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양한 신발이 찍어낸 인류의 발자국을 따라 -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도서]

왜 인간은 다채로운 신발을 신는가
글 입력 2023.03.0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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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로읽는인간의역사_표지(평면).jpg

 

 

1950년대에 최초로 출시되었던 아디다스 삼바가 재유행한다.

우리는 신발을 여전히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신을까?

 

현재 신발이 가지는 위상은 전례없이 드높은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물건이 넘쳐나는 현대에는 신발이 더 이상 필요 때문에만 소비되지 않는다. 원가의 몇 배나 되는 프리미엄가를 붙힌 신발은 평범한 학생들에게도 흔하게 되팔린다. 21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신발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는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특정 브랜드들은 표현의 도구로서 활용되었고, 소비자 자신의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가 됐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계급이나 사회적 열망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찾아냈고, 그 중 일부가 대중문화를 형성하기도 했다.

 

신발의 모든 모양새는 단순히 실용성이나 심미성만을 위해 변화하지 않았다. 그것들을 신는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욕망을 과시하기 위해, 생각을 표현하고 연대하기 위해 신었다. 신발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정치적 의도이기도 했다. 따라서 신발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곧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책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는 단순히 신발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방대한 문화 탐구서와 같다.

 

저자 엘리자베스 세멀핵은 신발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인류의 역사를 풀어내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신발을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로 나누고, 이를 둘러싼 역사적이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쟁점을 소개한다. 나는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목차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1. 샌들

낯설고 이국적인 자유의 상징에서 경직된 사회를 허물어뜨리는 저항의 도구로


 

샌들은 의미와 형태가 가변적이다. 샌들은 신화 속 영웅과 신성한 인물, 그리고 서구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이국의 '낯선 이'가 신어온 신발이다. 여름을 대표하며 휴식과 놀이를 상징하는 신발이기도 하다. 우아함과 세련됨을 상징하는 레드 카펫에 어울리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샌들로 간주하는 신발의 유형도 세월이 흐르면서 놀랄 만큼 많이 바뀌었다. 19세기에는 다리에 리본을 둘러 묶는 신발을 샌들이라 불렀고 19세기 초에는 신발에서 발을 감싸는 부분인 갑피가 뚫려 있으면 샌들로 생각했다.

 

현재는 플립플롭같이 단순한 형태든 끈이 달린 스틸레토 같이 복잡한 형태든 거의 맨발이 드러나는 신발이면 이를 샌들이라 한다. 끈이 달려 있고 평평한 밑창으로 구성된 샌들의 기본형태는 신발의 가장 초기 형태이기도 하다.

 

 

 

2. 부츠

활동적인 남성의 전유물에서 다양한 집단의 동일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고대부터 착용하기 시작한 부츠는 인간이 험난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리고 적을 정복하고 권위를 드러내도록 해주었다. 부츠는 진격하는 군대, 쓸쓸한 카우보이, 자아도취한 멋쟁이, 외국인 혐오 성향의 스킨헤드, 만화책 속의 슈퍼히어로가 신는 신발이었다.

 

서구 패션에서 부츠는 전통적으로 사냥과 전쟁을 위한 신발로 받아들여져, 남성의 신발이었다. 말 소유자라는 지위를 나타냈던 승마용 부츠는 오랫동안 군사력과 상류층의 특권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작업용 부츠는 '전통적 가치관' 그리고 남자다움과 연계되어 육체노동과 거친 남성성을 상징했다.

 

20세기 이후 이 같은 부츠의 실질적인 기능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 대신 정체성과 패션을 표현하는 액세서리가 되었다.

 

 

 

3. 하이힐

남성들의 굽 높은 승마용 신발에서 여성을 향한 욕망과 편견을 투영하는 상징으로


 

하이힐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승마용 신발의 한 특징이 하이힐의 기원이 되었는데, 승마용 신발 역시 말에서 내려오면 생각만큼 제대로 걷기가 어렵다.

 

사실 역사적으로 하이힐의 기능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서구 패션에 도입된 이후 특권층 남성들이 130년 동안 힐을 신었음에도, 수세기 동안 힐은 유혹의 액세서리로 간주되고 비난받아온 여성복의 단면이었다.

 

힐은 몇 백 년 전부터 존재했던 '여성은 비논리적'이라는 관점을 영속화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힐은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신은 여성에 열광하면서도 동시에 경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성 유동성에 대한 인식이 커짐에 따라 힐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조의 상징성이 허물어지고 있다.

 

 

 

4. 스니커즈

값싸고 편한 혁신적인 운동화에서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스니커즈는 산업시대 혁신의 산물이다. 스니커즈의 역사는 19세기 그 기원부터 소비의 정치학을 비롯해 기술 혁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오늘날 스니커즈는 그 가격과 내구성 덕에 전 세계에서 착용되며 여러 면에서 가장 대중적인 신발의 형태로 여겨진다.

 

하지만 몇몇 스니커즈는 상품화와 브랜딩을 통해 남성 패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많은 이들이 탐내는 욕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스니커즈의 광범위한 범주에는 특별함, 사회적 열망, 운동선수의 기량 및 변화하는 이상화된 남성성에 대한 해석과 관련된 다양하고 미묘한 의미도 담겨있다.

 

 

 

5. 신발

신발에는 시대의 변화하는 모습과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신발은 역사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발전해왔다.

 

우리는 별 생각없이 신발을 신는다고 생각하지만, 신발장 앞에 서서 오늘 신을 신발을 고민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때와 장소 등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했을 것이다. 신발은 우리 몸 중 가장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그것을 신은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가장 확실하고 정확하게 말해준다.

 

448쪽으로 한번에 휙 읽어버리기에는 적지 않은 양이지만, 어려운 책은 아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저자 엘리자베스 세멀핵은 신발 탄생의 비화, 신발을 만들고 유통하고 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 흥미로운 에피소드, 고대 이집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발의 변천 과정에 담긴 의미 등을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냈다.

 

신문과 잡지, 문학작품과 같은 방대한 자료와 짧은 이야기 호흡으로 흥미롭게 시대를 훑어보기에 좋다.

 

새해에 새로 읽을만한 책 중 하나로 추천한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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