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에는 여러 모양이 있다 下 [드라마]

음악과 사랑은 늘 함께야
글 입력 2023.02.0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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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봐요?”

 

“이거요. 버스 노선도.”

 

“사는 게 꼭 이거 같아서요. 동그라미.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국 다시 원점.

 

같은 곳만 빙글빙글 도는,

 

징그럽게 그 자리에 고인 동그라미 같은 인생.”

 

「사랑의 이해 10화, 상수와 수영의 대화 中」

 

 

벗어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다시 제자리.

 

결국 다시, 원점.

 

결국 다시... 안수영.

 

「사랑의 이해 10화, 상수의 내레이션 中」

 

   

‘동그라미’라는 평범한 단어를 수영은 본인의 인생에 빗대었고, 상수는 본인의 마음으로 표현했다.

 

본방송으로 지켜보며 어떻게 이런 은유를 쓸 수 있는지 그저 감탄만 나왔다. 이 드라마 속 말들은 가끔 ‘시’ 같다. 평범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흘러가는 대사들이 캐릭터의 정체성을 결정짓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다.

 

 

 

♬ Wonder Why – 경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흘러나온 곡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ost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는 대사들, 장면들 뒤엔 항상 이 노래가 깔려 있었다. 잔잔한 기타 선율로 시작하다 허스키하면서도 섬세한 보이스가 귀를 사로잡는다.

 

가사 또한 드라마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Wonder Why 넌 왜 여린 내 마음에

작은 바램만 남겨둔 채

 

Far away 한 때 피워낸 꿈처럼

아른거리듯 사라져 가

 


노래의 처음 시작 부분 가사이다. 가사를 처음 듣자마자 생각했다. 상수의 마음을 적어낸다면 이런 노랫말이 아닐까 싶었다.

 

서로 엇나간 마음에 대한 애증이 담겨있다.

 

또한 미경과 사귀면서도 계속해서 수영이 신경 쓰이는 상수의 심리가 잘 녹아있다. 그렇게 이 곡은 상수를 위한 곡이라고만 생각했다.

   

 

I don’t want to

love you like I used to

이미 늦어버린 걸 알지만

 

I don’t want to

love you like I used to

두 눈 감아 널 지워본다

 

 

하지만 이 부분을 들었을 때, 종현의 품 속에서 상수를 떠올리는 수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자꾸 밀어내려 하지만, 종현과 있을 때에도 수영의 머릿속엔 상수의 말 한마디가 돌림노래처럼 맴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수영의 심리 또한 드러나 있다.

 

 

[포맷변환]사랑의 이해_수영심각.jpg

 

 

 

♬ 널 바라만 본다는 건 – 정흠밴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게

 

눈물은 흘러도 표현할 수 없다는 게

 

더 미안해져

 


공식 뮤직비디오에서는 상수 X 수영의 관계를 중심으로 장면을 구성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은, 수영에게 본인이 해주고 싶은 만큼 베풀어줄 수 없는 종현의 마음을 적어놓았다고 느껴졌다.

 

종현은 조그마한 원룸에서 생활하지만 은행 경비원으로 일해 받은 돈을 본가로 보낼 만큼 착하고 좋은 아들이다. 수영도 그런 종현이 좋았다. 순수하고, 맑고, 무엇보다 자신이 힘들 때 예쁜 말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천문학적인 수술비가 종현의 어깨를 짓눌렀다. 끝내 경찰 공무원이라는 꿈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

 

수영은 그런 종현을 그대로 놔둘 순 없었다. 남은 방 한 칸을 내주고, 화분과 피아노가 있던 베란다도 종현을 위해 정리했다.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종현에게 그것이 어떤 부담으로 느껴질지 생각하지 못한 채.

 

 

[포맷변환]사랑의이해_종현 옆모습.jpg

 

 

수영에게 좋은 반지 하나 사주지 못하는 종현에게 그녀의 호의는 점점 갚아야 할 빚으로 다가왔다. 고맙지만, 선뜻 좋아하는 마음으로 받을 수 없는.

 

그렇게 그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있었다. 비교적 동등했던 예전의 관계와는 너무도 달랐다. 사랑 사이의 이해관계가 그 몸집을 불려 수영과 종현 사이에 균열을 만들고 있었다.

   

 

“나 때문에 방 내주고, 베란다 비워내고,

 

나 배려한다고 수영 씨가 뭔가를 자꾸 포기하고 감당하는 게

 

그게 너무 무거워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랑의 이해 9화, 종현과 수영의 대화 中」

 

 

OTT에서 흐름을 이어가며 쭉 몰아보는 것보단 매주 본방송을 챙겨보는 게 좋은 사람이라, 흥미로운 작품을 발견하면 시간에 맞춰 tv를 켜는 편이다.

 

기대했던 장면이 나올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ost가 나오면 설렌다. 그게 본방송을 보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4회차 분을 남겨둔 드라마 <사랑의 이해>. 아직도 결말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끝나갈 무렵이지만 여전히 기대감이 크다.


 

[포맷변환]상수수영_바닷가.jpg

   

 

상수와 수영의 관계가 부적절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바라보게 된다. 미경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 종현은 본인의 마음을 숨기고, 수영에게 들키지 않으려 한다.

 

네 남녀의 사랑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임을,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김민지_컬쳐리스트.jpg

 

 

사진 출처 : JTBC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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