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역동하는 팝아트, 스윙잉 런던 :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글 입력 2023.04.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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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뮤지엄은 이번이 3번째 방문이다. 작년 봄 팀버튼 전을 시작으로 11월 경의 장 줄리안 전, 그리고 이번 봄엔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 정확한 전시명은 그의 이름 뒤에 '브리티시 팝아트'가 붙은 것이지만.

 

의아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영국 팝아트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을까. 한 시대에 주목한 것도, 한 작가만 다룬 것도 아니라서 전시 구성이 상당히 중요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커다란 카테고리는 같아 보여도 길게 풀어내기엔 공간의 제약이 상당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간 아무것도 없는 것만 못하니 말이다.


이게 전시를 관람하게 된 계기였다. 어떤 흐름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해서. 부러 점심시간이 끼어든 애매한 시간대를 골라 입구로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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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의 나열이 보였다. 여러 단색의 조합으로 '팝아트' 하면 떠오를 만한 강렬하고 단순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하였고. 제2차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1960년대를 휩쓴 자유와 유희의 분위기가 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영국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부는 새로운 변화를 일컫어 'Swinging London'이라 불렀다. 그 시기를 이끈 팝아트 창시자 '리처드 해밀턴', 수영장 그림으로 익숙한 '데이비드 호크니'를 포함하여 14명의 작가를 보여준다.


초반 섹션은 신기할 정도로 저번 장 줄리안 전시 양상과 비슷했다. 그때엔 작가가 직접 그린 본인의 일대기가 벽면에, 그가 그렸던 그림일기들이 벽면을 따라 놓였다.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면 알록달록한 영상이 사방면을 가득 메웠다. 이번 전시는 한 시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려는 듯 팝 아티스트들의 이름과 간략한 약력, 대표 작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스윙잉 런던'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글도 적혀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만난 것이 인디펜던트 그룹이다. 세계 각국이 끼어든 전쟁처럼 인류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만한 게 있을까. 전후 상황이라면 삭막하고 퍽퍽할 것만 같은데, 되레 갑작스러운 활기를 띄우며 온갖 기술이 발전하고 일상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더 뛰어난 전략과 기술의 유무로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발전은 자연스럽다.


한편으로는 급격한 퇴보와 혼란도 발생한다. 전쟁 중에는 그 누구도 사람 취급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총을 든 이들은 서로를 과녁판쯤으로 여겨야 하고, 보호 내지는 자격 미달로 싸움 한복판에 끼어들 수 없는 이들은 다른 형태의 '무기'로 전락한다. 그러니까, 강압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성폭행의 피해자들로. 이름 대신 번호나 기호쯤으로.


전쟁 이후, 지나치게 성적으로 개방화된 세상을 생각하면 대중 친화적이고 단순하고 쉽고 자극적인, 한마디로 예술을 통조림 같은 일상품 취급하는 팝아트의 물결과 그 팝아트에서 대상으로 전시된 여성들의 몸들(그것도 주체적으로 드러내는)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싶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발생한 경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주석은 없지만, 팝아트와 섹슈얼리티를 짧게 다루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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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벽면의 글은 하나의 지침서이자 요약본이다. 관람객은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들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바라볼지 이러한 설명문에서 힌트를 얻고, 전시 기획이나 구성 의도를 파악해 가며 최대한 기획자들이 보여주는 시선을 따라간다. 그렇기에 오탈자가 눈에 띄게 보였던 점이 아쉽고, 전쟁 이후 일어난 급진적인 변화와 팝아트 간의 연관성, 그리고 팝아트 내에서도 어떠한 움직임이 도드라지게 생겨났는지 조금 더 짚어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일에 대한 원인과 결과는 현시대의 우리가 아무리 파악하고자 한들 명확함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자세한 이야기를 생략한 것이 일정 부분 이해가 되기는 한다. 흐름이 조금 더 매끄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뿐이다.


이렇게 팝아트를 중심으로 대중문화를 보여준 게 하나의 축이라면, 다른 축은 전시명에도 있듯 데이비드 호크니를 집중 조명한 것이다. 그의 일대기를 다루는 식의 접근보다는 그의 유명한 작품에서 수영장과 물이라는 키워드를 따와 공간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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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내엔 직사각형 거울이 곳곳에 있었다. 밋밋한 표면이 아닌 물결치는 굴곡,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굽이치는 파도 등을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벽면에 적힌 호크니의 말들과 함께 관람하면 더욱 인상 깊지 않을까 싶다.

 

특히 갑자기 더워진 지금 이때에 그의 수영장 물은 시원하고도 청량한 느낌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전시를 보았다면 느낌이 또 다르지 않았을까. 찬 공기와 잘 어울릴 것 같은 구성이었으니.


 

"실제 물이 튀는 시간은 1초 정도죠. 그런데 이 튀는 물을 그리는 데는 일주일이나 걸렸어요. 가느다란 선들로 섬세하게 표현했죠."

 

_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동선과 흐름을 고려하여 팝아트 섹션과 데이비드 호크니 섹션을 교차로 이어간 것 같은데 차라리 두 개의 이야기를 한곳에서 보는 느낌으로 조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호크니가 물을 대하는 태도가 꽤나 감명 깊었는데 다시 인쇄술에 담긴 팝아트로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다시 호크니의 다른 작품들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호크니의 작품으로 만든 티셔츠, 굿즈 등을 끝으로 아트샵이 연결된 흐름은 아주 자연스럽고 좋았다.

 

 

호크니 포스터_세로형.jpg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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