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 자신의 중심이 분명하다는 것이란 [드라마/예능]

나에게 가지는 확신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것
글 입력 2023.01.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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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ily, I'm not afraid of the dark.

다행히도, 나는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지.

 

 

학창 시절부터 우리는 늘 어떠한 틀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으며 산다. 특정한 행위나 말을 함부로 하면 무리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되어 사람들은 너를 배척한다.

 

너의 특이한 관심사, 너의 독창적인 생각들, 너의 남들과 다른 포부를 인정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 잘 없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사회적 가면을 만들어낸다. 대다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가면이 주는 안정성에 안주하며 본인의 독창성을 잃는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가면과 진짜 자신 중 뭐가 뭔지 헷갈려 본인을 잃어가고 그저 그런 '어른' 이 되어간다.

 

매사 남들의 생각과 판단에 전전긍긍하며, 사는 게 원래 그렇다는 말로 타협한다. 화려한 색채를 띠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재미없는 잿빛의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게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거라는 착각을 근거로 내세우며. 착각을 정당한 이유로 내세우며. 원래 어른이 되어가는게 그런 것이라는 말을 교과서적으로 뱉어대며.

 

자신을 체제 속에서 굴리기 위해 억지로 퍼즐을 맞추고, 그렇게 사람들은 본인의 특별함을 잃어가고 재미 없어진다.

 

하지만,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해왔다.

 

가면이 필요하다면 쓰지만, 본연의 자신은 절대로 잃어서는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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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자아를 성공적으로 보존하고,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 인생을 산다고 믿는다.

 

만족스럽고 본인답고 행복한 삶을 사는 이들은 본연의 자아를 믿고, 불도저처럼 끌고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근래 본 드라마나 영화 중 이걸 <웬즈데이>처럼 잘 보여준 작품이 없었다.


본연의 색깔이라는 주제를 논한 서사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파헤쳐 보면 결국은 누가 봐도 사회에 동화될 만한 특징들로 가득한 인물이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웬즈데이처럼 자신의 자아가 이토록 세면서 극 중 처음부터 끝까지 당당하게, 자신답게 서사를 이끈 주인공이 있었을까.

 

웬즈데이처럼, 성장은 하되 자신을 완벽하게 지킨 캐릭터가 그동안 있었을까.


팀 버튼의 신작, 넷플릭스 <웬즈데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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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F)의 성향이 짙은 분들은 웬즈데이라는 캐릭터를 쿨병이라느니, 쟤 뭐냐라 느니 싫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이성 (T)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이 캐릭터가 얼마나 우리를 대변하는지. 특히 나는 웬즈데이를 보며 나의 본연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본질적 성향이 웬즈데이와 매우 닮아있는 본인은 1화를 보자마자 이 인물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얼핏 보면 극단적으로 우울하고 비관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만, 작중 그녀의 대사와 독백들을 따라가보면, 그녀의 독보적인 컨셉은 전부 현실에 기반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I act as if I don't care if people dislike me. Deep down... I secretly enjoy it.

 

나는 다른 사람들이 절 싫어하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척하는데요.

하지만 사실, 그걸 즐겨요.

 

 

이 얼마나 명대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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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의 입에서 나오는 현학적이며 문학적이고, 날카로운 말들이 얼마나 와닿는지, 얼마나 좋던지.

 

비슷한 성향을 가졌고 역시나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그녀와는 다르게 자아 보존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엉망진창의 내가 어떻게 이 대단히 이성적이고 독단적인 미래의 작가님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본인의 인생 영화 <작은 아씨들 (2019)>를 본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들어 그녀의 대사들을 마구 캡처했다.

 

그녀의 암울한 캐릭터는 은은한 유머도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세상을 향한 진심과 통찰력이 담겨 있다.

 

늘 날이 서 있는 그녀이고, 이런 독자적이고 극도로 주체적인 성격 때문에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에게마저 때때로 미움을 받지만, 그녀의 불도저 같은 행동력과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은 시원했고, 공감이 많이 갔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감정보다는 본인의 판단과 이성을 아주 강력하게 믿고, 그렇기에 위기의 상황이 되어도 덤덤히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

 

웬즈데이의 이런 주체성과 자기애는 그녀를 편견 없이 사랑해 주는 가족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이를 가감 없고 솔직하고 완전히 받아들이기에 가족들과 그녀의 진정한 친구들 또한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녀 역시, 소위 '사회적' 사람들에 비해 매우 편견 없이 사람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다.

 

어딘가 이상하지만 웬즈데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가족들, 무슨 일이 있어도 웬즈데이 편인 씽 (Thing), 성격이 완전히 정반대인 웬즈데이의 절친 이니드, 썸남(?) 2 제이비어, 나중에는 비앙카까지 극중 많은 마찰들이 있지만 결국 모두들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이 참 아름답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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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웬즈데이, 이니드, 씽 그리고 타일러의 캐릭터성과 서사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다소 평이했던 드라마였다.

 

세계관은 사실상 해리포터 매운맛 뒤틀기였고, 네버 모어가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했다. 플롯 또한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유명한 청소년 소설들 (대표적으로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클리셰를 팀 버튼 식으로 해석한 것이 전부였다.

 

물론 이것을 매우 잘 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흥행의 포인트 중 하나이겠지만.

 

그렇기에 'Monster Hunting'으로 초점이 바뀐 후반부는 전반부의 강력한 캐릭터 중심의 서사보다 조금 흥미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웬즈데이와 위에 언급한 세 명의 조연(이니드, 씽, 타일러)를 제외하고는 학교 내 인물들 활용도가 조금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나의 심장에 꽂혔던 가장 큰 이유는 웬즈데이가 세상을 대하는 독보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녀는 얼핏 보면 남에 대해 정이 없는 듯하지만, 본인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음을 연 친구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 어쩌면 그녀의 차갑고 이성 가득한 사고방식은 역으로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너무나 강력하게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참고로 본인이 이렇다)

 

그렇게 차갑고 감정적 반응이 없고 눈물을 경멸시하는 웬즈데이가 씽이 크게 다쳤을 때 눈물을 글썽거린 장면을 보면 웬즈데이만의 사랑 방식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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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으며, 삶이 그녀에게 던지는 놀라움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극중 재미 포인트로 되게 웃긴 삼각관계 구도 (타일러-웬즈데이-제이비어) 가 있는데 남자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도 너무 좋았다.

 

그들의 관심을 알아채긴 하지만 그들을 위해 변하지 않는다. (너무 그러해서 이게 진짜 웃긴 포인트고 역으로 시청자를 더 몰입시켜버린다) 왜냐하면 친구, 애인을 넘어서 그 누구보다 본인을 최우선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 주인공은 감성' 프레임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다.

 

차갑고, 웬만한 남자 인물들보다 이성적이고, 내면이 단단한 여자 주인공들을 좋아한다. 타협하지 않고, 주변 변화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여주들이 좋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삶이 맞다고 생각한다.

 

감정보다 이성과 본인의 세계와 본인이 이루고 싶은 것들이 최우선인 웬즈데이가 그래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극이 끝날 때까지 이 태도를 버리지 않지만, 시작보다는 주변을 조금 둘러볼 수 있는 인물로 성장했다는 것이 포인트라는 게 <웬즈데이> 가 인상 깊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

 

이 드라마가 너무 좋았던 또 다른 포인트는, 역시 팀 버튼의 놀라운 감독 / 연출 능력에 있지 않나 싶다.

 

색감, 화면의 구도, 음악의 삽입 (옥상 위 첼로씬은 난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타일러의 스토리를 얼마큼 보여줄지에 대한 선택적 편집은 정말인지 감탄스러웠다.

 

시즌 2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모르겠지만, 웬즈데이 애덤스는 수요일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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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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