

 

그러니 너도 지금 있는 그대로 있어줘.

지금 모습 그대로 놀이공원에서 해맑게 웃어줘.

 

 

From. 현재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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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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