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면사포의 주인은 없다 [만화]

성별이 주는 어리석음, 웹툰 <면사포를 쓰고픈 남자>
글 입력 2023.01.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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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

 

 

제목이 독특하다. 면사포를 쓰고픈 남자라니.

 

좋게 말하면 독특이지만, 포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기이하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태어나서 면사포를 쓴 남자를 상상한 적이 없다. 면사포는 웨딩드레스와 어울리는 여성의 장식품이지, 남자가 쓴다는 것은 상식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덩치가 큰 남성과 면사포는 상성이 맞지 않는 조합이었다.


편견에서 비롯된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제목을 보고서 갸우뚱하며 남성과 면사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해버렸다. 웹툰 <면사포를 쓰고픈 남자>는 이러한 사회에 만연한 시각을 바꿔 놓는다.


이 웹툰은 남자가 핑크색을 좋아하는 것은 게이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모습은 잘못된 것이라며 꾸짖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함께 일침을 가한다. 스토리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가지고 있는 용기가 한발 앞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면사포를 쓰고픈 남자


 

태어날 때부터 핑크색과 인형을 사랑한 남자 ‘홍사랑’은 면사포를 쓰고픈 남자이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검정색과 같은 어두운 색의 인형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오로지 분홍색에만 반응하며 함박 웃음을 짓는 아이였다. 태생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과 핑크빛 세상을 좋아했다.


그런 사랑이 핑크색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어린 시절은 개의치 않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여학생과 어울렸지만, 사랑의 키가 점점 커지고 인상이 험악해질수록 사람들은 사랑을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게이냐는 질문을 듣고, 여학생과 친해지기 위해 일부러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척을 한다는 헛소문으로 사회는 사랑을 부정하였다. 마음이 여린 사랑에게 사회에서 버림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두려웠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외관과 어울리는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고, 좋아하던 핑크색 가방을 버리고 검정색 가방을 메고 다녔다.


검정색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랑에게 무어라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도 없다. 이유를 말하자면 검정색은 사회가 용인한 남성의 색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사회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에서 피하기 위해 사회적 남성상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사회는 성별에 따른 역할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여성스럽다고 느껴지는 화장, 핑크색, 인형 중 한 가지라도 남성이 하고 있다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본다. ‘취향 존중’이라는 말이 존재하지만, 그것도 선택적이다.

 

파란색 가방을 드는 여성에게는 핀잔을 주는 사람이 없는데, 유독 핑크색 가방을 든 남성에게는 크게 질타를 한다. 남성은 핑크색 가방을 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은 아니다. 남성이 여성스러우면 ‘게이’라는 말로 마음을 제지시킨다.


사회에서 동성애자가 보호받지 못할 존재가 아닌데도 편견 하나로 남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과 동성애자를 동시에 질타한다. 웹툰 속 주인공 사랑과 같은 사람들이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사회에 어울릴 수 있도록 시선을 바꿔야 한다. 성별에 따른 역할은 존재하지 않는다.

 

 

 

면사포는 누구의 것인가?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편견 없는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하면 면사포는 남성의 것이라 말해야 하냐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면사포는 누구나의 것이 될 수 있다. 특정한 성별을 지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웹툰의 캐릭터 디자인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과 남성의 성격을 바꿔 놓았다. 2미터가 넘는 우락부락한 거구에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주인공 사랑은 어디를 가서 ‘형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 외형을 가졌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여리고 귀여운 핑크색 곰인형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여주인공 범후는 인형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름처럼 비범하고 운동을 좋아하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사랑과 다르게 성격도 시원시원하며 두려운 일도 잘 맞서는 인물이다.


오히려 반대되는 캐릭터 디자인은 웹툰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도록 만들고, 이야기를 더욱 극적이게 만든다. 만약 사랑이 사회가 인정한 ‘남성적’ 외관이 아니라 덩치도 작고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겼더라면 웹툰 속 이야기가 완벽하게 전달이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사회의 편견을 명확히 들여다보고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범후를 통해 사람은 자신을 인정할 때 그 자체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네 것이니 내 것이니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축구를 좋아하는 여학생이나 화장을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고정된 성역할에 탈피하지 못한다. 여전히 여자아이에게는 분홍색 잠옷을, 남자아이에게는 파란색 잠옷을 입힌다. 아이들의 호불호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성별이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었기 때문에 색을 부여한다.


그렇게 사회가 정한 남성성과 여성성을 억지로 지켜낸 아이들은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인정받지도 못한 채로 하루를 살아간다. 자신의 진실된 모습은 언제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스스로가 인정할 수 없는 한 죽기 전까지도 자신을 찾아낼 수 없을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멋있는 삶을 살고 싶다 말한다. 항상 새해 소망으로는 행복하게 해 달라는 말을 붙이며 소원을 빈다.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인정했을 때다. 남들과 달라도, 남들과 같아도 결국 나는 나다.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이 웹툰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살아가는 것 자체로도 멋있는 것이라 외쳐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막막하다면 이 웹툰 하나로 시각을 바꿔보자.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부터 변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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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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