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찰나가 영원이 되도록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전시]

글 입력 2023.01.0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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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든 게 찰나라고 느껴진다.

 

붙잡으려 애써보지만, 모든 것은 손 틈새로 흘러 내려간다.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재능, 감정, 사람... 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게 말이다.

 

이 사람만을 믿을 수 있겠다 싶었던 사람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를 배신하고, 영원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꿈에 대한 의지는 언제 존재했냐는 듯 한숨과 함께 흩어진다.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이 내 마음을 좀먹던 어느 날이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나는 맥스 달튼의 개인전으로 향하였다.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는 1차원적인 이유에서였다.

 

포스터에 그려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비일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나를 피곤하게만 만드는 일상을 잠시라도 잊게 해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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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9일부터 2023년 10월 29일까지 개최하는 맥스 달튼의 개인전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은 63아트 전망대에서 진행되었으며, 작년에 열린 개인전과 다르게 새로운 전시 구성과 신작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통해 한국에도 널리 맥스 달튼.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일러스트레이터로, 현재는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이터널 선샤인> 등 영화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LP 커버 디자인 및 동화책 일러스트 등 13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되었으며, 전시는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 <영화의 순간들>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 속 이미지들, 제2막 <웨스 앤더슨 컬렉션>은 맥스 달튼을 대표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오마주한 작품들, 그리고 제3막 <맥스의 순간들>은 작가로서 작품 세계를 형성하게 한 맥스 달튼의 오랜 취향과 영감이 반영된 LP앨범커버 및 그림책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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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섹션이 좋았지만, 평소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섹션은 아무래도 제1막 <영화의 순간들>이었다.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 <이터널 선샤인>,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제목만 들어도 반가운 명작들의 배경과 인물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압축해 그려내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는 <괴물>, <옥자> 등 최근작을 포함한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맥스 달튼의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어 상당히 반가웠다.

 

제1막에 전시된 맥스 달튼의 작품 속 영화들은 대부분 눈에 익은 것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작품을 보다 보니 해당 영화를 보았던 순간들을 떠올랐다. 어떤 사람과 함께 그 영화를 보러 갔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영화를 보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상영이 끝난 영화관을 떠났는지.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스쳐 지나갔던 그날의 기억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전시회장을 벗어나면 맥스 달튼도, 그의 작품도, 내 머릿속에서 금세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맥스 달튼의 이름을 볼 때마다 나는 오늘을 떠올릴 것 같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든, 맥스 달튼의 작품을 보았던 오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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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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