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에 관한 다큐멘터리, 가 아닌 픽션 - 영화 '나의 연인에게'

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랑 이야기
글 입력 2023.04.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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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연인에게>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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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같은 픽션


 

<나의 연인에게>는 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의 작품 중 세 번째로 한국에서 개봉한 장편 영화이다. 감독의 전 작품은 <24주>와 <투 머더즈>로, 각각 낙태와 동성 부부의 양육권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이 선택하는 영화의 소재는 모두 사회에서 열띤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들이다. 두 주제에 관한 입장을 찬성과 반대 두 가지로 나눈다고 했을 때, 각 주장 모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감독은 이런 문제를 다루면서 양측의 의견을 모두 싣는 데 집중한다기보다는, 실제로 두 주장 사이의 어느 지점, '회색지대'에 존재하는 인물의 상황에 주목한다.

 

감독은 픽션 영화 이전에도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이 있으며, 이런 그의 경험이 이후 영화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나의 연인에게> 역시 사랑을 시작한 젊은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카메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조용히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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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긴장을 다룬 영화


 

영화는 독일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튀르키예 출신 유학생 아슬리와 파일럿을 꿈꿨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치의대에 진학한 레바논 출신 유학생 사이드가 서로 사랑하는 5년 동안의 시간을 총 다섯 챕터로 나누어 그린다. 해마다 챕터가 바뀌면서,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의 시작, 주변 환경과 갈등을 낳는 위기의 시간, 안정적 가정을 꾸리려는 시도와 좌절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나의 연인에게>의 가장 큰 특징은 아슬리의 시선에서만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점이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단둘이 남아 물 속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두 사람이 가상의 비행기를 타며 즐거와 할때도 아슬리는 스크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아슬리와 사이드의 이야기는 무언가 빠져 있다는 감상을 남기는데, 그것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사이드의 알 수 없는 행보를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 시퀀스를 예시로 들 수 있다. 행복하고 경사스러운 행사의 현장에서 사이드는 친구를 위해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고, 아슬리는 그런 사이드를 바라본다. 이때 아슬리의 표정으로 보아 그는 사이드가 무대로 나가 발언할 줄은 전혀 몰랐던 것 같이 보이고, 이후에도 예측할 수 없는 남자친구의 행동을 소심하게 쫓으며 춤을 추는 아슬리가 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긴장감이 계속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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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갈등을 관찰하다


  

영화는 크게는 마지막 십 분 정도와 그 외로 나눌 수도 있을 정도이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급격히 주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갑작스러운 톤 변경에 한 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쌓아온 빌드업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아슬리가 겪는 사랑, 가족, 세상과의 불화를 통해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뇌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슬리는 서구 국가인 독일로 유학을 온 뒤 엄격한 부모의 감시가 없는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자아를 탐구한다. 그런 과정 중 하나가 남자친구인 사이드와의 만남이다. 그렇지만 아슬리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아슬리에게 동거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그 남자친구의 출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갈등한다.

 

가족과의 불화에도 꿋꿋이 사랑을 믿으며 떠난 사이드를 기다리는 그는 사이드의 가족 모임에 초대받는데, 이 곳에서도 문화적 차이와 언어의 차이, 계급의 차이를 실감한다. 통하지 않는 언어, 그리고 떠난 남편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막막함은 그가 더욱 고립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다.

 

그러한 아슬리의 감정을 영화에서는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줘 몰입감을 높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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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법


  

감독은 영화 매체 ‘프리미어 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정말로 (전부) 알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연인에게>에서 감독은 주인공 아슬리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린 사랑을 위한 한 여성의 노력을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정말로 뜻밖의 반전을 일으키며 관객을 놀라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다만 마지막에 여러 명의 아슬리가 ‘진짜’ 아슬리를 쳐다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감독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소 헷갈리게 한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아슬리의 사랑의 위대함인지, 사랑을 찾았지만, 버거운 현실에 고통받는 그의 불행이었는지 알기 어렵다.

 

이는 911테러 참사라는 집단적 트라우마이자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그런 주제의 사용에 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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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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