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실의 아픔 - 클로즈 [영화]

글 입력 2023.04.2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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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는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 두 소년이 마주해야 했던 시리도록 아름다운 계절을 담은 드라마. 탁월한 감각과 감성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창조하며 셀린 시아마, 배리 젠킨스, 션 베이커의 계보를 이어갈 차세대 감독으로 손꼽히는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이다.

 

<클로즈>는 공개 직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제35회 유럽영화상에서 총 4개의 주요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에 초청받았다.

 

<헤어질 결심>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슬픔이 삼각형> 등 그 어느 해보다 뛰어난 작품들의 등장이 화제를 모았던 전 세계 유수 시상식. 그곳에서 총 48관왕, 60회 노미네이션이라는 탁월한 성과를 이어가며 입소문을 자아내고 있는 영화 <클로즈>는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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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단짝친구,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호모'라며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은유적 표현: 아이스하키를 통해 보여주는 레오의 감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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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계를 규정해야 할 때가 많다. 남녀사이에 친구는 존재할지, 우정과 사랑의 영역을 어디까지 구분해야할지.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간 단짝친구 레오와 레미는 이런 사회적 시선에 맞서 관계의 균열을 맞이하게 된다. 극중에서 아이스하키는 영화의 주제와 메세지를 시각화하는 연출도구로 활용되었다.

 

레오에게 아이스하키는 레미와 멀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계기이자 레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레오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인 것이다.


레미가 레오의 곁을 떠난 후에, 레오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덤덤하게 지낸다. 힘들지만, 그 감정을 토해내지 않는 레오의 모습은 안쓰럽게 느껴진다. 이후에 레오는 아이스하키 경기 도중에 집중을 하지 못하다 부상을 당하게 되고, 팔을 다쳐서 붕대를 감게 된다.


병원에서 붕대를 감으며 레오는 본인의 팔을 보며 한참을 울음을 터뜨린다. 레오의 아버지는 ‘ 많이 아프지? 금방 나을거야 ’ 라고 말하지만, 관객들은 레오가 울었던 이유는 사실 팔이 아파서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손목이 조금 삐끗해도 아픈데 레이는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하는 마음. 어쩌면 내가 그렇게 레이를 내버려뒀을수도 있을것이라는 생각, 죄책감.


은유는 감독에게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한 수준 높게 표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관객에게는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레미의 감정선 : 이해 받아야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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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는, 레오와 달리 레미의 감정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레미가 어떻게 레오의 곁을 떠났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레오와 멀어진 레미가 힘들었나보다.' 추측할 뿐이다. 세상에는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은 결국 내가 아무리 추측하고자해도, 그 이유는 본인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레미의 마음은 레미만이 알것이다. 그리고 이런 레미의 속마음과 선택은 꼭 모두에게 이해받을 필요가 없다. 레미가 세상을 떠난후에, 선생님은 학급친구들에게 레미는 어떤 친구였는지 인터뷰한다.

 

그 중 한명은 '레미는 행복한 아이였다.'라고 이야기하고, 레오는 그 친구에게 화를 낸다. 같은 레미의 모습을 보더라도 누군가가 보기엔 레미는 마냥 행복한 아이였고, 레오가 보기에는 아니였을수도 있다. 레오가 우리는 호모가 아니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던 그의 학급 친구들처럼, 굳이 레미의 감정 내러티브를 자세하게 서술하여 레미의 행동에 대해서 해명하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진다.

 

인물에 대해 자세하게 내러티브를 보여줄수록, 관객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레미의 이야기를 빼고 레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것에 숨겨진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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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란스러울때, 본인의 감정을 외면하고 방어하거나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일수도 있고,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이 겁이 나서일수도 있다. 레오는 본인의 감정에 혼란을 느끼며 레미에 거리를 둔다.

 

그리고 레미가 떠난 후에도, 한동안은 괜찮게 지낸다. 남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울음을 삼키며 덤덤하게 시간을 보내려 한다. 우리 사회는 죽음에 관해서는 금기시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본인의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게 가까운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각자 슬퍼하고는 한다. 어쩌면 죽음과 슬픔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 수 도 있다.


결국 시간이 한참 지난후에, 레미의 엄마를 찾아가 어쩌면 레미의 선택이 본인 때문일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감정을 토해낸다.

 

상실의 아픔, 부정적인 감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표현하는 레오의 마지막 모습이 결국 영화에서 가장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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