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물음표와 함께 20세기 미술사 톺아보기 -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

20세기 미술가들을 만나고 오다
글 입력 2023.04.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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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언제나 대상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뜻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지식이 전무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예요!" 정도로만 말하게 되는 분야가 있다.

 

나에게는 그런 분야가 바로 그림과 음악이다. 그런 내가 무작정 미술 전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을 보러 간 것은 작은 도전과도 같았다.

 

조금이라도 화가들에게 대해 미리 찾아보고 갈 생각도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제껏 미뤄왔으니 일단 전시를 무작정 보는 것도 좋겠다는 결론과 함께 마이아트뮤지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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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은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루드비히 미술관과 마이아트뮤지엄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특별 전시다. 모든 작품이 원화 그 자체로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관 내부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오히려 그 덕분에 촬영보다는 작품 자체에 집중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처음 전시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벽에는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그 컬렉션을 한국에서 전시하는 의미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그에 따르면 요셉 하우브리히, 페터 루드비히와 이레네 루드비히 등 독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작품 기증을 통해 미술관의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으며, 그렇기에 독일이 정치적인 탄압, 분단, 그리고 통합 과정을 거쳐오면서도 수많은 작품과 그 가치를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자랑스럽게 한국에 소개한다는 서론을 읽고 나니, 여러 사람들의 애정으로 만들어진 컬렉션을 볼 생각에 더 마음이 부풀어 올랐던 것도 같다.

 

입장 전에 챙겨온 전시 책자에서는 개별 작품에 대한 설명 대신 20세기의 예술 사조에 대한 설명글을 읽을 수 있었다. 청기사파와 절대주의, 입체파, 앵포르멜, 팝아트, 미니멀리즘, 비디오 아트와 같이 작품들에 스며든 관점과 형식 등의 개념이 간략한 등장 배경과 함께 순차적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해설을 원한다면 H.Point 에서 유료 오디오 도슨트(2,000원)를 결제하여 들어볼 수 있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미술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기에 도슨트의 도움을 받았다.

 

 

 

'본질'을 표현하기 위한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 기존 가치관에 대한 몇 차례의 반항


 

본격적으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곳에는 피카소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이 시대적 순서에 따라 전시되어 있었다.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 구성

 

1부 / 독일 모더니즘과 러시안 아방가르드

2부 /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3부 / 초현실주의부터 추상 표현주의까지

4부 / 팝아트와 일상

5부 / 미니멀리즘 경향

6부 /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


 

흥미로웠던 것은 섹션을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기법과 관점이 등장했지만, 그 의도에는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색다른 방법을 도입하고자 한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하나로 정리할 수 있었다.

 

기존의 방법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본질'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 혹은 관점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원근법을 통해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만이 진정한 '재현'의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카소의 입체주의, 추상표현주의에서 벗어나 현실 속 매스미디어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앤디 워홀의 팝아트(Pop Art), 최소한의 감각으로 본질을 전달하고자 했던 미니멀리즘(Minimulism) 등은 각자 다른 시기에, 그러나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초점을 맞춘 대상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존에 공유되던 예술의 틀을 깨부수고자 한 것이다. 20세기의 미술은 - 사실 언제나, 어떤 분야에서나 그렇듯이 - 과거에 대한 도전의 반복으로 전개되었다.

 

 

 

'예술적'이라는 건 무엇일까? : 찢어진 캔버스가 주는 감동


 

기존의 가치를 뒤엎는 표현 방식이 거듭된다면, 결국 그 흐름이 어떤 순환 속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리는 예상해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추상적인 그림과 구체적인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감상을 예로 들어보자.

 

입체주의를 도입한 예술가들은 기존 정물화의 질서에서 벗어나 세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을 수 있지만, 그저 두 가지의 주어진 표현법 중 하나로 '학습'한 나로서는 그들의 도전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감탄하기는 어려웠다. 대상을 명확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것이 더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난해하고 괴상한 피카소의 그림이 그렇게나 칭송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 예술적인 것일까? 기존의 방식이 '온전한' 예술을 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었는데, 피카소의 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처럼 새로운 방식이 후대에 의해 다시 부정되고 과거의 방식이 다시 인정받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예술적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계속해서 던지며 전시를 둘러보던 와중에, '틀을 깨는 것'의 감동을 주는 작품을 하나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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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번 전시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 개념, 기대(Spatial Concpet, Expectations)'다. 거칠게 찢어진 채로 전시되어 있는 그의 캔버스는 내게 짧지만 강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는 이 찢어진 캔버스가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까 고민했다. 그러다 그 제목 속 '공간 개념'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말 그대로 머릿속에 무언가가 반짝하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당연히 2차원으로만 쓰였던 평면의 캔버스가 찢어진 틈을 통해 3차원의 공간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순간의 놀라움을 '예술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지금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등장 당시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을 피카소의 그림도 오래토록 예술로 인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교실 밖의 예술을 경험하다! : 흔한 대한민국 청년의 사족


 

한편, 전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전시를 둘러보며 느낀 것이 한 가지 더 있어 덧붙이고 싶다. 이렇게 전시에 와서 저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이 의외로 생각보다 더 신기한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피카소 뿐만 아니라, 수험생으로서 공부하며 몇 번이고 읽었던 시 - 김춘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의 소재였 그림의 작가 마르크 샤갈, 중학교 때 미술 시간에 이름을 듣고 그림을 따라 그렸던 칸딘스키나 잭슨 폴록의 작품을 직접 보니 괜히 신이 나더라.

 

 

 

마무리하며


 

전시를 둘러볼 때까지도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근현대의 미술이지만, 막상 느낀 점을 글로 정리해보니 그 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기분이 든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볼 때, 그 시대의 예술가들은 무엇을 주장하고 싶었고 그 시대의 대중은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해보며 작품을 감상한다면 그것의 예술적 가치를 조금은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건네고, 그 대답을 상상해보며.

 

그래, 마치 그들과 대화를 나누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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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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