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거 제목 한 번 잘 지었네, '지나친 고백'

글 입력 2023.03.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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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밀을 좋아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아주 비밀스러운 사람이다. 나에겐 프라이버시라는 이유로 꽁꽁 숨겨두는 이야기들이 많다. 나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애써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해받지 못한다면? 혹은 불필요한 오해를 산다면? 나의 용기가, 이야기가 몰고 올 파장이 두려운 것이다. 한 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내밀한 경우가 많으니까. 나의 수치스러운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그런데 여기, '비밀은 유독하다'라는 슬로건 하에 자신과 얽힌 모든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쏟아내는 집단이 있다. 그들은 함께 집단 상담을 받고 있는 사람들로 그들의 집단 역시,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집단 상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들에겐 비밀 유지 조약이 없다.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상담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인데, 그 조약이 이 집단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집단 안에는 별별 이야기들이 흘러 다닌다. 심지어 타 집단에서 나온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공유하곤 한다.


따라서 크리스티도 처음, 이 집단이 대단히 낯설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분명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이 있었다.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히는 섭식 장애와 사람들과의 관계, 나아가 성적인 문제까지. 괴로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젠 박사를 찾았던 것이다.

 

그렇게 그가 진행하는 집단 상담에 참여하게 된 것인데, 그동안 경험해왔던 집단 상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

 

어린 시절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던 크리스티는 어른이 되어서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거기에 어린 시절, 가족과의 이슈 및 하와이 휴가에서 겪은 트라우마 등이 더해져 점점 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자신의 상황을, 아픔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래서 폭식을 하고 쾌락을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로젠 박사의 기묘한 집단 상담은 그런 크리스티가 오롯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었다. 매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게 했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직면하며 그 당시의 자신과 마주하도록 했다.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더 이상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 주었다. 작은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과 함께.


저자, 그리고 크리스티는 그 과정을 책 <지나친 고백>에 가감 없이 기록했다. 상담을 받으며 자신이 겪은 감정과 생각의 역동을 제목 그대로 지나치리만큼 솔직하게 풀어냈는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나 자신이 심리학을 전공했던지라, 로젠 박사의 과감한 상담 방식이 꽤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괴상하기 짝이 없는 처방도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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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사의 믿음은 확고했다. 일련의 과정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강한 끌림을 가지고 있었고 그 끌림을 모른 척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그런 부분에도 또 완전 돌팔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상한 처방이 효과는 있었으니까. 


개인적으로 크리스티가 비로소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몹시 인상적이었는데, 그녀의 분노를 자극했던 사람이 바로 박사였다. 질투와 서운함 등이 뒤섞인 분노였는데, 악에 받쳐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크리스티를 보고 이제 또 한 걸음 나아갔다 말하는 박사를 보며 나름의 체계와 철학이 있는 의사는 의사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는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 크리스티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간 결핍되었던 부분이 무엇인지 간파할 수 있는 예민함과 통찰력이 있었다.


책 <지나친 고백>, 읽으면 읽을수록 제목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지나치다는 표현보다 이 책을 잘 설명하는 수식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솔직한 고백에 눈 깜짝할 새 빠져들고 말 것이다.

 

지나치고 또 지나친 그녀의 고백 속으로...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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