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주퀴즈? 네 번 본 사람 인터뷰하기

글 입력 2023.02.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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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 님(가명)의 자취방 현실 고증 100%라는 메타버스

 

 

보통 누군가를 인터뷰할 때는 그 사람을 사전조사한다. 그 사람의 업적, 성취한 것들, 그 사람의 글과 발자취. 사전정보를 바탕으로 사전질문을 만들고, 그렇기에 더 심층적인 그 사람의 내면을 이끌어낸다. 내가 생각한 보통의 인터뷰는 그러하다.


그런데 나는 잘 아는 사람보다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유퀴즈>의 전신인 무한도전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 시절부터,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그 사람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을 유재석 삼촌의 공인으로서의 공신력이 부러웠다. 학교 잔디광장에 앉아 있을 때 모르는 사람 인생을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대화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공인이 아니니까. 아예 처음 보는 사람 말고 적당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사람을 인터뷰해보기로 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진석 님(가명)에게는 알게 된 지 한 달도 안 되었을 때, 네 번째로 얼굴을 마주한 날 내가 돌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진석 님은 또 흔쾌히 응해주었다. 우리는 우연히, 그러나 필연한 한 스터디에서 만났고, 다섯 번 만난 지금도 호칭은 ‘○○ 님’으로 통일한다. 말도 존댓말을 쓴다.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를 모르고, 인터뷰어조차 인터뷰이를 몰랐던 인터뷰. 지금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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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 님이 기타 치다가 부러뜨린 피크

 

 

 

"삶이 성공하려고 사는 건 아니지 않나, 내던져졌으니까 사는 거지.

그러니까 순간순간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Q. 안녕하세요. 요즘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요즘 KBS 9층 시사프로그램 <9층 시사국>에서 리서처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꼭 직무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나요?

 

일하고, 집에 오면 운동하고, 그리고 쓰러져 자고. 주말에 스터디하고. 2주에 한번씩 밴드 활동하고. 그렇습니다.

 

 

Q. 밴드를 하시는구나! 어떤 세션을 담당하세요?

 

밴드 기타2이라고. 배경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리듬 기타입니다.

 

 

Q. 리듬 기타를 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원래 밴드를 좋아해요. 밴드 곡도 좋아하고. 그런데 솔로로 하기에는 실력도 부족하고. 기타를 솔로로 하면 코드를 잡고 한 줄 한 줄씩 쳐야 하는데, 그러면 그걸 신나게 즐기기 어려워요. 틀리면 안 되니까 계속 신경 써야 해서. 반면에 리듬 기타는 파워 코드를 잡고 박자에 맞춰서 치는 거라서 더 신나게 잘 칠 수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취미로 음악을 하신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배우면서, 고등학생 때까지도 혼자 열심히 피아노 쳤어요. 대학교에서도 음악 관련 동아리를 했고요. 지금은 만들어서 밴드를 하는 거죠.

 

 

Q. 밴드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회사 동료랑 얘기하다가. 주변 지인들을 모아서 밴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Q. 그럼 공연도 하나요?

 

공연은 목표가 아니고. 사실 만든 지 두 달 좀 넘어서, 얼마 안 되긴 했는데. 그래도 멤버들끼리 하나의 곡을 연습하면,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걸 곡 하나의 끝으로 기준을 잡았습니다.

 

 

Q. 어떤 곡을 연습 중인가요?

 

얼마 안 돼서 두 곡밖에 없긴 한데. 윤하 <비밀번호 486>이랑 데이식스 <예뻤어>.


 

Q. 진석 님 글을 보고 궁금했던 게 있었어요. 아직 젊으신데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이유는 뭔가요?

 

저 사랑을 믿는데요? (웃음) 근데 살면서 염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긴 해요.


 

Q. 왜 염세주의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랑을 안 믿는 건 절대 아니고. 피가 냉혈한이거나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저는 낭만주의적이에요. 그래도 살면서 염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이유는. 세상이 늘 내 기대대로 되지는 않아서, 그렇게 했을 때가 효율이 더 높은 것 같아요. 상처받는 것도 적고. 다들 생각이 나 같지 않으니까. 마냥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렇게 살 순 없더라고요.


 

Q. ‘좋은 게 좋은 거다’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은 사랑에 대해서도, 인생 전반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인생 전반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해보니 사랑에 대한 좋은 기억도 그리 많지 않고. 그래서 그렇게 됐나. (웃음)


 

Q. 그럼 요즘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음악.


 

Q.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좋아해요. 멜로디도 가사도 너무 좋아해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육십몇 개의 모든 곡을 플레이리스트로 따로 만들어서 듣고, 콘서트도 갈 정도로 좋아해요.


 

Q. <브로콜리 너마저>는 왜 좋아요?

 

제 생각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노래들이에요. 힘들 때 헤쳐나갈 수 있게 위로해줘요.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노래는 ‘할머니’인데. 가사가 정말 좋아요. 꼭 들어보세요.


 

Q. 인생에서 힘들 때 나한테 가장 위로를 주는 존재는 뭐에요?

 

너무 많은데. 친구, 음악, 영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친구들이 등장하는 음악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대표적으로 <싱 스트리트>.


 

Q. 오늘 쓴 글에서 ‘성공한 삶을 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 제 가치관이 다분히 반영된 글이었어요. 삶이 성공하려고 사는 건 아니지 않나, 내던져졌으니까 사는 거지. 그러니까 순간순간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상투적인 행복만을 쫓아라, 이런 말은 아니고요. 최근에 허준이 교수가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이 제 가치관과 딱 맞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살면 하루가 뿌듯하고 행복해요.


 

Q. 지금 삶의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준 콘텐츠는 뭐에요?

 

영화요. 콕 집어 말하긴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 상상이 되니까.


 

Q.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스토리텔링이 잘 된 영화를 좋아해요. 이야기로 승부 보는 영화.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에요. 인물 세 명이 나오는 느와르 영화인데, 이들이 어떻게 깡패가 되고 어떻게 인생이 흘러가는지가 담겨 있어요. <헤어질 결심>도 좋아하고, 최근에 본 것 중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좋았어요.


 

Q. 유독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요?

 

액션이나 영상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스토리로 승부 보는 게 좋아요. 본질로만 승부 보는 것 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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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 님이 '할머니'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당하고 살면 안 된다. 시련에 굴복해선 안 된다."



Q. 언론고시반 공용공간에서 식물 ‘로니’를 키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키우게 됐어요?

 

처음에는, 지금 기자님으로 활동하고 계신 언론고시반 선배님이 ‘언론고시반에 식물을 하나 놓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조그마한 오천 원짜리 식물을 다이소에서 사 와서 길렀죠. 그렇게 이름도 붙여주고, 화분도 갈아주고, 일주일에 한 번 물도 주는데, 물을 줄 때마다 잎이 돋아나고 쑥쑥 자라더라고요. 요즘은 일하느라 언론고시반에 자주 못 오지만 그때는 자주 갔는데, 하루 이틀마다 가도 무럭무럭 자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잘 자랐어요. 햇볕 드는 날에는 옥상에다 올려두기도 하면서 애정도 가지게 되고.

 

 

Q. 근데 그럼 언론고시반 모두의 식물인 거 아니에요?

 

모두의 식물인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물을 주는 고시반 실원이 저밖에 없어졌어요. 내가 아니면 물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 특별하게 키우게 됐습니다.


 

Q. 무슨 종이에요?

 

그건 잘 기억이 안 나요. (웃음) 그렇지만, 식물이든, 강아지든, 기르는 데 있어서 종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내가 얘를 키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녀석은 이제 의미를 갖게 되는 거죠.

 

 

Q. 합격하면 어떻게 할까요?

 

합격하면 들고 나가려고 했는데, 바로 직전 언론고시반 실장님이 후배한테 물려주는 게 어떠냐고 해서, 생각 중입니다.

 

 

Q. 본인의 가치관과 꿈이 맞닿아 있나요?

 

음….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내 가치관이랑 잘 맞는 것들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치관에 맞춰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추구하다 보니 가치관과 비슷해지는데요. 좋아하는 것들도, 운동 중에서도 복싱 좋아하고, 꿈은 기자인데. 저는 100대를 맞더라도 1대를 세게 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웃음) 당하고 살면 안 된다. 시련에 굴복해선 안 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Q. 기자라는 직업이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실, 개인이 일신의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기자라는 직업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보다 더 큰 목적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편안함을 추구하면 몇 대 맞으면 수그러들 수 있잖아요. 그게 더 편안할 수 있는데. 그런데 저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요. 누가 뭐라고 하면 더 싫고, 누가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은.

 

 

Q. 어떤 기자가 되고 싶어요?

 

이 일 하면서 최근에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게 있는데, 기자 지망생의 로망을 지켜주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사실 그런 말들을 많이 듣잖아요. 꿈이 기자여도, 막상 기자가 되어보면 다르고, 현실은 너무 다르다는 말을 현직에 계신 분들이 많이 하시는데.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기자 지망생의 로망을 지켜주는 기자님들도 계시거든요. 욕심도 많고, 자기가 맡은 일에 항상 진심이고, 그런 것에 푹 빠져 살고. 늘 눈동자도 반짝반짝 빛나고 자기 확신에 차보이시는 그런 기자님을 보면 멋있어요. 내가 상상하는 그런 기자도 있긴 있구나, 싶고. 그런 기자가 되고 싶어요.

 

 

Q. 가장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일이요. 일하면 시간이 빨리 가요. 그런데 동시에 삶의 고민도 그거에요. 기자님과 같이 일하면, 너무 멋있고 그런 사람처럼 되고 싶고, 그런 롤모델을 곁에 두고 살면 시간도 빨리 가고. 그 사람이 일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즐겁고, 거기 참여하는 것도 너무 즐거운데, 솔직히 일하면 평일에 공부가 잘 안돼요. 나는 계약직이라 떠날 거니깐 내 일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일을 하다 보면 그곳의 진짜 구성원이 된 것 같은 만족감을 느껴서요.


 

Q. ‘내 일’이라는 건?

 

공부요. 시험 준비.


 

Q. 고민이 생기면 어떻게 해요?

 

계속 생각해요. 혼자 답이 나올 때까지 생각하는데, 그러면 답이 나와요. 귀결은 단순해요.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뭐라도 하자. 계속 우울해 있으면 답도 없다. 그러니까 뭐라도 하자!’


 

Q. 사주에 불(火)이 많다면서요. 본인도 불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네. 일단 사람 자체가 그렇게 침착하지 못하고요. (웃음) 조금 충동적이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는 성격이에요.


 

Q. 그런 성격이 인생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적 있나요?

 

사실 인생을 얼마 살지 않아서 그렇게 했던 것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후회되는 일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선택들이 다 만족스러웠어요.


 

Q. 그런 선택 하나만 얘기해 준다면?

 

작년에 영화 동아리를 하나 했어요. 관련 전공도 아닌데 영화를 찍을 생각을 한 거죠. 근데 그 때 사주를 봤는데, 이걸 에둘러 물어봤어요. ‘여름에 처음 하려는 일이 있는데 잘 될까요?’ 물어봤는데, 망한대. (웃음) 시기가 안 좋다고, 다 흐지부지되니까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잘 끝났어요. 상도 받았어요! 하고 싶은 것 생기면 충동적으로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반대로 하고 그래요. 복싱 시작한 것도, 밴드도 다 충동적이었어요. 


 

Q. 혼자 살면서 외롭다고 하셨는데,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외로워요. 근데 극복하지 않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냥 외로우면 외로운 거지, 뭘 또 극복해야 하나. 즐기는 것도 좀 있어요. 외로움의 감정에 깊이 들어가는 게 나쁘지 않아요. 음악 듣고 영화도 보고, 혼자 산책도 하고.


 

Q. 산책하면서 무슨 생각 해요?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결국은, 알 수 없으니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끝납니다.


 

Q. 지금은 인터뷰하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재밌어요.


 

Q. 어떤 점이?

 

내 이야기를 이런 곳에 쓸 수 있다는 게 즐거워요. 누군가 들어주는 것도 재미있고요. 저는 원래 다 사람 생각 듣는 걸 더 좋아해요, 훔치는걸. 근데 말하는 것도 재밌네요.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니까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어요. 저 인터뷰 처음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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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난 로니

 

 


Q. 쌈닭이 된 스스로 모습 어때요?

"멋있어요."



Q. 일한 지 네 달째라고 했는데, 일하면서 스스로 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요?

 

음. 자아 성찰 해보니까, 관용이 부족한 것 같아요. (웃음)


 

Q. 왜 그런 것 같아요?

 

일도 힘들지만,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기자랑 말다툼한 적도 있어요. 사회생활 못한 거죠. 싫어하는 사람을 잘 넘기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공익을 했을 때도, 싫어하는 사람과는 한없이 갈등이 많았어요. 저는 한 번 싫어하면 끝까지 싫어하거든요. 그럼 사람이 인생에 많지는 않아도, 한 명씩 꼭 있는데, 참을 수 없어요. 뭐라고 해주고 싶어요. 근데 항상 표출할 수는 없으니까. 이제는 그런 사람이 말하면 잘 안 듣고, ‘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겨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어떤 사람을 싫어해요?

 

명확해요. 자기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싫어요. 말다툼한 기자님과도, 그 기자님이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내 말을 끊어서 싸우게 됐어요. 생각이 고정되고 유연하지 않은 사람, “내 말이 맞아!”하는 사람을 싫어해요. 틀린 걸 증명해주고 싶어요.

 


Q. 네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 가장 바뀐 것이나 성장한 점이 있다면요?

 

업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꿈이 명확해졌어요. 옛날에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지금은 더 방향까지 명확해졌어요. 그리고 더 쌈닭이 됐어요.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일하면서 성격을 버렸네.


 

Q. 쌈닭이 된 스스로 모습 어때요?

 

멋있어요. (웃음)


 

Q. 싫어하는 사람은 끝까지 싫어한다고 했는데,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끝까지 좋아하는 거죠. 잘 챙겨주려고 노력해요. 관심이 가니까. 그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가 별것 없이 한 말에도, ‘얘가 요즘 힘든가.’ 하고 곱씹게 돼요.


 

Q. 좋아하는 사람의 부류는 정해져 있나요?

 

싫어하는 사람은 명확한데,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오래 보고 정들면 좋아져요.


 

Q.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때 뿌듯해요. 아, 그리고 최근에 첫 방송을 했는데 뿌듯했어요. 인터뷰이도 안 나온다는 사람들 제가 다 설득했거든요. 전반적인 그런 것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꿈이니까. 일할 때 만족도가 높고, 그래서 일을 할 때 시간이 되게 빨리 가요.


 

Q. 좋네요. 지금 리서처 일을 하며 방향성이 명확해졌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명확해졌어요?

 

제 꿈은 탐사보도 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PD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기자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기자가 되어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탐사보도를 하는 게 최종 꿈이에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오진석 사단이라는 팀을 만드는 걸 매일 꿈 꾸고 있어요. 내가 연차가 많이 쌓이고 능력이 있을 때, 유능하고 내가 좋아하는 비슷한 사람들을 꾸려서. 탐사보도 팀을 만들고 싶어요. ‘쟤네한테 걸리면 얄짤 없다. 쟤네는 끝까지 판다.’ 이렇게 업계에서 유명한. 그런 팀을 꾸려서 부조리, 부정의에 대해 파헤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삶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고 싶어요?

 

일에 미쳐 살고 싶어요. 기자님들 보면 항상 퇴근도 안 하고 열심히 일하세요. 그런 분들 멋있다고 같이 일하는 기자님께 말씀드렸더니, 그게 꼭 좋은 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일이 나고 내가 일이 되면 회의감이 오는 순간이 있다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도 많이 해봤는데, 사실 안 해봐서 잘 모르겠고. 일이 나고 내가 일인 삶, 멋있어 보여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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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 했으면 평생 의외였을 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리서처여서 일까. 네 번째 만남에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진석 님은 매우 진솔하게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다. 우리는 글을 쓰는 스터디에서 만났기 때문일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꿈은 같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가치관과, 가치관을 얘기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그리고 꿈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묻고 또 스스럼없이 답변할 수 있었던 이 기회가 참 신기하고도 소중하다.


인터뷰한 걸 다시 보면, 묘하게 처음 인터뷰는 질문도 답변도 좀 짧고 뚝딱 거린다. 나는 유독 존칭을 쓰고, 진석 님도 미사여구 없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을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했던, 같이 스터디를 하는 언니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인터뷰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무사히 인터뷰를 마치고, 그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친밀해진 게 웃기기도 하고 값지기도 하다. 호칭이나 높임말을 통해서 명확한 존중의 거리가 있지만, 그 거리에서 건강히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 유쾌하다.


인터뷰 처음 해 본다는 진석 님. 역시 인터뷰 처음 해 보는 나. 사람과 대화하는 건 쉬워도 인터뷰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항상 웃음보 터질 수 있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도, 가끔은 이렇게 정제되어 면밀히 물어보고 세심히 답변하는 시간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유퀴즈>하는 유재석 삼촌, 진짜 재미있어 보이긴 하셨는데, 진짜 정말 재미있으시겠구나. 언젠가 나도 <주퀴즈>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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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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