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글 입력 2023.04.1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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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안락사와 존엄사 주제를 통해

'좋은 삶'에 대해 말하는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

 

 

가족들이 모두 먼저 떠난 뒤 홀로 사는 85세 유도라 허니셋. 날마다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히 수영을 가는 멋쟁이 할머니지만 갈수록 삐걱대는 몸에 사는 게 딱히 재미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유도라에게 아주 솔깃한 계시가 내려온다.

 

영국 작가 애니 라이언스가 창조해낸, 세상에서 가장 꼿꼿하고 사랑스러운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은 병원에 갔다가 뜻밖의 순간 또래 할머니에게 안락사 안내물을 받는다. 하늘의 계시처럼 다가온 안락사 아이디어는 유도라의 머리를 온통 차지해버린다. 삶을 어떻게 살지 선택해왔듯 삶의 결말도 자기 뜻대로 선택할 수 있단 생각은 짜릿하고 매력적이다. 더구나 너무 오래 아프지 않고, 주변에 폐를 끼치지도 않고, 품위 있게 죽을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것 아닐까? 눈이 번쩍 뜨인 유도라는 번개처럼 안락사를 신청한다. 그리고 유도라의 눈앞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삶의 갈림길이 펼쳐진다.


특별한 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갈수록 노쇠해가는 몸 때문에 신청한 안락사는 과연 승인될까? 안락사로 죽을 수 있다면, 과연 남은 삶은 어떻게 보내며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그런데 큰맘 먹고 신나게 선택한 죽음이 유도라에게 영 호락호락하지 않다. 스위스 병원도 자꾸만 더 깊이 생각해보라지 않나, 유도라의 기상천외한 이웃 꼬마 로즈, 장난스러운 또래 할아버지 스탠리까지 유도라가 가슴 뛰는 희망을 담아 선택한 죽음을 가로막는다.

 

그러자 유도라는 외친다. 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죽겠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나는 멀쩡하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내 맘대로 죽게 해줘요!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는 피할 수 없이 못난 모습으로 죽음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할머니 유도라의 위풍당당한 이야기다. 독자들은 품위 있고 단단하게 죽음을 마주하는 유도라를 만나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안락사가 아니더라도 남은 날이 길지 않은 노인이 죽음을 존엄하게 맞이할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죽음을 앞두고 남은 삶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 들었을 때 죽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작가 애니 라이언스는 이 책을 집필하던 중 어머니를 잃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아 이 책을 완성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여정에 동행하고 함께 웃고 울 권리가 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축하하고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솔직하게 다가올 죽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유도라는 친구들과 함께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슬픈 일을 겪으며 죽음에 천천히 다가간다. 독자들은 유도라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 전에

우리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들


 

작가 애니 라이언스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충분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영국의 '블리츠 정신'을 꼽았다. '블리츠 정신'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공포와 좌절을 이겨낸 영국인의 태도를 일컫는 말로,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것이다."로 요약된다. 힘든 시기를 지나기 위해 평정심을 가장하는 행위는 전쟁 중 일상을 지켜내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앞두고 겪는 두려움과 상실감을 공유하고 제대로 작별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되었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유도라는 유년기에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할머니로 매사에 예절과 예의를 지키고자 애쓴다. 그러나 "삶의 환희로 가득 찬 수류탄 같은 어린 소녀" 로즈와, 말도 많고 감정 표현도 많은 5살 연하 할아버지 스탠리를 만나며 마음을 터놓는 즐거움을 알아간다. 나이와 세대가 모두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이 겪는 감정을 말로 전하면서 유도라는 점차 자유로워지는 감각을 맛본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급속도로 크게 성장해 온 나라다. 그러면서 사회는 큰 변화를 맞았고, 유도라처럼 한국전쟁 및 전쟁의 여파를 겪어온 한국 노년층의 단단한 태도는 이제 다른 세대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다가서기 어려운 벽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독자들은 유도라를 만나며 전쟁을 겪은 노인이 거쳐온 삶과 생각의 변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노년의 가족을 이해하고 앞으로 남은 가족과의 삶을 보다 따뜻한 기억으로 채워 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안락사와 존엄사 주제를 통해 '좋은 삶'에 대해 말하는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유도라가 안락사를 선택한 후 천천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며 겪는 온갖 사건사고의 이야기다. 하지만 다분히 논쟁적인 안락사를 무신경하게 옹호하는 소설은 아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안락사 논쟁은 죽음의 형태를 선택할 개인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그에 앞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찰의 문제다. 어떤 형태의 죽음이든 죽을 때까지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적합한 방법인가가 중요하다.

 

안락사 심사를 받던 유도라에게 의사는 말한다.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167쪽)


유도라는 이 말을 계기로 삶에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좋은 죽음'은 깔끔하고 폐 끼치지 않는 죽음의 순간으로 호도되기 쉽다. 하지만 '좋은 죽음'은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삶의 질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좋은 삶'을 뒤집은 말이다. 그래서 유도라가 삶에 더 이상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던 생각을 바꾸고, 전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이웃집 꼬마 로즈를 지키는 장면은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제대로 죽음을 준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는 편안한 죽음을 고대하며 설레어하는 유도라의 삶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면서, 반전을 거듭한다. 죽음을 예약한 후에야 유도라는 삶의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와 인연을 붙잡게 된다. 독자들은 유도라가 겪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인생에 눈물을, 마찬가지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죽음이 유도라의 삶에 데려다준 새로운 사람들에 웃음을 머금게 된다.

 

유도라는 결국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마지막 장에 이르면 이 작품은 다채로운 감동에 더해, 오랜 세월 세상의 격변을 견디며 살아온 주변의 어르신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고 헤어질지, 훗날 삶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깊은 생각의 여운을 남긴다.

 

 

 

애니 라이언스 Annie Lyons


 

런던 채링크로스 로드의 서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행운아인 책벌레로서 11년간 출판업계에서 일하다가 2009년 경제위기 속에 해고당한 것이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창작 글쓰기 강좌를 거쳐 2년을 들여 완성한 후, 2013년에 출판한 첫 작품 [전혀 완벽하진 않지만Not Quite Perfect]은 아마존 킨들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애니 라이언스는 독자들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등장인물을 창조해내고, 독자들 모두가 연결될 수 있는 주제인 부모, 사랑, 가족, 슬픔, 우정, 음악, 웃음에 대해 쓰는 것에 집중해왔다. 독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고, 궁극적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저서로 6권의 소설이 있으며, 대표작인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이의 노인과, 어린아이의 우정을 그리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여 호평받았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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