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가기까지 [영화]

영화사를 통해 바라보는 작은 사회
글 입력 2023.04.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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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가상현실, 추상적인 것 모두 현실의 일부분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말을 발췌한 것이다.

 

영화란 자칫 허구세계가 이끄는 추상성에 감상자를 매료시키는 예술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은 현실 속에서 존재할 법한 일이다. 우주를 탐험하고 열렬히 꿈을 좇는 것, 화려한 축제를 즐기며 사랑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현실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영화의 영상미나 제작 방식에 차이를 두고 영화가 얼마나 화려함과 진실성을 추구하는지에 관해 묻는다. 더불어 영화는 영상 그 자체에서 보이듯이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누리는 대상만이 아니다. 영화는 대중이 즐기는 대중예술이고 당연히 대중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시대를 반영하며 변화한다.

 

 

 

영화의 역사변화: 우리나라 vs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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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최초의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만들어진 <열차의 도착(1895)>이다. 이 영화는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찍은 1분 남짓한 아주 짧은 영상이었다. 하지만 이 당시의 관객들은 기차가 실제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1910년대부터 영화의 도시 할리우드가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클로즈업 등의 다양한 영화 기법을 발명하고 무성영화를 만들었다.


1920년대는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발성 영화 <재즈 가수>가 공개되며 발성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전까지 소리 없는 활동을 보았던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오자 신기함에 놀랐다.


그 이후로도 영화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1980년대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인해 상상력의 한계가 사라지게 되며 디지털혁명과 상업성 모두를 인정한 <쥬라기공원>을 통해 더 큰 상상력을 펼쳐나가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는 <아바타> <해리포터> <마블 영화> 등의 특수효과를 통해 판타지 영화, 3D 영화, 그리고 히어로 영화에서도 잠재력과 상업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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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 광고, 매일신보

 

 

한국영화의 경우, 개화기 시절 서구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한국에도 영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사상 최초의 한국영화는 1919년작 <의리적 구토>이다. 1950, 1960년대 한국영화의 상당수는 한국전쟁을 주제로 했거나 이데올로기나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영화였다. 


1970년대는 표현의 자유가 검열되던 시대로 청년영화나 액션 영화가 주로 상영되었다. 청년 영화 장르는 당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번민하고 고뇌하는 청년들을 그려내었고 당시 인기를 끌던 서부영화에서 착안하여 액션 영화가 만들어졌다. 


1980년대는 홍콩 할리우드영화 등 외화수입의 증가로 한국영화가 외면당하던 때였다. 그러나 이전까지 금기시되던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다루던 영화들에는 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독재 시절 학생운동, 도시화로 인한 빈부격차를 소재로 한다.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한국영화 역시 그동안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였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거나 SF 장르도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2021년에는 국제영화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상을 받으며 한국영화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자랑스러운 사건들도 일어났다. 


이렇게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있는 영화는 많은 시간을 거쳐 만들어져왔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영화 역시 사회의 흐름, 시대적 흐름을 탄다. 어느 시대에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당시의 사회상, 시대상이 들어간다. 우리는 이곳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계변화를 예측할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시각을 볼 수 있다.

 

 

 

영화, 영상 그 이상의 가치


 

영화의 사전적 의미는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예술, 즉 음향 반주와 결합한 움직이는 이미지의 연속물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영화가 단순히 영상의 움직임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하나의 영화에는 다양한 소재와 감정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는 최근 개봉한 영화들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영화 <바빌론>과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이야기해보겠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바빌론>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 속 영화를 위해 일하고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을 묘사한다. 무성영화가 성행하던 시절 영화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기술에 뒤처져 도태된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영화사를 풍미했던 ‘잭’이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직감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무성영화의 시대 역시 끝났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도 무성영화의 대표적 스타였던 ‘넬리’ 역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며 무성영화 시대의 암울한 마지막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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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의 의도는 단순히 무성영화 시대의 종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영화사의 발전단계를 차례차례 보여준다. 앞서 말한 최초의 영화인 <열차의 도착>부터 시작해서 <쥬라기 공원>, <매트릭스> 그리고 3D까지 발전하여 나타난 <아바타>까지. 한 시대를 대표했던 여러 영화의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결국, 무성영화가 몰락하며 끝날 것 같았던 영화사는 또 다른 시대로 이어지고 기술은 끊임없이 발달하여 더 혁신적이고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졌음을, 그리고 이러한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관객은 3시간 정도의 영화 한 편으로도 영화사의 역사와 그 시대의 분위기, 관련된 사람들의 열정과 삶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경우 한 나라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자연재해인 지진으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본 이들을 위로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국가이다. 큰 규모로 발생하는 지진은 일본 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며 주변을 폐허로 만든다. 영화는 자연재해로 인해 떠나간 이들을 위로하고 남겨진 이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남들과 똑같이 하루를 시작했으나 그 하루를 마무리할 수 없었던 이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과 허전한 마음을 모두 어루만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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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역시 관객이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피해와 더불어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공감한다. 이때 관객이 자연재해를 얼마큼 겪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빈도가 낮든 많든 영화 한 편으로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모두를 위로하고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처럼 영화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 그리고 등장인물의 묘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 사회가 시사하는바 등을 간접적으로 제시해 준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사회의 민감한 주제나 널리 알려진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해 볼 기회를 얻는다.

 

 

 

좋은 영화란?



그렇다면 사회 현상을 반영하고 관객이 공감을 얻도록 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이런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야기 즉 각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객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캐릭터와 영화의 편집기능을 우선시한다. 미국의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연출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요점을 전달해야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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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보면 좋은 영화란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담아내는 영화, 방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 그리고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영화이다. 또한, 연출의 의도를 관객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현하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대상은 관객이고 관객의 평가나 감상에 따라 영화의 수준과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좋은 영화는 더는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게 아니다. 영화가 오직 감독만의 예술이라는 관점은 바뀌고 있으며 합리적인 제작 방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금은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맘만 먹으면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렸을 때 선물 받은 영화촬영기로 단편 영화를 만들며 영화감독을 꿈꾸던 것이 아닌,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영화감독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개인이 유튜브에 올리는 단편 영화, 3분 영화들도 많아지고 있다.

 

 

 

영화의 완성은 관객


 

오늘날 영화는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로 여겨지며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모두가 영화를 보며 여가 생활을 즐기고 이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추억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눈다.

 

이런 영화는 즐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주체가 되어 영화를 해석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관점의 차이와 생각의 차이에 따라 영화 해석의 여지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시사하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영화의 세상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는 한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부각하기도 하고 사회를 풍자하거나 단면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영화를 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으며 남들이 보지 못한 자신만의 해석을 더할 때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 


또한,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는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나만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향이 있을 수 있다. 21세기의 영화는 수동적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나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영화의 의미와 본질을 탐색하고 이에 걸맞은 해결책과 삶의 방향을 제시할 때, 영화의 감상을 넘어서 한 개인이 그리고 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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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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