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률의 충돌과 타협으로 비로소 탄생한 재즈 - East Meets East

글 입력 2023.03.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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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즈를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현저히 다른 일이지만, 나는 재즈의 유래라던가, 이를테면 ‘있어 보일법한’ 것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재즈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 망설여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주구장창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반복하고, 샤워할 때마다 쳇 베이커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 행위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라라랜드’에는 재즈를 열렬히 사랑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극중 배우 지망생인 미아를 재즈 클럽에 데려간 후, 재즈가 얼마나 멋있는 음악 장르인지 설명하고 설득한다. 세바스찬은 각 연주자들이 악기를 통해 충돌하고, 또 충돌하고 타협한다고 말한다. 매 순간 새로운 곡이 쓰이고, 늘 초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East Meets East’ 프로젝트를 통해 비로소 매 순간 새로운 재즈가 탄생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앙상블을 위한 각 연주자들의 연주는 치열했다. 음에 음을 더하고, 기존의 소리에 새로운 소리를 얹고, 선율은 잔잔하다가도 웅장해져 방심하던 귀를 긴장하게 했다. 여러 악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정도로 곡은 너무나도 완전체를 이루고 있었고, 마침내 나는 노래의 끝자락에선 짜릿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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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ast Meets East’ 공연은 일본인과 한국인 연주자들의 아름다운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국적과 배경, 문화도 서로 다르지만 서로의 ECM 음반을 접하고 음악적 유대감을 느꼈던 손성제와 신야 후쿠모리는, 2019년 일본에서 한차례 합동 공연을 펼친 뒤 꾸준히 협업을 꿈꿨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그들의 바람은 늦춰졌고, 약 4년 만에 다시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합동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인 손성제와 신야 후쿠모리 외에도 두 명의 연주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미 국내에서 잘 알려진 탱고 전문 앙상블로 수차례 내한 공연을 진행했던 ‘쿠아트로 시엔토스’의 베이시스트 토루니시지마, 그리고 클래식과 케이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하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합류했다. 네명의 연주자들은 동양인의 서정적인 정서와 감정, 그들만의 철학을 음악에 담아 들려주고자 했다.


손성제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직접 마이크를 들고 곡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하거나 이번 프로젝트의 연주자들을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손성제에게 마이크를 받고는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녀가 웃으며 했던 길고 긴 말이 참 인상 깊었다.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자신은 원래 계획적인 사람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즉흥적인 부분이 많았다며 운을 뗐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번 공연을 함께 올리게 된 연주자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어떻게 연주를 하고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플랜을 세우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즉흥성을 추구하는 그들을 믿고 새로운 음악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보자며 다짐했고, 그 결과 무대는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나도 그녀의 말을 긍정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공연이 이루어지는 동안 연주자들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바라보며 어떻게 앙상블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관찰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곡이 연주될 때, 토루 니시지마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의 악기로 새로운 음률을 더했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연주가 탄생할지는 서로의 유대감으로 만들어지는 듯했다.


신야 후쿠모리 또한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에 자신이 만들어낸 음악을 더했다. 새로운 소리가 더해질수록 곡은 웅장해지기도 했고, 고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확실한 건 무대 위를 꽉 채운 풍성한 소리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앙상블을, 나는 넋을 놓은 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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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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