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신체에 대한 신뢰 [운동/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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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내가 기다리는 시간은 밥 먹는 시간도 아닌, 자는 시간도 아닌, 운동하는 시간이다. 운동은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싫어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부분이 좋다. 힘들고 어려운 것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난생처음 운동이 내 인생에 정말 든든한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바로 ‘내 신체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운동은 다이어트와 직결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기. 먹는 것에서 인생의 낙을 찾는 나에게, 다이어트는 고역과도 같았다. 일종의 압박과도 같았지만, 그렇다고 그 압박에 쉽게 굴복하지도 않았다. 그냥 열심히 건강 생각을 덜 하고, 자극적인 것을 먹고 몸이 편한 대로 살았다.
그러나 언제나 운동에 대한 의무감은 함께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때문일까? 아니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운동 해야 하는데.”라는 말만 되뇌며 영양가 없는 마음의 짐만 안고 살아왔다.
그랬던 내가 운동을 시작했다. 사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다이어트나 건강이 아니라, 남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학교 다녔지’라고만 요약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했던 운동이다.
숨겨진 시간의 발굴
처음에는 무작정 걸었다.
30분을 걷다 보니 40분은 금방 걸을 수 있었고, 그렇게 한 시간, 한 시간 반, 두 시간씩 시간을 늘려가며 걸었다.
제대로 된 걷기 방법을 알고 걷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날씨가 좋다는 핑계로, 노래를 듣고 싶다는 핑계로 계속 걸었다. 그렇게 시험 기간 등 바쁜 시기가 아니라면, 일주일에 2-3일은 한 시간 반 정도 걷는 것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걷는 시간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좋아하는 노래에 집중할 수 있고, 내가 사는 동네를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종종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도 잊은 채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정제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간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 것이, 그 시간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된 결정적 이유다. 걷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시간을 줄여야 했다.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 걷는 게 좋았다. 아침에 늦장 부리는 것보다 빨리 일어나서 다른 할 일을 하는 게 나았다. 그래야 자기 전에 할 일에 치이지 않고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금씩 숨겨진 시간을 찾아내다 보니, 한 시간 반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내 하루가 정말 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즉, 다른 할 일을 충분히 해내면서 운동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은 숨어 있지 않았는데, 내가 애써 숨겨놓고 외면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런 시간을 발굴해서 쓰는 재미가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라테스와 요가를 배우고 있는 요즘,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고 있다.
기구 위의 내 신체를 믿지 못하겠다. 내 몸에 집중하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이때 기구에서 떨어지거나 큰 소리를 내며 손에 붙잡고 있던 것을 놓칠까 봐 두려움이 생긴다. 두려움은 곧 집중력과 호흡을 흐트러지게 하고, 이는 몸이 잘못된 자세로 굳어지게 한다.
며칠 전, 요가 수업에서 천을 이용한 물구나무를 처음 시도했다. 처음에는 너무 무서웠지만, 선생님께서 자신의 자세를 믿고 매달려도 된다고 했다. 솔직히 벽에 매달린 천도 못 믿겠고, 내 자세도 못 믿겠기에 벽에서 지지했던 발을 쉽게 떼지 못했다. 정말 눈 딱 감고, 발을 뗀 순간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사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하나 없애게 된 소중한 성장이었다. 운동을 하며 생각보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 두려움은 내 신체에 대한 신뢰의 부재에서 출발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배움은 운동을 ‘다이어트’ 이상의 더 가치 있는 기능을 지닌 것으로 여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운동을 통해 내 몸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려 한다.
스스로 몸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장민경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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