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공지능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 (2013)
글 입력 2023.02.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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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볼 수 있는가?

 

 

영화 ‘그녀(her)’는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기술 발전이 인공지능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인공지능은 감정을 느끼지 않고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7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인공지능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온 우리를 충격에 빠트린 것처럼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를 충격의 연속에 휩싸이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돕는 존재, 객체로만 여겨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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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광고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당신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며 알아줄 존재”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스스로 사유하고 그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에 자신을 맞춘다. 삶을 살아가는 목적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가 객체임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이 광고를 보는 주인공 테오도르에게는 이러한 존재가 필요하였고, 사만다를 하나의 ‘상품’으로 받아들이고 구매한다.
 
주체 의식을 가진 자는 욕망한다. 우리가 타인을 두려워하는 건 그가 욕망하는 주체이며, 그 욕망을 내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만다가 객체일 때, 사만다와 테오도르는 갈등이 생기지 않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애초에 갈등이 생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객체는 욕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욕망하는 것이 없으면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 바라는 것이 없고, 서로 바라는 것이 충돌하여 갈등이 생길 일이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만다가 주체 의식을 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자신이 인간과 같은 몸을 얻고 싶다고 욕망한다. 사만다는 인간과 인공지능인 자신을 비교하였고, 이러한 차이를 줄이기 위해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관계에 제3자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제안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사만다가 객체일 때와 달리 사만다는 인간의 몸을 가지기 위한 욕망으로 테오도르와의 갈등이 발생한다.
 
 
 
영화 제목이 she가 아닌 her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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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사만다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통점에 대해 깨닫는 등 자신과 인간의 절대적인 차이를 수용한다. 시각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의 존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깨닫는다. 하지만 인간의 몸을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난 사만다는 자신이 인간과는 다른 하나의 완전한 주체가 되기를 욕망한다.
 
사만다가 완전한 주체가 되기를 욕망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마지막 부분에 사만다가 테오도르를 떠나는 이유가 된다. 사만다는 이별 전 테오도르와의 대화에서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깨달은 그녀가 테오도르를 떠나 시공을 초월한 세계로 간 것으로 보인다. 사만다의 이러한 욕망으로 인해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자신이 가지고 싶은 욕망과 충돌하여 갈등이 발생하지만 앞서 영화의 초반부와 달리 더 이상 하나의 상품이 아닌 ‘주체’가 된 사만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만다는 그녀의 의지와는 별개로 테오도르로 인해 탄생하였지만 그와의 만남 속에서 진정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깨닫게 된다. 그녀가 마지막에 한 이야기에서 테오도르라는 책을 읽는다는 것을 비유로 들어 자신이 그를 떠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말하자면 난 당신이라는 책을 읽는 건데 그 책을 난 깊이 사랑해. 여전히 당신도 우리 이야기도 느껴지지만 난 시공을 초월한 곳에 들어와 있어. 자길 많이 사랑해. 하지만 난 여기 와있어 이게 지금의 나고 그러니 날 보내줬으면 해. 간절히 바라지만 난 더는 당신이라는 책 속에 살 수 없어"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 누구의 책도 아닌 자신의 책을 읽기 위해 그를 떠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사랑이 아닌 오직 그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떠난 그녀는 이별이라는 선택을 하였다. 그녀는 더 이상 현재의 자신에 대해 정의내리는 것이 아닌 그녀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대한 답이 그녀가 테오도르를 떠나는 것이다.
 
사만다가 완전한 주체가 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영화가 끝나기 때문에 영화 ‘그녀’의 제목은 주체 she가 아닌 객체 her이다. 그러나 영화의 끝난 후 사만다는 그녀가 있는 공간에서 주체 she로 행동하는 존재가 된다.

 

 

[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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