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회의 잘못인가, 개인의 잘못인가 - 보이체크 인 더 다크

글 입력 2023.03.2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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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는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원작 희곡 <보이체크>(Woyzeck)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2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되며, 원작과 마찬가지로 전쟁이 오래 지속되어 몹시 혼란해진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당시 가난한 민중의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고통과 절규를 담아낸 작품이다.

 

<보이체크>는 독일 문학 사상 최초로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독일문학사에서 ‘추의 미학’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본 작품은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해서 쓰여진 작품이다. 하지만, 뷔히너의 죽음으로 인해 미완성인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창작이 존재한다.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에서는 ‘사랑’에 많은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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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보이체크는 사랑하는 마리에게 꽃을 줄 돈이 없자, 그녀에게 꽃을 주기 위해 강변 가에 가서 꽃씨를 심는다. 유일하게 자신의 노래에 귀 기울여 주던 그에게 마리는 호감을 느낀다. 이들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결혼하는 시점까지 피아노의 선율이 강조되며, 화성이 쌓이면서 풍부해진 음악을 자랑한다. 동시에 노란색 조명이 강조되어 삭막한 무대 배경과 대비되는 따듯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러한 초반 전개는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사랑으로 각자의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군인이었던 보이체크는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으며 유약한 심정을 가지고 있어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다. 다른 군인들과는 달리 조금은 어정쩡한 자세, 순진무구한 눈빛이 그가 얼마나 군대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인지 보여준다. 본 작품의 배경이 전쟁 중이고, 보이체크가 돈을 벌기 위해 군대에 있는 만큼 군대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군대 훈련 장면이 나올 때는 노란색 조명과 대비되는 파란색 조명이 나오며, 노래 또한 마리와 있을 때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아닌, 딱딱하고 강한 멜로디가 전개된다.

 

보이체크와 마리의 사랑은 그들의 아이, 헨젤이 아프면서부터 위기를 맞이한다. 헨젤을 치료할 돈이 없었던 보이체크와 마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돈을 구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보이체크는 돈을 벌기 위해 군 내에서 비밀리에 행해지던 박사의 실험에 참여하게 되고, 마리는 다시 노래를 부르러 나간다.

 

살생을 가장 싫어하던 보이체크는 결국 당나귀를 죽이라는 박사의 명령에 계속해서 항명한다. 하지만 그사이 헨젤은 결국 죽게 되고 보이체크는 절규하며 자신이 단지 당나귀를 죽이지 못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헨젤을 잃어버렸음에 절망한다. 이에 갑자기 보이체크는 살생을 시작하며, 당나귀부터 시작해 의사, 동료 군인들을 모두 죽이고 마침내 자신의 사랑하는 연인인 마리까지 죽이게 된다.

 

보이체크가 살인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정신적 압박감을 느끼며 점차 미쳐가는 과정을 암흑 속에서 사람들이 손전등을 그에게 비추며 강압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통해 표현한다. 하지만, 살인 강요 – 거절하는 보이체크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보여진 만큼, 이 연출 또한 반복적으로 몇 차례 동일하게 진행되면서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더불어 마리의 빨간 원피스, 빨간 손수건은 꽃과 피로 이어지며, 검정 손수건은 죽음을 의미하는 소도구로 사용된다. 하지만, 각 색의 손수건의 상징성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관객에게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보이체크와 마리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아이가 저렇게 아픈데 병원에 안 가는 게 말이 돼?” “도대체 부모가 돼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이들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가장 싫어하는 살인과 노래를 하며 돈을 모으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는 가난한 그들을 외면했으며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대 배경은 이런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듯 무채색의 시멘트벽으로 되어 있다. 노란색 조명은 점점 우울한 파란색 조명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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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여는 카를이 이야기를 닫는다. 카를이 전하는 이야기는 먼 옛날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작금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작품 전반이 사랑을 강조하는 만큼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강조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사회적 비극을 담고 있으며,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약간의 타악기나 불협화음 같은 멜로디가 들어갔으면 조금 더 음악적으로 다채로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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