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쓰고 버린다는 작정으로 - 신의 문장술 [도서]

비단 글쓰기에 국한되지 않은 이야기
글 입력 2022.11.2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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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성향과 비슷하다. 이왕 쓸 거면 제대로 쓰고 싶어한다. 완벽함의 기준이 높기 때문에 어설픈 나를 인정하지 못한다. 어찌저찌 쓴 글은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누군가 어설픈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어설프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지적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잘' 쓰고 싶다는 부담감은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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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후미코 후미오는 써서 남기는 게 아니라 쓰고 버릴 것을 권한다.

 

'써서 남기기'라는 규칙은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한다. 남길 글이니 잘 쓰자, 형식을 갖추자는 의식에 얽매인다.

 

고로 남기는 게 부담스럽다면 '쓰고 버린다'고 먼저 작정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다 쓰면 버릴 글이니 일단 마음은 가벼워진다. 글의 목적이나 필요성 같은 무게도 사라진다. 체계를 갖출 필요도 없고 자유롭게 쓸 수 있기에, 저자는 이를 '나 홀로 노래방'에 빗댄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저자 후미코 후미오는 쓰고 버리기를 반복하며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명확해지고 세계관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대상에 대해 쓰고 버리는 것은 그 대상을 자신의 말로 변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대상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말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쓰고 버리는 행위를 통해 단순히 사고와 감정으로 존재하던 대상은 구체적인 언어가 되고, 자기만의 명확한 세계관이 만들어 진다.


어떤 문제든 글로 써서 자신의 말로 구체화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난다. SNS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건 타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시에 잘 쓰는 것보다 '다' 쓰는 것의 중요함을 언급한다. 다 썼다는 성취감과 그로 인한 자신감, 잘 쓰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은 일단 끝까지 쓴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툰 글이라도 쓰지 못한 글보다 몇만 배 낫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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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나는 항상 책의 주제 분류를 확인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서점은 <신의 문장술>을 두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국내도서 > 인문 > 글쓰기 > 글쓰기 일반

국내도서 > 자기계발 > 처세술/삶의 자세


다른 인터넷 서점도 분류의 이름이 조금씩 달랐으나크게 글쓰기와 자기계발로 분류되어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신의 문장술>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어째서 처세술/삶의 자세로 소분류되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읽고나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과 같은 거창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나는 저자인 후미코 후미오가 삶의 자세를 글쓰기라는 행위와 연관지어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쓰고 버린다는 생각은 일단 뭐든 쓰게 만든다. 잘 쓰기보다 다쓰기라는 생각은 일단 내가 가진 모든 생각을 모두 쓰게 만든다. 사실 이 두가지는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아무리 서툰 글이라도 쓰지 못한 글보다 몇만 배 낫다'는 사실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는 말과 같다.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는 설렘보다 고민이 더 크다면 시작할 수 없다. 완벽하게 준비한 후에 시도한다는 마음가짐은 오히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고 버린다는 작정으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사용해 보자. 어차피 하고 버릴 생각이었으니 정말 별로인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 다시 하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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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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