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권위와 상식을 파괴해버리는 전시 -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미술/전시]

논란의 중심에 선 풍자의 귀재, 마우리치오 카텔란
글 입력 2023.03.2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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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논란을 몰고 다니는 문제적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의 전시를 보러 리움미술관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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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들어서기 전, 입구에서 한 노숙인이 미동도 없는 채 가방을 배게 삼아 미술관 앞에 누워 있었다. 또 미술관 안에도 한 사람이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었다.

 

누워있는 자세나 옷감이 리얼해서 실제 사람으로 착각하여 '왜 여기서 자고 있지'라 생각했지만, 카텔란이 의도하고 배치한 <동훈과 준호>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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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파격적인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카텔란은 고상하고 우아한 미술관의 품위를 보란 듯이 깨부순다. 실제로 노숙자가 이 작품 옆에서 함께 잠을 청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카텔란이 의도했을 장면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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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술관 곳곳에는 박제된 비둘기에 배치되어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 대여소에도, 출입구에서도. 비둘기들이 설 수 있는 모든 벽과 공간 위에서 비둘기들은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미학적 경험을 얻으려 미술관에 들른 관람객들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비둘기들이 북적이는 모습에 이곳이 미술관인지, 공터의 풍경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미술관 내부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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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미술관 바닥은 뚫려있고 그 구멍 사이로 작가의 얼굴을 담은 캐릭터가 평온하게 미술관 내부를 쳐다보고 있다.

 

바닥을 뚫고 엉뚱한 곳으로 나온 듯한 카텔란의 분신, 그 표정이 무척 여유로워 보이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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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에선 카텔란의 어머니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살짝 기괴했다.

 

살짝 열려있는 냉장고 안에는 식재료들과 함께 엄마가 앉아있다. 엄마는 보통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고 요리를 하는 사람인데, 재료 대신 자신이 냉장고에 안에 있으니 섬뜩함도 느껴졌다. 그러나 이 작품은 20대 초반에 어머니를 잃은 카텔란만의 어머니를 기리는 방식이라고 한다.

 

다른 작품에서는 경찰이 완전히 뒤집혀 있다. 공권력이 땅에 떨어지고 무기력해졌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911테러 이후 나온 작품이라는 것을 보아 경찰이 더 이상은 권위가 없고 풍자하는 작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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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을 자유로이 달려야 하는 말은 벽에 머리가 박혀있고, 또 어떤 말은 당나귀처럼 줄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있었다.

 

승리를 의미하는 말이 한없이 무기력하게 속박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당연시 의미를 부여해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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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연상되는 아홉 개의 대리석 조각은 미술관 정중앙에 떡하니 전시되어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언제 어디서든 이러한 사고와 참사는 일어날 수 있다. 바닥은 온통 빨간 카펫으로 깔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고, 온몸을 하얀 천으로 덮은 모습들이 일렬로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최근 이태원 부근에서 일어났던 참사가 떠올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예술계에 화제를 일으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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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스티커로 붙어있는 바나나 한 조각.

 

'코미디언'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의 가격은 자그마치 약 한화 1억 4천에 달한다. 바나나는 썩어 사라지니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 등을 담은 인증서가 판매되었다. 비록 바나나는 썩어 없어지지만 바나나를 벽에 붙인다는 개념이 억에 달하는 가치를 만든 것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바나나 하나로 예술계에 질문을 던졌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말장난 같은 작품에 천문학적인 값어치가 매겨지고 거래되는 현대미술 시장 자체가 코미디가 아닌가 질문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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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있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은 자그맣게 복제되었다.

 

본래의 성당은 엄숙하고 사진촬영도 불가한 곳이지만 모조품인 이곳에선 어떤 담소도, 어떤 촬영도 가능했다. 복제품에서도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실제의 의미는 여전히 가치 있을까?

 

그렇다면 종교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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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앞에는 보란 듯이 교황이 운석을 맞고 쓰러져있다. 신의 말을 전하고, 신과 가까이 있는 그가 자연재해인 운석을 맞고 쓰러져있다. 이것은 종교적 권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일까 조롱일까.

 

 

 

모든 권위와 상식과 규칙에 금을 내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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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나들며 틀을 깨는 익살스러운 예술가의 행보를 바라보는 것은 늘 즐겁다.

 

우리를 둘러쌓고 있는 사회, 권위, 종교, 사랑, 예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다. 우리가 당연시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당연스러운 것이 맞는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그 안엔 웃음이 함께 있었다. 무례하고 솔직하게 진실을 표현하지만, 그 방식이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았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어두웠지만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풀어냈기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의 전시를 찾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선을 넘나들고 틀을 깨는 유쾌한 작품들로 신선한 충격을 느껴보고 싶다면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를 관람해 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리움미술관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니 예약에 성공하여 신선한 시선을 얻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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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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