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감각하고 경험하기 - 도나 후앙카: BLISS POOL 展

글 입력 2023.03.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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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시란 무엇일까?

 

시각적 아름다움과 황홀감을 주는 전시? 혹은 밀도 높은 주제와 이야기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일까?

 

보는 사람 저마다의 가치관과 역사, 취향에 따라 전시의 의미는 달라진다.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전시,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전시란 존재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모두가 경험해 볼 가치가 있는, 각자의 의미를 탐색해 볼 의미가 있는 전시는 있다.

 

이달 초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최한 도나 후앙카(Donna Huanca)의 개인전 BLISS POOL(블리스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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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볼리비아계 미국인 작가 도나 후앙카의 폭넓은 세계를 선보인다. 조각과 설치부터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 자리에서 한 번에 조망하는 건 거대한 경험이다.

 

재료 또한 점토, 모래와 같은 자연에서 온 것부터 플라스틱, 인조 가죽 같은 인공 재료가 혼재되어 극단의 것들이 조화로운 동시에 이질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인간과 자연, 기억과 감각을 주제로 탐구하는 도나 후앙카의 세계로 초대한다.

 

 

 

퍼포먼스, 그리고 여성


 

전시에 들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하얀 벽의 파란 자국이다. 둥근 벽을 따라 전시장으로 들어선 중앙에도 흰 벽에 묻은 파란 색감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사람의 모양과 같은 파란 형태, 어떻게 완성된 것인지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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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na Huanca_Bliss Pool_installation View (c)Onart Studio

 

 

도나 후앙카가 선택한 건 퍼포먼스였다. 전시장 곳곳 퍼포머들이 걷고, 앉고, 움직이면서 흔적을 남긴다.

 

이 퍼포머들은 몸 위에 다양한 재료를 얹었다. 점토부터 식재료인 강황과 달걀, 커피, 설탕까지 천연 재료와 화장품을 사용해 신체에 다양한 색감을 입었다. 이들은 최대한 천천히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바닥과 벽에 사라지지 않을 흔적을 남기며 작품을 확장시킨다.

 

이러한 퍼포먼스에는 도나 후앙카의 예술관이 담겼다. 회화와 같은 장르는 고정되고 변화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 반면, 퍼포먼스는 동시성, 실시간성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주로 여성에 집중해 작업하는 도나 후앙카에게 적합한 매체이다. 미술사에서 약한 존재, 감상의 대상이 되곤 한 여성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퍼포먼스는 이러한 여성이 작업의 결과물이 아닌 작업의 주체, 작업의 진행과정으로서 움직이고 행동하게 한다.

 

 

 

감각을 깨우는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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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na Huanca_Bliss Pool_installation View (c)Onart Studio

 

 

전시의 제목인 ‘BLISS POOL’, 거대한 행복의 연못은 마주하는 순간 관객을 압도시킨다.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 간의 조화와 균형, 동시에 이질적인 간극이 독특한 모습을 자아낸다.

 

특히 회화 또한 퍼포먼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퍼포머의 신체를 확대해 사진을 찍고 이를 캔버스에 인쇄해 밑그림으로 사용했는데, 사진을 매우 크게 확대해 구체적인 형상은 사라지고 추상화와 같은 모습이 완성된다. 붓이 아닌 손으로 캔버스 위에 색을 칠한 작업 방식은 원초적인 힘과 자연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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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na Huanca_BLISS POOL #2_Oil sand on digital print on canvas_228x168x130 cm_2023

 

 

나아가 연못은 시각, 후각, 청각 다양한 감각을 깨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고유하다. 둥근 원형의 연못을 돌아다니며 거울과 같이 반사되는 조각, 강한 색감의 회화, 다양한 소재가 뒤섞인 설치물을 바라본다. 새로운 소재를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향이 코끝을 스친다.

 

팔로 산토 나무와 태운 머리카락 등의 소재가 혼합된 향.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물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도 잠든 감각을 깨운다. 이처럼 여러 가지 감각이 한 번에 쏟아지는 가운데 바깥세상의 소란은 잊고, 지금 이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여러 감각 중에서도 후각의 쓰임이 새롭고 놀라웠다. 사람은 무엇으로 전시의 경험과 전시 공간을 기억하게 되는가? 나아가 무엇으로 시간을, 순간을 기억하는가? 후각이 불러일으키는 향수와 상상을 떠올리게 된다.

 

따뜻함, 다정함, 충만함, 행복, 덧없음, 그 모든 것을 향으로도 느낄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스스로 그러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관객, 예술이 되다


 

도나 후앙카의 세계를 거닐면서 관객은 스스로 예술 작품이 된다.

 

조용히 몰려오는 감각에 집중하면서 어떤 외부의 물질이 아닌, 감상하는 나 자체를 바라보게 된다. 발을 떼고 공간을 거니는 행위 자체가 후앙카의 작품, 그리고 공간과 관계를 맺고 의미를 변화시킨다. 이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넘어 ‘작품을 감상하는 나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전시 공간 스페이스K의 구조와 건축이 이를 강화시킨다. 스페이스K 건물은 안과 밖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곡선은 곧고 바른, 마땅히 이렇게 끝날 것이라 예상되는 곡선이 아니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순간 꺾어지고, 잦아들고, 변화되는 곡선이다. 이러한 곡선은 작품의 연장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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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na Huanca_Bliss Pool_installation View (c)Onart Studio

 

 

도나 후앙카 또한 이러한 조형에 영감을 얻어 곡선의 공간에 맞는 작품을 특별히 제작하기도 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관람을 마치고 나와 건물의 곳곳을 들여다보면서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공간이 예술로, 관객이 예술로 변화하는 스페이스K.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주목할 만한 작가, 도나 후앙카의 전시를 직접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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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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