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히 방법을 찾는 사람으로 남기. [음악]

색소폰 연주자 재스민 마이라의 데뷔 앨범.
글 입력 2023.03.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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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mine Myra - [Horizons]

 

결론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곤드와나 레이블의 매튜 핼솔이 재스민 마이라와 함께하게 된 것은 레이블 차원에서도 그렇고 연주자 자신에게도 반길만한 만남이었다. 데뷔 앨범 [Horizons]에서 재스민 마이라는 현악과 전자악기, 하프 등 다양한 악기 구성을 통해 연주자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리로 구체화시켰다.

 

그에게는 트럼펫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케니 휠러의 광활하고 여백 있는 소리의 흔적이 남아있고, 올라퍼 아르날즈의 차분함이 묻어있다. 아마 매튜 핼솔이 그의 음악에서 발견한 것도 음악적인 기술과 나란히 놓인 독자적인 정서였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쇄 기간에 마이라가 겪은 정서적, 물리적 어려움은 그가 연주로 이야기할 수 있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연주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관객에게 다가간 음악이 그로 하여금 새로이 느낄만한 무언가를 전해줄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연주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첫 곡은 어떤가. ‘Prologue’는 재스민 마이라의 플루트가 현악의 짧게 반복되는 리듬 위에서 흐르다가 점점 커지는 다이내믹과 더불어 색소폰이 큼직한 블로잉으로 공간을 채운다. 이어지는 표제곡 ‘Horizons’는 좀 더 리드미컬하다. 벤 해스킨스의 기타와 재스퍼 그린의 키보드가 그루브 있게 이어지고 재스민 마이라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모티브를 천천히 발전시키면서 현악과 합류한다.

 

또한 곡의 중심에 해스킨스를 놓아두고 마이라 본인은 헤드 멜로디와 종결부에만 개입하는 정도로 음악을 끌고 간다. 위 두 곡은 마이라가 작업을 통해 발전하는 과정을 담은 곡이다. 이를 미루어볼 때 ‘Horizons’에서 그가 주변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고 거기에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신중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의 소리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만 조화를 생각할 수 있다. 누구도 서로에게 일방적으로 흡수되지 않고 ‘모두’라는 모양으로 있기. 재스민 마이라가 첫 앨범부터 대담하게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그것이 앨범의 초반부터 순항하고 있다.

 

‘Morningtide’와 ‘The Promise’는 케니 휠러에 대한 적극적인 헌사다. 밴드의 유기적인 호흡과 적재적소에 현악의 등장, 적지 않은 인원수의 편성임에도 여백을 남기며 연주되지 않은 공간에 가능성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나침반의 북쪽을 케니 휠러에게 맞추고 있다.

 

‘Words Left Unspoken’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채 떠나버린 할머니에 대한 마음을 담고 있는데, 재스민 마이라의 비가는 피아노의 단조로 반복되는 리프 위에서 현악이 그 정서적 풍경을 그린다. 거기에 마이라의 색소폰은 단지 몇 마디만 불어넣을 뿐이다.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은 소리로도 되기 어려운 걸까.

 

그는 오히려 하지 못한 말을 그 자리에 내려놓음으로써 영원히 방법을 찾는 사람으로 남기로 한다. 그렇게 그는 ‘New Beginnings’를 통해 다시 나아간다.

 

이쯤에서 우리가 생각할 건 ‘새로운 시작들’로 마무리된 이번 앨범이 그의 첫 번째 항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가 보여줄 넓은 지평(Horizons) 중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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