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48가지 예술과 삶 '3650 Storage – 인터뷰'展

글 입력 2023.01.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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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시간을 지나, 서울미술관


 

3650 Storage - 인터뷰_포스터.jpg


 

조용하고 정감 가는 부암동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궁금증을 자아내는 공간이 나타난다. 왕이 사랑한 정원 석파정과 나란히 서울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관을 비롯,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은 하루가 다르게 풍부해져 간다.

 

그중에도 서울미술관을 처음 방문한 날은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흥행을 보증하는 유명한 작가의 이름과 작품도 좋지만, 서울미술관엔 그보단 낯선 무언가가 있었다. 이 미술관은 다른 곳엔 없는, 이곳에서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이 느껴졌다.


고유한 이야기와 예술 세계를 간직한 서울미술관은 어느덧 10번의 해를 보내왔다.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선보인 “두려움일까 사랑일까”에 10만 명이라는 많은 관객을 모으는데 이어, 두 번째 기념 전시가 문을 열었다. “3650 Storage – 인터뷰” 전시는 10년 동안 서울미술관 전시에서 만났던 작가들의 작품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48명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현장으로 들어섰다.

 

 


세상에는 언제나 더 많은 예술이 필요하다


 

[꾸미기]00 전경 (메인).JPG


 

“3650 Storage – 인터뷰” 전시에서 느낀 첫 번째 매력은 다양성이다. 48명이라는 많은 참여작가 수만큼 회화를 비롯해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채로운 장르와 주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작가와 작품에서 오는 느낌도 다양하다.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예술가의 작품에선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함과 역동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긴 시간 작업을 해온 작가의 작품에선 천천히 구축해온 그만의 세계가, 그 깊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익숙한 이름도 있었지만, 낯선 이름들도 많이 보인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 점에서 서울미술관이 추구하는 바가 느껴졌다. 서울미술관은 개관 당시, 블록버스터 전시를 여럿 제안받았음에도, 당시 많이 다뤄지진 않았던 근현대미술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전시로 문을 열었다.

 

이미 많은 주목과 인기를 누리는 유명 작가의 작품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는 예술을 찾아 소개해왔다. 서울미술관이 10년간 꾸준히 전해 온 예술에 관한 애정과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현장이었다.

 

 


삶과 예술, 예술과 삶



전시를 관람하며 느낀 두 번째 매력은 예술과 더불어 작가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작품 옆엔 작가와 나눈 인터뷰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며 작업과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되어 있었다.

 

나아가 예술가로 살면서 어떤 어려움과 좌절이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다수의 예술가가 경제적인 어려움, 홀로 작업하는 고독함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이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어떤 이유에서 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작품만큼 인터뷰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에도 많은 작가들이 ‘예술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지속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비슷한 답을 준 점이 인상 깊었다.

 

예술가의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다는 답이었다. 원동력은 예술이 지닌 힘 그 자체에, 예술을 통해 자신의 손으로 세계를 그려나가고, 이야기를 전한다는 데에 있었다. 고민 끝에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하며 나아가는 모습에 존경심이 들기도 했다.

 

직업인으로서 삶과 직업, 삶과 예술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9만 개의 비밀은 사막으로 향한다


 

[꾸미기]10 전경 (설은아).JPG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설은아 작가의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이다.

 

전시장 가운데 설치된 6대의 아날로그 전화기, 누군가 받기를 기다리며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들고 귀를 가까이 대면 누군가 남긴 부재중 메시지가 들려온다. 전화기 옆 공중전화박스에선 관객 또한 수신인이 없는 전화기를 들고,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


설은아 작가는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전하지 못할 마음속 이야기를 채집한다. 2019년부터 2021년 동안 수집한 9만 5천 통, 600시간에 이르는 말 못 할 이야기들을 들고 사하라 사막으로 떠난다.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목소리들을 자유로이 풀어준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영상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새롭게 쌓인 목소리들은 아이슬란드로 흩어질 예정이다. 사람들 각자의 비밀, 그 이야기를 절대 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마음껏 하고 싶다는 양가적인 감정을 낭만적인 형태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고독은 나의 것이지만 나만의 것은 아니다


 

감성빈_가족, 2022, 캔버스에유채, 나무에조각액자, 140x140cm.jpg

 

 

감성빈 작가의 작품 또한 눈에 띄었다. 작년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거울 속의 거울” 전시에서 인상 깊게 보았기에 작품을 보곤 바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해 여름 여러 관객들이 그의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평면과 입체,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을 그리는 작가, 그의 작품에선 쓸쓸하고 딱딱한 기운이 감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포개어 있는 모습이지만 누구도 결코 채워줄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고독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작년 전시에선 좌절과 상실을 주로 다루었고, 이번 전시에선 한층 더 감정을 배제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딘가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으로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서울미술관에서 보내는 겨울


 

날이 풀리나 싶으면 다시금 코끝이 시려오는 겨울, 차갑고 외로운 가운데 작은 희망이 느껴지는 서울미술관의 전시였다. 국내를 비롯해 스페인, 호주 등 해외 작가까지 다양하고 풍요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당부한다.

 

서울미술관만의 매력, 계절마다 아름답게 변화하는 석파정도 빼놓을 수 없다. 미술관을 관람한 후, 석파정을 조용히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PRESS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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