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그녀의 서재

글 입력 2022.11.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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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은 누구인가'

 

요즘 들어 자주 고민하곤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많은데, 그 과정을 제법 즐기는 것 같네요.

 

자기 자신을 소개할 방법은 꽤나 다양하지만 오늘은 문화 예술 에디터인 만큼, 그동안 읽어왔던 책으로 저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제 취향과 관심사가 묻어난 책과 함께 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 여름의 빌라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입니다. 이 책을 왜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제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고자 하는데요. 저는 현재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좋아했던 건 아니구요, 어학을 좋아했습니다.

 

문법이 재미있어 어학을 전공해야겠다 마음먹었고, 국어학이 제일 재미있어 - 접했던 언어는 국어 외 영어, 일어가 전부긴 했습니다만 - 국어국문학과를 택했습니다. 모국어의 문법을 공부하면 다른 언어도 이해하기 쉬울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요.

 

조금 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국어교사를 꿈꾸기도 했으나, 누군가에게 알려주거나 아는 바를 공유하는 일은 교사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국어교육과가 아닌 국어국문학과를 택했습니다.

 

국어학이 좋았지만 '국문과'라는 타이틀을 가진 학생이었기에 국문학을 의무적으로 읽었습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나 박상영, 최은영 등 유명 작가의 책을 조금씩은 읽은 것 같네요. 많은 현대문학 작품을 좋아합니다만, 그중 여름의 빌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름의 빌라는 백수린 작가의 소설입니다.

 

백수린 작가를 좋아하는데요, 내가 아는 미묘한 심리,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지는 문체를 좋아합니다. 감정을 가장 또렷하게 느끼도록 설계된 사건들과 담담하고 차분한, 때로는 자기 삶을 살아가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 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



교환학생을 가기 약 한 달 전 유럽의 미술, 건축,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최대한 많이 읽고자 했습니다. 7권 정도 대출한 이력이 있네요.

 

2022년 올해 상반기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교환학생은 제 자신감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요. 6개월간 12개국, 약 3-40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생존했다 보니 한국에서 뭘 해도 하긴 하겠구나, 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나름 고생도 했거든요.

 

지식과 예술을 안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경이라는 비유를 최근 꽤나 자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지식과 예술을 알고 있으면 세상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지식과 예술이 있다면 360p 정도로 보이던 세상이 4k까지 생생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음악과 미술, 문학과 건축을 좇아 유럽 25개 도시로 떠나는 예술 기행'인데요, 현재 대중가요와 클래식을 번갈아 듣고, 사진관과 미술관을 찾아가고, 책을 읽고, 건축 관련 유튜브를 보며 예술을 좇는 제 모습과 비슷해 이 책을 선정했습니다.

 

참고로 출국 직전 책과 영상들을 벼락치기해 유럽을 720p 정도로는 즐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



브랜드를 기획해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저'라는 브랜드를 좀 빛나게 만들고 싶은 것 같고요.

 

무언가를 기획하는 걸 좋아합니다. 때로는 브랜드의 콘셉트와 이름을 구상해 보고, 유튜브 콘텐츠를 고민해 보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만든다면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 것이며, 어떤 인물을 내세워 그 주제를 잘 전달할지, 사건은 어떤 걸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꽤나 오래 고민해 봅니다. 사소하게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합니다. 테넷을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지라 비밀 미션을 만들어 친구들을 비밀 요원을 만든 적도 있네요.

 

기획을 한다는 건 곧 누군가를 즐겁게 만드는 것과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내는 것이기도 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니즈를 제시함으로써 편의나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상품이든, 브랜드든, 콘텐츠든, 어떤 형태로든 말이에요.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서 쾌감을 얻기 때문에 기획자가 되고 싶지 않나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젠간 누군가의 일상 곳곳에서, 각각의 사람들에게 모종의 이유로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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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 세 권을 통해 이혜린이라는 사람을 소개해 봤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 서재에는 보다 많은 책이 있습니다. 조금 더 얘기를 해보자 합니다. 수다쟁이 북큐레이터와 함께 하고 계시거든요.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트렌드 코리아 2023>입니다. 남들 아는 걸 저만 모르고 싶진 않아 읽었습니다. 매년 11월이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구병모 작가의 <파과>를 좋아합니다. 그중 도서관에서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눈물 흘리며 훌쩍였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 페이지 전체를 필사했지만 가장 마지막 구절만 옮겨 봅니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그래서 아직은 류, 당신에게 갈 시간이 오지 않은 모양이야.

 


정세랑의 경쾌함과 박상영의 솔직함도 좋아합니다. 탄탄한 드라마의 대본집도 좋아하고요.

 

아, 잘 읽지 않는 책도 있네요. 자기 계발서는 잘 찾게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제가 경험하며 체득하는 걸 선호해서일까요?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촘촘한 사건과 생동하는 인물의 설계로 극대화해 전달하는 소설을 더 매력적으로 느껴서일까요? 이것도 저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제 서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러분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있나요? 그 서재에서 보이는 여러분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제 모습을 위해, 조만간 또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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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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