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일단 떠나자! 무계획 서울 여행! [여행]

중요한 건 계획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하는 가다.
글 입력 2022.12.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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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즌이 다가오고 서울로 간 고등학교 친구들이 어느새 대학교 졸업 전시회를 한단다. 옛날부터 졸업 전시회를 하면 가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학교도 슬슬 나가는 날이 안 나가는 날이 많아지고 막 바쁜 시기도 아니었기에 비행기표부터 끊고 생각하기로 했다. 숙소도 감사하게도 친구들이 선뜻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해주어서 해결할 수 있었다. 당장 마감이 곧인 일들과 과제를 해치우고 대강대강 가방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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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에 이래도 되나 싶은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슬슬 기말고사도 준비해야 하고 자격증 시험도 자꾸 떨어져서 몇 번 더 쳐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자꾸 올라오기는 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당장의 즐거움을 즐기자. 지금은 그게 중요하니까.


 

 

도착까지 얼마나 걸려? 한 3~40분?


 

살면서 서울을 온 것이 몇 번 되지 않았지만, 매번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갔었기에 비행기로 간 것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 타는 비행기여서 설렜다.

 

아침 일찍 출발한 덕에 오전 중으로 김포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우리를 위해 연차도 내고 온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다 보니 반가웠다. 짐을 두고 움직이기 위해 친구를 따라 지하철을 타러 갔다. 노선도를 보고 마계가 열린 줄 알았다. 노선도만 보는 것과 직접 타는 것은 달랐다.

 

출근 시간을 피해서 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좌석에 앉아 도란도란 친구들과 목적지로 가는데 끊임없이 환승 알림이 흘렀다. 몇 번이고 다양한 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는 알림을 듣고 있자니 정말 서울에 온 느낌이 들었다.  친구 집에 갈 때도 두어 번 환승했다. 혼자서 움직일 때는 몇 번이고 지도 앱을 확인하면서 갔다. 표지판을 따라 역을 가로지르고 급행열차를 보내고 맞는 열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데 무언가 뿌듯했다. 퀘스트를 완료한 게임 캐릭터가 된 기분.

 

신기했던 것은 매일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항상 3~40분 정도 걸린다는 점이었다. 노선도에서는 꽤 멀어 보였는데 도착해보면 실질적으로 도착 시간이 비슷비슷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웬만한 곳은 3~4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해서 서울은 정말 뭘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마계인 걸까... 열차가 텔레포트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계획이요? 없어요. 아 아니오. 없어요.


 

구체적인 여행 계획은 짜지 않았다. 계획을 촘촘하게 짜는 친구들도 아니었고 대강 졸업 전시 가는 날만 정하고 자유일정인 날만 정했다. 큼직한 일들을 하루에 하나씩.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되려 걱정할 정도로 계획이 없었다.

 

무엇보다 일정을 짤 시간이 안 되었다. 서울 여행이 꽤 급하게 결정된 것도 있고 직장인과 대학생 조합의 인간들은 각자의 생활에 진을 다 써서 나서서 일정을 짜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 사는 친구가 생각해보고 위치를 보내라고 했지만, 평일에는 과제라던가 자격증 시험이라던가 다른 일들을 처리하고 주말에는 알바하고 오면 갈 어딘가를 찾아보자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가보고 싶은 행사가 있었지만 시간이 되는 날엔 끝나서 안 하는 걸 보고 검색창을 꺼버렸다. 일단 가면 뭐든 하겠지 싶었고, 도착하면 맛집 하나는 있겠지 싶었다. 이렇게 계획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이 있는데 뭐든 안 재밌겠냐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결과적으로 계획이 없었어도 즐거웠다. 바로바로 근처를 검색해서 들어가는 가는 것도 즐거웠고 관광지를 가지 않아도 그냥 이 친구들과 낯선 거리를 걸어 다닌 것만도 즐거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굳이 관광명소를 찾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소소하게 돌아다니는 게 말이다. 해외도 아니고 국내인데 관광지야 다음에 또 오면 되겠지, 날씨도 춥고 체력도 떨어져서 해 떨어지면 집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떠들고 노는 게 즐거웠다.


 

 

낯선 공간, 낯선 공기 하지만 그 속에 익숙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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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충동적이긴 했지만 이렇게 스케일 크게 충동적이진 않았다. 최근 최고의 충동이 점심 먹다 맥주캔을 딴 것이 최고의 충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정신 차리니 비행기표를 끊어놨더라.

 

이러한 충동이 어디서 오는 걸까. 회피 성향에서 오는 게 아닐까. 최근 불안에 가득 차 있었다. 자격증 시험은 계속 시도해도 떨어지고 이제 졸업도 제때 못하게 생겼다는 조급함에 모든 유흥거리를 끊다시피 했다. 게임도 끊고 약속도 잡지 않았다. 외출도 학교에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게 다였다. 매일 집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모의고사나 풀고 있었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오니 좋았다. 숨통이 트였다. 여행을 간 동안은 자격증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 순간을 즐겼고 친구들과 있는 것에 집중했다.

 

졸업 전시회는 정말 즐거웠고 친구들과 마트에 가는 것도 따로 나와 대학교 친구와 갔던 찻집도 좋았다. 옛날에 가고 잊어버렸던 빵집을 다시 만나 빵 사 먹는 것도 감동이었고 친구들과 메신저로는 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들을 말하는 게 좋았다. 그냥 다 좋았다. 졸업에 대한 불안함? 떨어지는 자격증? 그거 좀 늦어지면 어떤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가끔은 이렇게 무작정 떠나는 것도 정말 좋구나. 일정을 철저하게 잡아, 많은 경험을 하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물 흐르듯 충동적인 여행도 사람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

 

여행 동안 친구가 찍었던 브이로그 영상을 또 돌려봐야겠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데 정말 아쉬웠다. 다음에는 더 오래 있다가고 싶었다. 안되면 이쪽으로 취직을 해서 올라와야지 하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이번 여행으로 정말 많은 걸 얻어간다. 친구들에게 모두 고마웠다. 선뜻 초대해주어서. 내가 여행을 갈 수 있게 이끌어주어서. 이런 나와 함께해주어서. 항상 고맙고 고마울 것이다. 또 이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들과 함께라면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즐거울 것이니까.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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