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와 클래식의 아름다운 조화 - 소프라노 강혜정 연말 콘서트

글 입력 2023.01.0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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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New Wave)이란 뜻의 프랑스어로, 1957년경부터 프랑스 영화계에 일어난 새로운 풍조를 말하는 영화용어이다. 기존의 고착된 장르와 관습에 대항하고, 개인의 영감과 비전을 투여하여 창조적인 개성을 추구한다.

 

(출처: <누벨바그 – 소프라노 강혜정 연말 콘서트> 프로그램북)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강혜정 소프라노는 생각보다 익숙하게 다가오는 분이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패티’라는 역할을 맡아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라는 단 한 개의 넘버만을 부르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관객의 인상에 가장 깊게 박혀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KBS1 ‘열린음악회’ 프로그램에서도 몇 번 접했을 정도로, 강혜정 소프라노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나도 잘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소프라노 중 한 명이다. 나 역시 <안나 카레니나>에서의 모습이 여전히 깊게 남아있어 아트인사이트에서 강혜정 소프라노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 매우 반가웠다.


롯데콘서트홀을 몇 번 가봤지만, 합창석 앞쪽으로 스크린을 사용하는 공연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름의 기대감이 또 생겼던 것 같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나에게도 익숙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명장면들이 스크린에서 짧게 하나씩 나왔다.


모두에게 익숙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나도 잘 모르는 영화들이 조금 있었지만,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화의 장면들, 각 음악과 영화에 대한 프로그램북의 간략한 설명과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의 친절하고 재밌는 해설로 공연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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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 바그’는 클래식 성악가인 소프라노 강혜정이 영화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도전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음악에 클래식의 색을 덧입히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특히 강혜정 소프라노의 단단하면서도 포근한 음색, 섬세한 강약 조절과 감성을 통해 영화음악이 재해석되는 점이 좋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를 뽑자면, 영화 <포카혼타스>의 ‘Colors of The Wind’,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Singing In The Rain’, 영화 <멤피스 벨>의 ‘Danny Boy’ 세 곡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Colors of The Wind’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그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포카혼타스>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동시에 인간과 인간 간의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에, 자연을 자원으로 여기며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의미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혐오하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이 노래를 영화의 명장면과 함께 다시 듣는 것은 가슴 아리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전 영화 중 하나이다.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OST로 구현하는 것은 고전 영화의 매력적인 특징인데, 이를 그대로 공연장에 재현했다는 점과 소프라노 강혜정만의 풍부하면서도 경쾌한 목소리로 ‘Singing In The Rain’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더불어 이 영화의 또 다른 OST인 ‘You Are My Lucky Star’도 소프라노 강혜정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도 남겨진다.


영화 <멤피스 벨>을 보지는 못했지만, ‘Danny Boy’는 익히 알고 있는 노래이다. 사실 이 노래가 영화음악이었다는 점에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전쟁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심정을 담은 가슴 먹먹한 내용의 노래가 소프라노 강혜정의 포근한 목소리와 섬세한 감수성으로 재해석되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아주 좋은 무대를 볼 때 잠시 정적으로 여운을 가지고 손뼉을 치거나 혹은 저도 모르게 탄성이 먼저 튀어나오고 박수가 터져 나오는데, 소프라노 강혜정의 마지막 곡이 끝난 후 일제히 탄성을 먼저 내뱉는 관객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고 함께 그녀의 노래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그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연말에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어 동행자인 어머니와 함께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프라노 강혜정의 다른 노래들도 들을 만큼 여운이 깊게 남았다. ‘누벨바그’, ‘새로운 파도’라는 그 말처럼 2023년이라는 새로운 파도를 맞이하는 때에 가장 적합한 공연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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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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