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런던 -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 아트

유쾌하게 흔들렸던 런던의 미래
글 입력 2023.04.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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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7월 22일까지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쉬 팝아트> 전시를 보고 왔다.

 

 

 

회색빛 런던은 잊어!


 

사람들은 보통 ‘팝아트’라고 하면 미국의 앤디 워홀을 떠올린다. 유명한 통조림 그림이라던가, 대량 생산되는 콜라주 그림이 그 뒤로 따라온다. 통통 튀는 인상의 미국 팝아트를 생각하다 그 앞에 ‘영국의’라는 형용사를 넣으면 어감이 조금 오묘해진다고 생각했다.

 

비록 미국의 팝아트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화려하고 모호한 이미지들 속에서 ‘영국’의 팝아트라는 표현은 나에게 생동감이 있다기보단 영국의 하늘처럼 칙칙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 편견을 깨워준 것이 바로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이다. 전시의 초입부터 쓰이는 용어, “Swinging London”은 1960년대의 런던이 여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아주 역동적이고 활기찬 도시였음을 역설한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변화의 물결은 회색빛 도시에 생기를 가져왔다. 다채롭게 꾸며진 전시장에서 나는 신문 콜라주를 통한 풍자를, 성역할에 던지는 도전장을, 시대를 지배했던 유쾌함을 엿볼 수 있었다.

 

산업 혁명이 시작된 나라에서 예술의 혁명이 일어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그 시대에 잠시 머무르는 것 같았던 전시에서, "런던은 바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멋진 도시이다."라는 보그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발언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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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다채로울 과거의 내일


 

전후 세대란 어디까지일까? 45년에 끝난 세계 2차대전의 영향력이 어떤 세대에서 끝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전쟁의 영향이 크다고 간주할 만한 세대의 범위에 관한 질문이다. 나는 이 전시를 감상하며 어쩌면 이 “스윙잉 런던”을 이끌었던 세대가 가장 마지막 전후 세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침체하여 있는 것만이 전후 세대의 모습은 아니다. 우울한 분위기를 뚫고 나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까지가 ‘전후’의 마무리라는 아닐까. 보수적이고 전통적이었던 사회상에 반항하여 도전적인 작품을 이어가는 인디펜던트 그룹 소속 예술가들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전시 중 내 기억에 가장 깊게 남았던 부분은 ‘디스 이즈 투모로우’ 전시였다. 리처드 해밀턴의 ‘무엇이 오늘날의 집을 그렇게 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가?’로 시작하여 이어지는 인디펜던트 그룹 작가들의 작품들이 당대의 사회상을 철저히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런던은 어느 도시보다 활기찼고,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새로운 것의 발명과 구시대의 종말이 같은 도시에서 매일매일 이루어졌으니, 당시의 런던을 "스윙잉 런던," 직역하자면 "흔들리는 런던"이라고 표현한 것이 틀린 표현이 아니었을 것이다. 위태롭고 유쾌한 런던을 살아가던 시민들에게 '디스 이즈 투모로우'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이었을까? ‘이것이 내일이다.’라는 선언은 어제를 과거에 남겨두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일’이라며 만들어진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은 과거의 잔재인 사진들의 콜라주였다. 현재를 재현하며 '이것이 내일'이라고 말하는 전시가 얼마나 재밌었을까! 작품을 관람하는 나 자신까지도 하나의 작품이, 다가올 미래가 된 기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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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오늘날의 집을 그렇게 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가? (1956, 해밀턴)

 

 

 

수백 겹으로 쌓여 빛나는 도시


 

전시를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 길, MD샵의 벽에 호크니가 남긴 말이 적혀 있었다. 전시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팝아트 작가들이 콜라주에 이토록 끌렸던 이유가 직관적으로 보였다. "한 겹의 시간을 다른 겹 위에 올려놓는 것."

 

어쩌면 그의 눈에는 이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콜라주로 보이지 않았을까? 뚝딱뚝딱 올라간 회색빛 건물들과 다양한 피부색 그리고 머리색의 사람들, 무지개빛으로 번쩍이는 조명들과 조명에 지지 않도록 빛나는 사람들의 눈. 그의 시선 속 런던은 수백 겹으로 쌓여 빛나는 도시였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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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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