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머쓱함이 단지 부끄러움은 아니야 [사람]

글 입력 2023.02.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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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모두 살면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머리가 똑똑한 사람, 예쁘고 잘생긴 사람, 리더십이 뛰어난 사람, 부자인 사람이 그런 대상이겠죠. 저는 거기에 머쓱할 줄 아는 사람도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머쓱해하는 게 뭐 대단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타인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바꾼다면 생각이 달라질까요? 더불어 사는 지혜를 아는 사람이라면요.

 

‘머쓱하다’는 사실 익숙한 단어는 아니에요. 아무래도 평소에 입 밖으로 내뱉거나 손으로 적을 일이 없으니까요. 어렴풋이 뻘쭘한 느낌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던 저 또한 ‘머쓱하다’의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된 건 가수 아이유의 머쓱한 웃음과 행동을 보게 된 순간부터였어요. 머쓱할 때 사람은 이런 표정을 짓게 되고 행동이 나오는구나. 사실 제가 아이유가 취미인 팬이예요. 근데 신기했어요. 예쁜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과한 칭찬을 받거나 작은 실수를 하고서 미안함에 머쓱해하는 모습에 제가 웃음을 짓고 더 마음을 주고 있더라고요. 동경하는 연예인이라 그런 건 아니였어요. 머쓱해하는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애정이 갔으니까요. 머쓱함이 뭐길래 왜 이렇게 만드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어요.

 

 

머쓱할 줄 아는 사람 곁엔 누군가 머무른다.

 

 

‘머쓱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봤고 물음을 해결해줄 수 있는 뜻풀이는 아니어서 닮은 느낌의 ‘멋쩍다’를 찾았어요. 하는 짓이나 모양이 격에 어울리지 않다. 어색하고 쑥스럽다. 물음에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되뇌며 생각했어요.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머쓱함은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을 꼭 필요한 부분만 작게 모아서 보여주는 거라고 조금 더 정리됐어요. 덜어낼 줄도 아는 여유 같다. 그러니까 격에 맞게 행동하라는 그런 격언과는 아주 반대에 있어요. 이 지점에서 제가 왜 머쓱해하던 누군가들에게 기분 좋음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자기 감정에 100% 충실하게 기분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 아무도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적절히 조절해서 행여 물이 흘러넘쳐 주변에 서있던 사람이 젖지 않도록 하는 겸손이 보기 좋고 대견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 사람 부모님도 아닌데 참. 자식 보듯이 만들만큼 그 태도가 타인에게 주는 파워가 크다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죠. 대단한 성과를 내고 주변인에게 공을 돌리며 멋쩍게 주위를 돌리기도, 무안을 당한 게 억울하지만 날을 내리고 ‘그래 그럼’ 멋쩍은 웃음으로 넘기는 것은 앞으로 만날 누군가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지혜라고 생각해요. 같이 사는 세상에서 머쓱해할 수 있음은 분명히 큰 능력이예요. 외모가 나아지거나 부자로 만들 수 없을지는 몰라도.

 

머쓱해하는 게 가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보이려는 노력도 굉장히 머쓱할 거예요. 그것도 머쓱함이라면 머쓱함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다 그런 태도가 왜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깨달을 지도 모르고요. 머쓱함에 대해서 쓰다 보니 또 재밌는 걸 알았어요. 멋쩍은 눈물, 멋쩍은 비난, 멋쩍은 거절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고 못 보지 않았나요? 이런 표현 자체가 멋쩍어요. 생각해보니 멋쩍음은 웃음, 고백, 인사처럼 눈부신 단어와 붙어 다니더라고요. 이 단어들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머쓱함이 갖고 있는 따뜻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머쓱해하는 모습을 나의 소심함으로 인한 부끄러움으로 치부했다면 겸손할 줄 아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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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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