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검열과 방치 사이에서 줄타기 [TV]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2023)
글 입력 2023.03.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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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가 3월 3일 공개된 이후로 대한민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로 한국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그 영향력을 증명했다. 대중은 사이비 종교와 연관된 사업을 다시 조명하고, 유명인 중 사이비 신도를 찾아내 그들의 사과 혹은 탈교 선언을 요구하는 등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같이 해당 다큐멘터리가 고발하는 내용의 심각성에 충격 받은 대중은 술렁이며 사이비 종교에 대한 반감과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발 내용과 관련된 표현의 수위가 일반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아 충격을 주면서 표현의 자유의 윤리적 논의가 열띠게 진행되고, 피해자 보호 및 성폭력 묘사의 허용 범위와 관련된 비판이 발생하고 있다.

 

 

 

<나는 신이다>가 쏘아올린 큰 공 –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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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첫째는 피해자 보호의 문제, 둘째는 피해 사실의 포르노그래피화의 문제.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활동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면서도 약점이 되는 부분이 바로 피해자의 신상 공개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특히나 그 피해가 종교 단체와 같이 폐쇄적인 집단 내부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이 문제는 더욱 깊어진다.

 

또한 고발 과정에서 발생할 심리적인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와 피해자가 집단 내부, 외부의 2차 가해에 노출되기 쉬운 점이 고발 행위가 복잡한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인 문제의 고발은 피해자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그 문제를 세상에 공개하는 일이다.

 

<나는 신이다>에서 JMS 교주 정명석의 성폭행 피해자 메이플은 얼굴과 실명을 모두 공개한 채로 피해 사실을 공개한다. 메이플이 인터뷰하며 괴로워하는 모습과 기자회견 직전에 위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일반 방송국용 다큐멘터리에서는 볼 수 없었을 내용이고, 그렇기에 <나는 신이다>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마주했다.

 

피해 사실이 포르노로 소비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 역시 <나는 신이다>가 가장 크게 비판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중점이 되었던 부분은 피해자의 신체가 드러난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점, 그리고 피해자의 증언 속 피해 현장을 대역을 사용해 재현한 점이었다.

 

가장 수위가 강한 부분은 다큐멘터리 초반 JMS 교주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편, 1편의 도입부의 녹음된 음성이다. 피해자의 울음소리와 성적인 정명석의 말이 불쾌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공개된다. 이렇게 피해자의 불행한 면을 강조하는 것이 고발을 위해서 굳이 선택했어야 하는 방법이었냐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이 주요 비판 지점과 관련해서 감독인 조성현 PD의 매체 인터뷰 내용을 짚어가며 타당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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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이유 – 기존 시사프로그램의 한계



화제성과 표현의 자유가 언론 기관인 방송국이 아닌 넷풀릭스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넷플릭스는 현재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영상 플랫폼이다. 방송국 시사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의 문제는 그렇기에 화제성과 맞물려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는 ‘연출, 제작자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모두 표현할 자유’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규범적인 표현 방식과 영상 문법으로 표현했을 때 겪게 되는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자유이다.

 

조성현 PD의 넷플릭스 기자간담회 발언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메이플은 이미 JTBC에 출연해 피해 사실을 고발한 바가 있다. 그렇지만 대중은 JMS 교의 가해 사실을 지금만큼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에 메이플은 익명으로 고발했고, 피해 사실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피해 사실을 묘사, 고발한다면 고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이렇게 강력한 방법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충분한 자본과 제작기간 역시 10일 있었던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서 PD가 언급한 부분이다. 일반 다큐멘터리보다 훨씬 긴 기간인 2년 동안 제작된 다큐멘터리이다. 당연히 재연 영상과 취재를 위한 비용은 증가했을 것이고, 영상의 퀄리티는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이것이 최근의 약 5년 간 다큐멘터리 제작에 있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것을 ‘넷플릭스 저널리즘(어떤 기사에서는 OTT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부르고 있다.

 

 

 

‘OTT 저널리즘’의 등장


 

그렇지만 OTT 저널리즘의 한계도 명확하다. 최소한 <나는 신이다> 이전의 시사적 다큐멘터리는 그랬다. 무엇보다도 명확한 한계는 대중이 강렬한 내용을 그저 자극적인 영상물로 소비하고 끝낼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신이다> 역시 JMS 편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이제서야 아가동산 이야기가 조명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JMS 편에 비해 언급이 훨씬 적다.

 

이렇게 관심이 문제 해결로 발전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OTT 다큐멘터리의 결말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이 OTT 다큐멘터리의 한계이자 방송용 다큐멘터리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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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방송국 중 하나만 선택해야할까?



이번 <나는 신이다>의 사례가 한국의 방송국과 해외의 메이저 OTT가 합쳐져 발생한 독특하고 기발한 케이스이긴 해도, 앞으로 방송용 다큐멘터리로 돌아가거나 OTT 다큐멘터리만 살아남는다는 결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제작 환경의 문제이다. 시사, 사회적 문제는 오랜 과거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쭉 이어지며 연쇄적인 피해를 낳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 영상은 방송국에 아카이브 된 양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 제작사가 방송국에 영상을 요청해 만드는 것보다, 방송국에서 기획하고 내부의 아카이빙 영상을 검토 후 제작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만들 수 있는 영상의 가짓수가 많고 깊이가 깊어진다. 이와 관련해서 KBS 다큐인사이트 <모던코리아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고자 한다. (<모던코리아 프로젝트는 KBS 다큐인사이트로 방영된 이후 국내 OTT 플랫폼인 왓챠에 공개되었다)

 

그 중에서도 '짐승' 편은 자칫 보기에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 등의 소스를 바느질하듯 결합해 시사적인 문제, 그 당시 사회의 상황과 인식의 배경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품이다. 이런 기획은 방대한 영상 아카이브가 없으면 나오기 쉽지 않다. 따라서 외부 제작사의 다큐멘터리만이 살아남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넷플릭스는 언론 기관이 아니라는 것 역시 방송 다큐멘터리와 OTT 다큐멘터리의 상호 보완적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OTT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영상 서비스를 유통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유발해 수익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넷플릭스에서 출발한 다큐멘터리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방송국에서 출발한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주체가 적당히 어우러져 경쟁하는 관계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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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자의 자세이다. 특히나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고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는 끊임없이 대중의 오독을 경계하고 자신의 제작 의도를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의도가 있더라도 관객의 이해와 해석을 존중해야 하지만, 보도 목적이 있는 다큐멘터리의 경우 제작자가 적극적으로 해석의 길잡이가 되어줘야 한다. ‘이미 내 손을 떠났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한 것.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조성현 PD는 3월 3일 <나는 신이다>의 넷플릭스 공개 이후 꾸준히 언론과 카페를 통해 뷰어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아가동산 편에도 집중해 달라는 의견, 선정성 논란에 관한 제작 의도, 자극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했던 이유 등과 같이 <나는 신이다>를 시청하는 유저를 겨냥해 시청 방향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물론 지속적으로 언론에 의견을 전달해 '태울 장작'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에는 자신의 작품에 관한 관심이 빠르게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홍보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극적인 내용으로 오로지 관심과 조회수와 기록만을 추구한 사람의 행동이라기에는 대중과 방송 프로그램에 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세세하고 신속하게 시청 방향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OTT 자체심의제가 시작되고 넷플릭스와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방송과 넷플릭스가 섞이기 시작한 단계인 지금은 제작자의 이런 태도와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넷플릭스는 공식적으로 언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의 영향력에 관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럴 때 제작자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시사적인 내용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은 분명 더 많은 사람에게 문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그 목적에 맞게 자신의 콘텐츠에 책임을 지는 태도가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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