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으로 듣는 미술사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글 입력 2023.01.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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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이창용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 이유는 저자가 도슨트 ‘이창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저한테는 조금은 기억에 남는 분이기에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며 설레는 마음이 있었네요.

 

몇 해전, 근무하던 곳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홍보의 일환으로 다양한 미술계의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해 콘텐츠를 만들어보려는 기획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에 제가 리스트에 올렸던 유투버 중에 하나였던 분이었기에 지금의 활동이 무척이나 반갑고 마음 속으로 축하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도슨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것들이었고,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술에 대한 에듀케이션이 될 것이라 생각해 그 것이 지금 실현되어가는 것 같아 기쁩니다.

 

 

 

도슨트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도슨트라는 하나의 역할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한번은 짚어가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슨트’는 전시의 주제와 큐레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전시장 내부를 투어하며 스토리텔링을 하는 역할이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도 제가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미술 관련 직업은 ‘큐레이터’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사실은 그 안에서 좀 더 다른 구분이 존재합니다.

 

우선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내부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연구하고 이를 보존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션 하는 분들을 뜻합니다.

 

그 외에도 전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판매를 목적으로한 전시는 대체적으로 갤러리(그리고 아트페어)에서 이루어 지는데, 이 곳에서 작가들과 교류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를 통해 작품들을 판매하는 ‘갤러리스트’가 존재합니다.

 

미술시장에 대한 설명은 추후에 다른 콘텐츠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시는 이렇게 작품이 전시되는 현장에서 그 전시와 작가와 작품들을 학습하고,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보다 더 자세하고도 생생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역할을 전시를 기획하고 판매해야하는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가 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물론 직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도슨트’를 섭외하여 이를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도슨트’는 단순히 전달받은 자료들만 학습하여 대본을 작성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들과 인문학, 철학 등 여러방면의 지식들을 동원하여 좀 더 작품을 쉽고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도슨트가 여럿이 있는 경우, 각각 다른 개성으로 도슨트 투어를 할 수도 있는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재차 방문하여 작품의 설명을 들어도 좋겠습니다.

 

 

 

눈으로 읽지만 듣고 있는 프랑스 미술관 투어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도슨트인 저자의 장점을 살린 마치 귀로 듣는 듯한 쉽게 읽히는 문장들입니다. 적절한 부연설명들과 작품에 대한 이해의 확장을 유도하는 문단들의 마무리까지가 이 책의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는 저자의 ‘도슨트’로서의 능력이 백분 발휘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프랑스의 대표 박물관인 ‘루브르 박물관’ 부터 ‘오르세 박물관’, 지베르니 정원과 함께 꼭 봐야할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 까지 책 한권으로 프랑스로 아트 투어를 떠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네요.

 

 

 

문장들과 나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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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사물의 윤곽을 선명한 테두리로 표시하지 말라. 윤곽은 선이고, 선은 멀리서 뿐만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학적 개념인 점과 더불어 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역시나 선으로 구성된 사물의 윤곽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가까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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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he Bridgeman Art Library

 

 

‘사실주의란 다른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상을 거부하는 것일 뿐이다.’ - 쿠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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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인생의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는다네……. 기쁘고 행복한 그림만 그리기에도 인생이 이토록 짧은데, 왜 슬픔을 그린단 말인가.’ -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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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나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백마디의 말보다 내 정원을 한번 둘러보는 것이 더 낫다.’

‘저는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이 잔잔한 연못 위에 피어난 수련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의 여유와 위로를 전해 받기를 바랍니다.’ - 모네 

 

글을 읽으며 제 마음 속에 가장 와닿은 문장들만 발췌해 보았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생각과 신념들을 가진 역사에 남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문장에서 저를 돌아보는 사색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꽃을 만질 때 선과 면을 중요시 여깁니다. 꽃이 가지고 있는 잎들은 점으로. 이들이 모여 선을 이루기도 면을 이루기도 하며, 또한 선들이 모여 면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인식에서 작품을 만들어 내왔습니다. 그런데 다빈치의 문장에서 저의 생각에 대한 반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꽃이 꽃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환경(배경)과 꽃과 소재들의 연결점 또는 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음에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저의 작품에도 또 다른 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품을 만들다 보면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평가받는 일은 당연하기에 때로는 계산적으로 누군가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형태와 소재들에 손이 먼저 가곤합니다. 꽃의 조각들이 화려하게 조합되어 있는 형태들에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가진 아름다움에 좀 더 집중하여 작업을 하고자 했던 저의 초심을 깨닫게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르누아르의 문장을 읽고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저 스스로를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 것이 신념이 되고, 때로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저의 꽃에서는 묻어나지 않게 부단히 노력한 때도 많았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저에게 이런 순간이 오기도 하겠지만, 얼마 전 누군가에게 들은 저의 꽃에 대한 이야기로 르누아르의 문장에 깊은 감정의 동요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저의 꽃에는 힘이 있고 분명한 리듬감과 통통 튀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저의 신념을 들킨 듯한 부끄러움과 그 것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기쁨, 저의 꽃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듯한 느낌에 별안간 드는 두려움의 감정들이 함께 밀려왔습니다.

 

종종 집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며 그 계절마다 달라지는 공원 안의 자연에서 많은 감명을 받고 그 시간의 흐름과 섭리 속에서 ‘나’를 만들어가기도 때로는 파괴하고 다시 재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즐깁니다. 아마도 모네에게도 그러한 시간이 되었던 지베르니 공원이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품에는 예술가의 인생과 신념, 시대의 흐름 등 다양한 것들이 묻어나옵니다. 따라서 작품들에 대한 설명에서 제가 더 집중했던 것들은 예술가의 인생과 그의 신념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위에 길게 쓴 글과 같이 작품을 감상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난 뒤에 이를 ‘나’에게 가져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권합니다. 단순한 작품 감상에서 벗어난, 확장의 개념으로 여겨도 좋을 것 입니다.

 

 

[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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