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러빙 빈센트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게 하는
글 입력 2023.02.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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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2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도 쟁쟁한 작품들이 작품상, 남녀 배우상 등의 다양한 부문을 두고 경쟁을 치룰 것이다. 문득 어느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는지 궁금해져서 오스카상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았다.

 

작년에 개봉했던 작품들을 떠올리며 스크롤을 내리며 훑어본다. 작품상, 남우 및 여우 주연상과 조연상, 그리고 애니메이션상. 아, 애니메이션은 생각도 못했다. 작년에 어떤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개봉했더라? 생각해보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걸작이 많았다.


애니메이션은 특이한 것 같다. 사람이나 물체의 움직임을 필름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관도 현실의 것보다 더 광대할 수 있고 연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특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하기도 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스토리나 표현에 특이점을 심어놓기도 한다.

 

생각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거대하고 유명한 기업의 작품은 아니지만 10년 간의 노력이 들어간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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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는 제목과 포스터에서 유추할 수 있듯 빈센트 반 고흐를 다루는 영화이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애니메이션이다. 즉, 정적인 그림을 수없이 이어서 하나의 유기적 움직임을 나타낸 영상예술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한다면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화풍을 반 고흐 특유의 회화 스타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만 하다. 반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거친 붓터치와 노란색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색채를 활용한 개성 있는 작품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나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작품을 보면 그의 작품 세계를 여실히 알 수 있다. ‘러빙 빈센트’는 그의 화풍을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여타 애니메이션과는 특이점을 보인다. 세계 최초의 유화로 그린 애니메이션, 독보적인 타이틀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전문 애니메이터가 그림을 그리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작품과는 다르게 ‘러빙 빈센트’의 그림을 그린 125명 중 대다수는 유화 전공 화가이다. 전문성을 갖춘 업계 내, 혹은 대자본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아닌 업계 외 비전문가를 고용했기 때문에 애니메이터 각자의 스타일이 아닌, 고흐 특유의 화풍을 재현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영화 제작과 직업으로서의 보편성을 완전히 탈피한 방식으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그리고 현재도 많이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비록 10년 간 회화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던 한계점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산업 구조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 하다.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애니메이션 영화상과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상에 후보로 오른 ‘러빙 빈센트’는 앞으로 제작될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대해서 관객들은 기대를, 영화 제작자들은 더 풍부한 상상력을 가능하게끔 하였다.

 

‘러빙 빈센트’는 미술, 특히 전문 회화 또한 영화와 융화하여 보다 독창적인 개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기존 영화계에 반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시사점 또한 제공한다.

 

3월 12일에 발표될 애니메이션 수상작을 기다리며, 참신한 작품을 기다리며, 오늘은 왠지 ‘러빙 빈센트’의 주제가가 듣고 싶어진다.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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