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2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

우린 봄이 오기 전에
글 입력 2022.12.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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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따뜻한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위로를 전해주던 사람이었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끝없이 노력하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지 곧 5주기가 되는 사람이다.

 

사실, 필자는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매우 뚜렷하다. 올해의 대중음악보다는 20세기 중후반을 휩쓴 음악을 좋아한다. 어릴 때는 이런 이유로 인해 주위에서 음악 이야기가 나오면 할 말이 없어서 당황했던 적도 많았고, 그런 상황 자체가 싫어서 아는 척하며 대충 눈치를 본 적도 있었다. 당연히 그로 인한 피로도는 지속됐고, 더욱 대중음악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런 내가 찾아 듣는 대중음악은 정말 손에 꼽았고, 그만큼 좋아했다. 대표적인 음악이 ‘한숨’이었다.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가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마다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진정성 있는 위로에 대해서 나와 타인의 시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건넨 위로가 되려 타인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휘 선택이나 문장의 호흡을 조심하는 편이다. 그런 내게 이 가사는 직설적이고도, 아리게 따뜻했다. 2016년에 나온 ‘한숨’은 지금까지도, 숨이 막히도록 우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종종 듣는다.

 

‘한숨’과 ‘View’의 가사를 동일 인물이 지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View’를 자주 들었던 이유는 뜻밖에도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보이기 시작한 음의 색도’, ‘향기의 무게를 느낀 것도’, ‘소리의 색과 모양 본 것도’ 등 다양한 감각을 조화롭게 사용해서 여름과 사랑을 흥미롭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View’를 많이 참고했었다. 참신한 가사에 작사가가 궁금해지려는 찰나, 그 날은 눈이 왔었다.

 

눈이 고요히 내리고 있었다. 보랏빛, 푸른빛이 섞인 청록색이 내재된 갈색의 하늘에서 하얀 눈이 소리 없이 쌓여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날 하늘을 카메라로 담았었다. 푸른 하늘은 보이지 않았지만 땅도, 하늘도 모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와 대비되던 붉은 단풍이 기억난다. 유독 그 하루가 피곤했던 지라, 침대에 누워서 잠깐 쉰다는 것이 정신을 차려보니 어둑한 저녁이었다.

 

놀란 마음에 급하게 친구들에게 뛰어갔는데, 친구들이 보자마자 내게 하던 말은 뉴스를 봤냐는 것이었다. 잠에서 깬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일단 친구들이 먹고 있던 피자부터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이야?” “너 샤이니 종현 알아?” “어어.” “그, …”

 

발인식까지 다녀왔고, 정말 힘들어했다. 언론에서 수없이 나오던 자극적인 기사들을 마주하고 한동안 울면서 잠을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그를 엄청 사랑하던 팬이었는가, 그건 아니었다. 분명히 아니었기 때문에 필자도 왜 자신이 발인식을 다녀오고, 또 그토록 힘들어했는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후로 그에 대해 찾아보면서, 내가 그에게 일찍 관심이 생겼더라면 그를 매우 사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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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식을 다녀온 날이던가, 혹은 며칠 되지 않은 밤에 꿈을 꿨다. 새하얀 설원에 숲을 이루는 전나무의 가지에 눈이 쌓여 있었다. 그가, 하얀 머리를 한 채로, 하얀 옷을 입고서, 나를 그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전나무 숲에서 하얗게 빛나던 광원을 향해 걸어갔다. 왜 당신이 힘들어하냐는 슬픔이 눈동자에 어린 채로, 살짝 웃으며 사라져갔다. 그 순간에 눈을 떴고, 그 날 밤을 기점으로 더 이상 이 사건으로 인해 힘들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가 남긴 따뜻한 음악을 통해 나의 희망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몸을 저리는 한기에, 봄이 떠오르는 나날이다. 그러나 봄을 기다리는 겨울에도 따스함은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우린 봄이 오기 전에’ 서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를 함께 나눠야 할 것이다. 그를 기억하며, 눈이 오기를 기다리며.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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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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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계시나요 당신이 잘 계시다면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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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im
    • 종현이에 대한 글 감사합니다.덕분에 눈물좀흘리고가요. 종현아 사랑해. 많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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