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족들은 다시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다 -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글 입력 2023.01.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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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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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는 2020년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정의신 작, 구태환 연출로 이번 2월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상연된다. 1978년 개관한 낡은 영화관인 레인보우 씨네마를 배경으로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이 모이고, 이곳에 오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며 극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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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수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허름한 영화관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몇 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조한수의 첫째 아들 조원우는 집에 돌아와 폐관 정리를 돕는다. 하지만, 이때 조원우의 연인인 신태호가 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조원우를 찾아와 일을 돕는다. 그들이 사귀는 사이라는 것은 온 가족에게 비밀이고, 둘 사이의 갈등은 조금씩 일어나지만, 조원우는 끊임없이 애를 쓰며 아버지 조한수에게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숨기려고 한다. 

 

영화관은 며칠 뒤 마지막 상연을 끝낸 후, 폐관하기로 결정한다. 영화관은 조한수의 아버지인 조병식이 개관한 이래부터 가족들의 시간이 있는 곳이다. 삼대가 삶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영화관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낡아왔다. 즉, 이들에게 영화관이란 제2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조원우가 이곳을 떠나고 연락을 끊으면서 가족 간 소통의 부재가 이어졌고, 다시 이 공간으로 돌아오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할 뿐, 오히려 영화관 직원, 자주 영화관에 들르는 아주머니(김정숙), 탈을 쓴 영화관 영사기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심지어 조한수는 자신의 아들이 아닌 신태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할아버지 조병식이 영화관에 와서 ‘원식’라는 이름을 꺼내는 순간 조한수는 “원식이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모두 이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가족들은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단편적이고, 무의미한 대화만을 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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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수

 

 

폐관식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매서운 폭풍우가 몰아치며 낡은 영화관 안에는 비가 새기 시작한다. 비는 건물에 생긴 틈을 타고 뚝뚝 떨어진다. 이런 모습이 마치 가족들 간 소통의 부재로 인해 서로에게 생겨버린 하나의 틈새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러던 중 항상 밝은 미소를 짓던 정숙 아주머니가 비를 맞으며 정신없이 눈물을 흘리며 영화관으로 뛰어들어 온다.

 

영화관에 있던 가족들과 직원, 영사기사, 신태호는 모두 그런 모습에 놀라고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그녀는 “어머니가 치매세요. 밥상을 엎으며 역정을 내시기에 도망쳐 나왔어요”라고 말한다. 항상 웃고 있던 그녀의 얼굴 이면에는 힘든 그녀의 일상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의 고백이 끝나는 순간 갑자기 친 천둥번개로 영화관 건물이 정전된다. 그들은 정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도와주러 오기로 한 사람은 시간이 좀 걸린다고 이야기하고, 이들은 이 암흑을 틈타 한 명씩 지금까지 말 못 해왔던 자신들의 아픔을 꺼내 놓기 시작한다. 

 

일단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픔은 바로 조원식, 둘째 아들의 죽음이다. 동생과 아들, 손주의 죽음으로 가족들은 모두 상처받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지는 않았고, 그것은 결국 곪아 터지게 되었다. 조원우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모두의 앞에서 고백한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모습 때문에 동생이 죽은 것이 아닌가라는 죄책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에게 그의 잘못이 아니며, 그가 이곳을 떠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 간의 오해를 점차 해소시켜 나간다. 그러던 중 갑자기 토끼 탈을 쓰고 있던 영사기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토끼 탈을 쓰고 있던 영사기사는 사람의 눈을 잘 못 보겠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무섭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절대 탈을 벗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탈을 벗게 되고 그는 자신이 죽은 둘째 아들, 조원식의 친구였음을 고백한다. 동시에 그를 알아본 조원우는 분노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어떠한 감정적 동요도 없다. 영사기사로 지내고 있던 박수영은 자신의 친구였던 원식이가 학교 폭력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말해주며, 자신 또한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렸음을 고백한다. 그는 자신의 친구가 폭력 속에 있을 때, 그저 힘없이 방관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도망쳐 인형 탈 안에 숨은 것임을 말이다. 그가 가장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상처에 이야기하면서 그는 점차적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탈 안으로 숨지 않게 된다. 그리고 가족들도 둘째 아들과 관련된 아픔을 치유해 나간다.

 

이들 가족 간의 관계가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단지 서로 각자의 아픔조차 감당할 수 없어 자신의 상처를 숨기기 급급해 가족 간에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법을 망각했을 뿐이다. 결국 가족들은 다시 서로를 마주하게 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련의 오해와 아픔을 모두 해소하게 된다. 그 순간 다시 불이 들어오고, 바깥에는 어느새 폭풍우와 함께 몰아치며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커다란 무지개가 하늘 위에 떠있다. 모두 나와 파란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보며 다시 힘차게 앞으로 삶을 살아낼 것을 다짐하며 환하게 웃는다. 처음 극이 시작하기 전에 잔잔하게 흘러나오던 ‘Over the Rainbow’의 멜로디가 나오기 시작하며 조한수는 마치 ‘오즈의 마법사’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Over the Rainbow’를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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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수

 

 

폐관식 당일이 되고, 그들은 폐관식 파티를 준비한다. 영화관은 그들의 삶이었지만, 동시에 그들이 버리지 못하는 과거의 삶이 축적된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관이 없어지는 것은 지금까지 그들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영화관이 사라지는 것에 아쉬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며 건배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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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 작품은 가족 간의 아픔, 개인 간 소통의 부재를 조병식 가족에게 있어 특별한 공간인 ‘레인보우 씨네마’에서 풀어나간다. 이 속에서 학교 폭력, 성 정체성 등 현사회와 맞닿아 있는 사회적 문제를 그리며 이것을 가족이라는 가장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집단에서 어떻게 풀어나가고, 이로 인해 발생한 갈등을 해소시켜 나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가족 보다 더 큰 집단인 사회에서 어떻게 이러한 사회적 현안에 있어 담론을 전개해 나가야 하는지 시사한다. 다만, 코믹 릴리프(Comic relief, 심각한 이야기에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등장하는 해학적인 등장인물) 역할을 하는 신태호, 직원의 대사에 신체적인 특징을 사용한 농담이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나온다는 점이 아쉽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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