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하는 마음을 모아 애정 담긴 기록물로 창조하다 - 제1회 인사이트 데이 [강연]

본업과 사이드잡 모두를 실현한 엠디랩프레스 에디터를 만나다.
글 입력 2022.12.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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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는 자도 물론 있겠지만 누군가는 본업을 하면서도 마음속 한 켠에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업을 실현해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업을 창조해내거나 실현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이드 잡, N잡이라는 말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기 단순히 좋아하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카이빙해 하나의 기록물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제 1회 인사이트 데이 강연자 엠디랩프레스의 박준기 에디터와 김다희 에디터다. 이번 강연의 내용은 엠디랩프레스가 2019년에 발간한 독립출판물 『글리프』를 시작해 지금까지 6편의 책을 만들어내면서 만들게 된 배경과 제작 과정 등과 사이드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 즉, 독립출판 에디터로서의 이야기와 사이드 잡을 실현하는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것을 담은 덕질 잡지, ‘글리프’


 

글리프는 글자 하나의 모양에 대한 기본 단위를 의미하는데 글리프의 제목에 걸맞게 『글리프』는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덕질한다는 심정으로 디테일하게 모아 만들어낸 잡지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작가를 덕질하는 아카이빙 잡지다. 글리프는 곧 엠디랩프레스의 시작이었다. 엠디랩프레스 에디터들은 대학교 때 창작학회에서 만났다. 이들은 창작학회에서 만나며 짧은 글을 써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비평하는 활동을 한 것을 출발으로 지금까지 엠디랩프레스 만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엠디랩프레스(M.D.LAB)

 

'좋아하는 것을 모은다'라는 모토를 가진 엠디랩프레스는 문학(M), 덕질(D), 랩 (Lab)이 합쳐 ‘M.D.LAB’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특히, 처음에 문학(M), 덕질(D), 랩 (Lab)의 의미였지만, 아카이빙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모든(M), 덕질(D), 랩 (Lab)의 의미로 확장하고 있다.

 

아카이빙 작업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판하는 엠디랩프레스는 2019년에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것을 담는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6편의 책을 펴냈다.

 

 

강연에서 덕질과 아카이빙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기에 의미를 짚고자 한다.

 

먼저, 덕질이라는 말은 즉, 어떠한 분야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성적으로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의미한다. 또한, 아카이빙은 특정 기간 동안 필요한 기록을 파일로 저장 매체에 보관해 두는 일을 말한다.

 

엠디랩프레스는 작가의 모든 것을 덕질하듯 모은 글리프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이유인 즉슨, 작가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매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글리프처럼 작가의 모든 작품을 아울러 관통하는 주제를, 의미를 파악해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생산자인 작가와 소비자인 독자 사이에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글리프를 제작할 때 목적성 또한 작가를 덕질하는 입장으로 콘텐츠를 만들었고 독자가 작가와 작품을 통해 느끼는 것들을 염두하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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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글리프 한 편마다 다루는 작가에 관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바로, 작가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에 관해서다. 이에 대해, 강연에서는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라 에디터가 좋아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그 중에서도 동시대 작가를 기준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특히, 동시대 작가라 하더라도 작품을 읽었을 때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연결 지었고, 소설의 내용이 외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나 행성 등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와 연결 지어 우리 사회에 환기시키는 것이 있다면 작가 선정에 반영한다고 했다.

 

한편, '한 작가의 모든 것을 담는다.'는 엠디랩프레스의 슬로건처럼 그들의 작업 과정은 덕질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작가를 선정하고 아카이빙하고 하나의 잡지로 만들어내기까지. 그 과정들을 들으며 필자는 세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바로, 집요한 디테일과 아카이빙 그리고 지속성이었다.

 

우선, 기획 전 에디터들은 작가의 작품을 보며 서로가 꽂힌 키워드를 참고하는데 이 과정에서 집요한 디테일 과정이 시작된다. 이는 작가가 시중에 출간한 작품 이외에도 작가이기 이전에 미출간 도서를 참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 개인 SNS 계정에 들어가 작가와 관련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이를테면, '정세랑[월드]'를 제작 당시에는 작가의 작품이나 기타 정보를 통해 작가가 환경이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독자가 읽었을 때도 충분히 작가를 알아갈 수 있고, 에디터 또한 작가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책에 담고자 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등단 시스템 자체가 가리고 있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다루며 작가를 깊이 알아가기 위함이었다.

 

글리프는 각 작가마다 작가의 작품 일대기나 작가의 세계관을 독자가 알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즉, '정유정[인간]'편을 만들 때는 정유정 작가가 출판한 작품의 포맷을 연대기로 작성했다. 또한, 소설 <28> 같은 경우에는 글리프 한 페이지 안에 작가의 소설 내용을 압축했고 판권을 낸 작품 표지를 하나로 모았다. 그리고, '김초엽[실험]'을 만들 때는 작품 내 등장하는 행성 별 독특한 특징을 모아 하나의 세계관으로 담았다.

 

한편, 글리프 표지를 보며 특징적인 것이 있었다. 바로 작가마다 다른 색깔과 기호 표시다. 에디터들은 아카이빙을 통해 작가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작가의 내용을 기호나 색깔을 사용해 겉표지를 장식했다.

 

또한, 글리프 내용에는 작가마다 작품 내 주목할 부분을 아카이빙해 재가공한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김금희[마음]편 작가의 초판본과 최근 발행본에서 달라진 언어적 표현을 비교한 글을 실어 넣은 것이 그렇다. 또한, '구병모[경고]'편에서는 작가가 작품 내 사용한 일상에서 쓰이기 어려운 단어를 정리해 구병모 사전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독특하게 쓰인 글이 있다면 다시 하나로 재가공해 소개하기도 했다.

 

강연을 듣다보니 글리프 하나를 제작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디깅 과정에서 어떻게 끝맺음까지 갈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던 차에 관련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디깅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부분이 나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에디터는 그럴 때면 국립도서관을 방문해 끊임없이 관련 자료를 찾아본다고 한다. 문예지, 추천사, 정기 간행물 등 집요하게 파고, 작가의 관련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가 출연한 팟캐스트나 인터뷰, 칼럼 등을 각자의 분야를 나누어서 5명의 팀원이 업무를 맡고 후에 크로스 체크해서 찾은 내용들을 점검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찌되었든 끝까지 지속성을 가지고 디깅하며 원하는 자료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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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프는 덕후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으로 독자의 목소리를 작가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작가에게 직접 알리고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게 팬의 입장에서 적는 책이었다. 작가에게는 독자의 좋은 메세지를 담고, 반대로 독자는 작가에게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이다. 에디터 또한 한 명의 덕질하는 팬으로서 추신을 남긴다고 한다. 또한, 글리프 내용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아카이빙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글리프 책 내 1/4을 차지할 정도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알맞게 정리하는 작업을 많은 시간을 들이고 굉장히 집요하게 내용 점검을 한다고 한다. 이를 들으며 필자는 한 번 더 꼼꼼함과 세심함이 필요한 부분이자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글리프를 보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다. 작가마다 텀블벅에서 펀딩할 때 받을 수 있는 한정 굿즈를 기획한 것과 작가의 모의고사를 만든 점이었다. 먼저, 한정 굿즈는 김초엽 작가로 예를 들 수 있다. 실제로 '김초엽[실험]'편을 펀딩할 때는 작가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 중 환경을 꼽아 씨앗 키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작가 모의고사와 관련해서는 실제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를 보는 것처럼 작가의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에서의 내용으로 바탕으로 시험지를 만들었다. 시험지 난이도는 어려운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작가가 직접 풀어보거나 에디터도 풀어볼 때가 있는데 심지어 작가도 틀릴 때가 있고 모의고사를 만든 에디터 또한 간혹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있다고도 말했다. 문제를 많이 맞추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작가를 자세히 알아갈 수 있게 만든 것들이 굉장히 신선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본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한편, 강의 후반 부에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다. 이번 강연에 온 에디터 두 분의 이야기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도 얻을 수 있었다.

 

에디터 두 분 모두 본업이 따로 있고 글리프는 사이드 잡이다. 본업을 일정하게 하다 사이드 잡을 통해 내가 회사에서는 할 수 없었던,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풀 수 있는 창구라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글리프가 독자를 염두하지 않고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타인이 원하는 것에 치중되어 타인을 염두하고 작업하는데 막상 글리프도 제작하다보니 타인에게 읽힘을 염두해두고 작업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이드 잡을 통해 본업에서 풀 수 없는 것을 푸는 창구가 되기도 하지만 본업에서는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배워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자를 들으면서 본업에서 찾은 업무적 스킬을 사이드 잡에서도 적용하며 본업과 사이드 잡 모두를 상생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본업의 중요성을 잃지 않았다.

 

한편, 사이드 잡을 본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과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사이드 잡을 본업으로 삼고 싶다면 조금씩이라도 작은 성취를 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취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속성이 없으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글리프를 만들며 에디터 분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동년배 독립출판 팀이 사라지는 것도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내 모든 인사이트를 한 번에 온전히 보여주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함을 얘기했다. 이는 모두들 자신의 글을 쓰지만 이를 세상에 보여주는 결과물이 더 중요하고 대부분 처음에 시작했다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없다며 지속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디깅을 해볼 것을 추천했다. 말 그대로 깊게 파고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나의 옷에 대해 디깅하고자 한다면 옷 하나가 배송되어 집으로 올 때 박스 겉면이나 테이프, 포장한 옷 그리고 옷의 재질과 촉감 등 디테일 적인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수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고 소비자가 반응하는 것들을 계속 생각해보면서 대중의 시선을 따라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음악을 좋아해 플레이리스트를 볼 때도 다른 플레이리스트에 비해 무엇이 다른지 썸네일은 어떠한 지 등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모아 정리해서 원하는 바가 작가라면 글을 써보는 것이다. 우리는 애정하고 있는 것을 말할 때 말이 많아지는 것처럼 다양한 글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본업은 말을 하는 사람이고, 사이드 활동으로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연결고리를 찾자면 언어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강연을 통해 앞으로 '좋아하는 것을 모아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집요함과 사소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 아카이빙해 많은 정보를 모아두고 디깅하며 찾아보는 노력과 이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함을 배웠다. 방법을 알고자 찾으러 온 발걸음이 강연장을 나서면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되어 앞으로의 나날을 기대하게 했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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