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아는가 [도서/문학]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글 입력 2023.03.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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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다. 광고나 뉴스,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해 우리는 쉴 새 없이 많은 이미지를 접하고 있다. 이제 이미지는 문자보다 우리에게 먼저 다가온다.

 

SNS를 통해 맛집을 찾을 때 장소를 설명하는 글보단 사진이 맛집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며, 스마트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도 장문의 글보다 이모티콘 하나가 효과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오늘날 이미지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혹은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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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는 그의 저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통해 이러한 이미지를 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다룬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보았는지의 기록이라고 이미지를 정의한 그는 작품의 이미지에 주어진 표상적인 형태에 대해 관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뒤에 숨겨진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읽어낼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예로 그는 프란스 할스의 초상화 작품을 가져온다. 할스의 초상화가 지닌 훌륭한 묘사력과 인물의 생동감, 인상적인 눈빛에 의해 간과되는 부분인 할스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 즉 가난한 화가가 자신과 달리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르던 시대적 계층 인물을 향한 시선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힌다.

 

버거는 이렇게 작품의 의미가 축소화되어버리는 과정을 신비화 mystification이라고 부른다. 나아가 카메라와 사진술의 발달로 인한 작품 복제 시대에서 시장 가치에 의해 신비화된 작품에 대한 논의를 펼쳐나간다.

 

우리는 사진 이미지를 통한 복제로 장소에 단단히 결합하였던 기존의 작품들을 언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작품의 일부를 떼어내거나 확대, 축소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버거는 이러한 복제 기술이 과거 소수만이 가졌던 예술을 자유롭게 해방하고 예술을 대중에게 돌려주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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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는 이어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시장 가치라는 또 다른 종교성과 결탁하여 신비화되었음을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존 버거의 신비화 개념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현대미술의 특징으로서 신비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현대미술이 난해하다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간은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상, 신비한 대상을 개념적으로 포섭하는 활동을 계속해왔다. 특히 이성적 추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의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거나 기존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던 사실들을 발견해내고 개념화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실제로 탈신비화를 통한 지식적 관념의 축적은 인간 문명이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사고와 지식화는 이성으로 대상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인식을 불러일으켰으며 개념화되지 못한 부분은 간과되거나, 혹은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현대미술은 이미 탈신비화된 대상을 다시 신비화함으로써 우리가 놓쳤던 부분, 보이지 않는 본질을 이성적 사고가 아닌 감각적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일상 속 사물이나 상황을 낯설게 하는 방법은 이러한 현대미술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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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체계 내에서 예술작품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위에서 언급하였던 현대미술의 특징으로서 신비화 역시 예술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준다.

 

존 버거의 신비화와 현대미술의 특징으로서 신비화를 고려할 때, 우리는 어떤 기준을 통해 예술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봄 직하다.

 

더 나아가, 존 버거의 시각을 예술 작품에 국한하지 않고 이미지를 다루는 시각문화 전반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우리는 스스로가 이미지를 보는 방식을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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